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면, 먼저 익숙함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일터를 벗어나 탁 트인 자연을 마주하며평소 사용하지 않던 감각을 깨워보는 건 어떨까? 흩어진 상념을 표적에 모아 방아쇠를 당기다 보면, 조각난 클레이처럼 긴장과 걱정도 함께 흩어진다. 새해 새출발에 앞서 네 명의 동기가 클레이사격장을 찾았다.
클레이사격의 색다른 매력
병오년, 붉은 말의 기운을 특별한 경험으로 채우고 싶은 네 사람이 나주시 전라남도국제사격장에 모였다. 본사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국제 사격경기를 유치하는 전문 시설이자, 일반인도 클레이사격을 체험할 수 있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사격장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백대열, 신준섭, 전재찬, 홍영동 대리. 모두 나주 본사에서 함께 근무하며 동료애를 쌓은 사이지만, 신준섭·백대열 대리가 타지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제법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새해를 맞이해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클레이사격을 선택했습니다. 주변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종목이라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새해를 특별한 경험으로 시작하고 싶었다는 홍영동 대리의 말처럼 총성과 함께 한 해의 문을 여는 풍습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 시대에는 설날 새벽, 궁궐에서 ‘세포(歲砲)’라 불리는 의식을 치렀다. 대포를 세 번 쏘아 올리며 악귀를 물리치고 평안을 기원하던 풍습이다. 섣달그믐 전날 밤부터 대포를 쏘던 ‘연종포(年終砲)’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울려 퍼진 포성에는 묵은 기운을 털어내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소리로 마음을 정리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른 클레이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기는 클레이사격은 집중과 해소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험이다. 표적 하나에 시선을 고정하는 짧은 순간, 머릿속을 채우던 잡념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과거 대포 소리에 새 출발의 염원을 실었던 것처럼, 오늘날의 클레이사격은 시작 앞에 선 이들에게 또 하나의 리셋 버튼이 된다.
실전, 표적을 향해 쏘다
간단한 안전교육을 마친 뒤 신준섭 대리와 백대열 대리가 먼저 사대에 섰다. 1라운드는 25발로 진행됐다. 이전에 한 차례 클레이사격을 경험한 백대열 대리는 첫 격발부터 정확히 표적을 맞히며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 한 발 뒤에 시작한 신준섭 대리는 초반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었다. 다만 처음에 공을 들이는 사람일수록 감을 잡으면 자신만의 속도로 실력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클레이를 눈으로 쫓기보다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춰 그 위를 노리라는 강사의 조언이 이어졌다.
“오기 전에 영상을 미리 보고 공부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강사님이 알려준 대로 따라가니 어느 순간부터 감이 잡히더라고요. 총이 생각보다 무거웠는데, 격발 후 빈 탄이 떨어질 때 짜릿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치 서부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요.”
서부영화 속 주인공이 된 백대열 대리처럼, 클레이사격은 짧은 찰나에 승부가 갈리는 종목이다. 따라서 눈과 손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사람은 몇 차례 실패를 거쳤지만, 25발을 채워가며 점차 감을 익혀갔다.
뒤이어 전재찬 대리와 홍영동 대리가 차례로 사대에 올랐다. 전재찬 대리는 첫 발부터 클레이를 명중시키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긴장감보다는 집중이 앞선 모습이었다. 1라운드 결과 15점을 기록한 백대열 대리와 11발을 맞힌 전재찬 대리가 선두에 올랐다. 홍영동 대리도 연속 명중에 성공하며 초반 흐름을 빠르게 끌어올렸고, 오늘 하루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본사 주변에 이런 장소가 있는 줄 몰랐어요. 평소 조용한 일상을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총포가 터지는 소리를 들으니 한순간이나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아내와 함께 와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어요.”
집중과 발산의 특별한 쾌감 속으로
클레이사격에 사용되는 산탄총은 구조부터 일반 총기와 다르다. 방아쇠를 당기면 하나의 탄두가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탄알이 부채꼴로 퍼져 나간다. 이 덕분에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상대할 수 있지만, 대신 정확한 타이밍과 시선 처리가 중요하다. 표적을 정면으로 맞히기보다, 날아오르는 궤적을 예측해 앞을 겨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목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방식은 ‘트랩’이다. 사수로부터 약 15m 전방에 설치된 트랩호에서 표적이 방출되면, 앞으로 날아가는 클레이를 맞히는 방식이다. 산탄총에는 최대 두 발까지 장전할 수 있어 첫 발에 실패하더라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트랩은 아메리칸 트랩, 올림픽 트랩, 더블 트랩으로 나뉘는데, 일반 체험이나 입문자에게는 속도가 비교적 느린 아메리칸 트랩이 적합하다. 사격은 표적지에 흔적을 남기는 대신, 공중에서 목표물이 부서지며 결과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시각적 효과가 크고, 명중 순간의 체감도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클레이사격은 사격 종목 가운데 취미로 즐기는 동호인이 많은 편에 속한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총기와 조끼, 귀마개 등 장비 대여를 포함한 체험 비용은 2~3만 원 선으로, 만 14세 이상이면 남녀 구분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운동효과도 톡톡하다. 신준섭 대리는 클레이사격이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종목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큰 긴장 없이 왔는데 막상 사격을 해보니 체력을 많이 소요하는 종목이네요. 고정된 자세로 반복 사격을 하다 보니 상하체에 힘이 들어가고, 눈도 쉴 틈이 없어서 생각보다 많은 감각을 사용해야 했어요.” 전재찬 대리 역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격한 운동에 놀라기는 마찬가지. “시간이 갈수록 어깨와 팔이 후들후들 떨리지만 산탄총 특유의 묵직한 반동과 타격감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표적에 맞으면 주황색 파편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짧고 강렬한 순간이 클레이사격의 매력인 것 같아요.”
명중한 표적이 쌓이는 사이, 짧았던 체험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동기의 일상은 다시 시작이다.
새해를 맞아 또 다른 출발점 앞에 선 지금, 각자의 목표가 아직은 선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시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명중한 결과와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네 사람의 포성이 새해를 앞둔 지금, 더욱 특별하게 들린 이유다.

Mini interview

  • 신준섭 전력기자재센터 송변전품질검사부 대리

    초반에는 격발 자세에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집중해 임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도전한다면 오늘보다 훨씬 나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며 보낸 시간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마다 마음속에 쌓여 있던 걱정과 부담이 하나씩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 올해에는 제가 응원하는 대구FC가 다시 정규리그로 승격하길 기대해봅니다.

    전재찬 ICT운영처 경영ICT운영실 대리

    두 번째 라운드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어 무척 기뻤습니다. 다음에는 합산 1위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습니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클레이사격을 본사 인근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새로운 체험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꼭 추천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올해 제가 응원하는 야구팀의 시원한 우승을 떠올리며 사격에 임했는데, 격발할 때마다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음속에 쌓여 있던 답답함도 함께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익숙한 모임이지만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함께하며 보낸 시간이라 더욱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백대열 인재개발원 AI디지털교육부 대리

    본사에서 근무할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을 마주하던 동료들이라, 떨어져 지내도 크게 아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서울에 와보니 문득문득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반가운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전처럼 웃고 떠들 수 있어 새삼 즐거웠습니다. 사실 ‘꼴지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참여했는데, 예상보다 점수가 잘 나와 개인적으로도 무척 뿌듯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클레이사격이었지만, 옆에서 설명해주신 주의사항을 차분히 듣고 그대로 따라가니 어렵지않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명중했을 때 표적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의 시원한 감각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홍영동 ICT운영처 디지털SW운영실 대리

    며칠 전 승진시험을 마치고 괜시리 마음이 심란한 나날을 보냈는데요. 그래서인지 격발을 준비하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이 유난히 인상 깊었습니다. 표적에 집중해 방아쇠를 당기다 보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걱정과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오랜만에 온전히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활동을 동료들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쌓여있던 긴장을 내려놓고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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