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 가장 뜨거운 단어, 호미곶 일출
    파도가 밀어 올린 첫 문장
    포항에서 ‘바다’라는 문장의 첫머리는 언제나 호미반도다. 동해의 동북쪽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올린 호랑이의 꼬리가 바로 호미반도다. 형용사로 말하면 ‘활기차다’쯤 되겠고, 동사로는 ‘꿈틀대다’가 적합하겠다. 언 땅을 뚫고 돋아나는 보리처럼 바다가 살아 요동치며 파도를 밀어 올려, 겨우내 ‘움직이는 것’들로 반도 전체가 반짝댄다.
    그 시작점에 구룡포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과메기 산지인 구룡포는, 매일 새벽 거친 햇볕에 그을린 어부들이 비릿한 갯내를 바다로부터 끌고 들어와 부려놓는 곳. 겨울날 그곳엔 대게와 홍게가 지천이고, 곳곳에서 게들 찌는 향내 진동한다. 여기에 바닷바람에 잘 마른 과메기의 꼬들꼬들한 살점까지 그득해 흥정소리 요란하다.
    항구의 소란 뒤에서 풍경은 돌연 시간이란 옷을 입는다. 1883년 조일통상장정이 체결된 후 조선 출어가 본격화되면서 구룡포는 일본인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어장이 풍성해 그물을 던지면 만선이던 시절이다. 당시의 흔적이 만선의 희미한 기억처럼 근대문화역사거리로 남아 있다. 200m 남짓한 좁은 골목을 빼곡하게 채운 적산가옥들은 박제한 듯 고요한 시간에서도 과거의 삶을 부지런히 현재로 실어 나른다. 그 정점에 구룡포근대역사관이 있다. 1920년대 살림집으로 지은 2층의 일본식 목조건물인 역사관은 건축 당시 일본에서 건축 자재를 직접 운반해 와 건립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낡은 나무 복도를 걷는 발끝이 더 서늘하다.
    구룡포의 이런 역동적이고 깊은 풍경은 구룡포과메기문화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꽁치 꼬리를 형상화한 이곳은 구룡포의 인문학적 골조를 살필 수 있는 기록관. 척박한 바다 환경을 삶의 풍요로 치환해 온 어민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전시물마다 촘촘하게 박혀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차지만 뜨겁고, 고요하지만 소란히 꿈틀대는 건 이 때문이다.
    구룡포를 벗어나면 길은 바다가 몸소 써내려간 파도에 바투 붙어 흐른다. 이 역동적인 바다의 화룡점정이 호미반도의 꼭짓점, 호미곶이다.
    예전부터 ‘호랑이 꼬리’라는 뜻의 호미등으로 불렸던 이곳은 울주의 간절곶과 함께 새날의 희망이 가장 먼저 당도하는 곳이다. 깨끗한 아침 바다에서 솟는 해가 희망처럼 반가워 가슴이 뜨거워진다. 특히 등대 앞, ‘상생의 손’ 위로 치솟는 붉은 햇덩이는 언제 보아도 장관이다. 시선을 뗄 수 없는 붉은 빛, 그 속에선 파도도 갈매기도 봉숭아꽃처럼 붉게 물든다.
    상생의 손과 함께 호미곶에서 100년 넘게 불을 밝혀온 ‘호미곶 등대’를 등지고 북으로 머리를 향하면, 호미반도에서 바다가 제 속사를 가장 내밀하게 열어주는 ‘선바우길(호미반도둘레길 2코스)’에 닿는다. 선바우길은 바다의 날 선 숨소리를 호미반도 어디에서보다 가깝게 들을 수 있는 곳. 해안선을 따라 6.5㎞ 정도 이어지는 이 길에선 흰디기, 하선대, 킹콩바위 같은 해식단애가 줄을 잇는다. 덕분에 영일만의 맑은 물빛이 발목까지 차오른다. 연신 꿈틀거리며.
  • 쫀득쫀득 기름지게 익어가는 과메기 덕장 풍경
    독도를 향해 뻗은 푸른 이정표, 이가리닻전망대
    일상의 행간에 스며든 바다
    호미반도가 포항이라는 문장의 첫머리라면, 시내는 일상 안으로 바짝 스며들어 문장 사이를 채운다. 거친 파도에 가려졌던 일상의 목소리가 충분히 들려오는 곳. 그 중심에 포항운하가 흐른다. 형산강 물길을 터 바다로 흐르게 만든 이 운하는 산업 도시의 마른 입술에 핀 한 송이 꽃처럼 낭만적이다. 운하의 길이는 1.3㎞로 그리 길지 않지만 바닷길과 연결하면 8~10㎞의 물길여행이 가능해 요즘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 포항 시내를 구불구불 비집고 든 운하를 달보트나 크루즈를 타고 움직이면, 강물과 바다 사이를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운하 끄트머리, 그러니까 운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쯤에는 포항의 바다가 들끓는 죽도시장도 있다. 바다의 마침표이기도 쉼표이기도 한 죽도시장은 골목마다 투박한 사투리와 생선 비린내, 들큰한 수제비 냄새, 갓 썰어낸 물회 냄새가 뒤섞여 여행자의 허기를 넉넉하게 채우는 곳. 그래서 이곳의 소음은 ‘살아 있음’의 다른 말이다.
    시장의 활기를 품고 북쪽으로 향하면 영일대 거쳐 환호공원에 닿는다. 밤에도 쉬이 잠들지 않는 영일대(누각) 위에 올라서면, ‘철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는 포스코의 야경이 바다 저편에서 불꽃처럼 일렁댄다. 일상과 바다가 경계 없이 포개지는 포항이라는 도시의 상징을 읽어내기 좋은 자리다. 환호공원 역시 일상 위에 바다를 얹은 포항의 ‘핫플’이다. 이 공원 한가운데 스페이스워크가 있다. 철제 곡선을 따라 하늘을 걷는 스페이스워크는 일상의 중력을 벗어난 허공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자리다. 일상의 소란 대신 비명 소리 잦은 이곳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역동적이다.
  • 해안선을 따라 해식단애가 길게 펼쳐지는 호미반도둘레길 중 선바우길(2코스)
    연두와 파랑 사이에서 겨울
    포항 시내의 바다가 채도로 빛난다면, 포항 북부의 바다는 명도가 높다. 그 맑은 명도의 파도 위에서 서퍼들이 뜨겁게 일렁인다. 하얗게 너울대는 파도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는 그들의 몰입이 여름 볕보다 더 뜨겁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 그건 어쩌면 스스로 빛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치열함이겠다.
    그 치열한 열기가 지나간 자리에서 바다는 마법처럼 색을 바꾼다. 연두와 파랑 사이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바다가 청진리와 이가리의 동사다. 얼마나 투명한지 눈이 다 시릴 정도다. 무엇보다 이가리닻전망대의 풍경이 환해 오래 바라보기 좋다. 배를 정박시키는 닻처럼 포항의 바다에 여행자의 마음을 매어두는 느낌이랄까. 마치 포항의 바다가 써 내려간 겨울 문장을 감각적으로 갈무리하는 풍경 같다. 포항을 찾는 누구든 잠시 정박해도 좋으리라.
  • 구룡포 근대역사관
    • 운영시간: 10:00~17:30(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포항운하 (포항크루즈)
    • 운영시간: 10:00~18:00(연중무휴, 단 기상 악화 시 휴항)
    • 입장료: 성인 15,000원(달보트 별도 문의)
  • 국립등대 박물관
    • 운영시간: 09:00~18:00(입장 마감 17:3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스페이스워크 (환호공원)
    • 운영시간: 동절기(평일 10:00~17:00, 주말 18:00까지)
    • 입장료: 무료
    • 주의사항: 신장 110㎝ 이하 이용 불가. 기상 악화(강풍, 강우) 시 출입이 통제되므로 사전에 확인
포항에 살아보니

근무지로도,
여행지로도 퐝퐝퐝!

김주혁 포항지사 고객지원부 대리

처음 포항에 발령을 받았을 때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철강과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 공기가 좋지 않을 것 같고, 업무 강도도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쉽지 않았고, 입사 3개월 차에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하며 지사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연고 없는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겹치며 적응의 시간은 더욱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버텨내며 우리 지사뿐만 아니라 포항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동기와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함께 식사를 하고 지역 곳곳을 다니며 포항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게 되었다. 사택 바로 앞에서 언제든 바다를 마주할 수 있고, 퇴근 후에 시간을 내어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대형 카페들은 멋진 분위기를 제공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체감하게 한다. 어느새 포항은 단순한 근무지가 아닌,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인지 포항지사에는 솔로로 근무를 시작했다가 좋은 인연을 만나 커플, 나아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커플과 결혼의 성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과메기를 빼놓을 수 없다. 포항에 와서 처음 접한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포항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지역 명물이 되었다. 다양한 해조류와 채소를 곁들여 즐기는 과메기는 조합에 따라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화이트와인과 함께 먹으면 의외로 잘 어울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포항은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도시다. 별이 빛나는 밤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곤륜산,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오어사, 그리고 바다를 품은 도심 풍경은 포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직접 방문해 이 공간들을 천천히 둘러본다면 포항에 대한 인식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근무지로서도, 여행지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 포항에 한 번쯤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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