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어떤 세상이 와도 중요한 건
나를 돌보고 성장해 가는 일
글. 박정은 부산여성신문 편집국장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빌려온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의 것에 의해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마음이 지배한다. 좋은 생각을 마음에 품은 채 말하고
행동하면 복과 즐거움이 그가 지은 대로 좇아온다.
그림자가 물체를 좇아가듯이. - 『법구경』 ‘쌍요품’ 2장
보이는가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빌려온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의 것에 의해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 시작의 계절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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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을 보고 만지며 계획을 세우고, 다짐도 해보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새 다이어리를 펼칠 때면 연초에만 잠시 느낄 수 있는 기대와 설렘이 자연스레 깃든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참 좋은 때다. 어떤 변화와 생각지 못한 기회가 찾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 마음속 ‘긍정 에너지’의 비중이 더 커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지켜야 할 약속과 해야 할 일 등 각종 의무로 캘린더는 점점 빼곡해지고, 새 결심이 금세 무색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시기에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라면 “우리의 생각과 계획을 자신과 자신의 행복 쪽으로 되돌려야 한다”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이는 문명의 발전을 거부하라는 뜻도, 이기심을 부추기는 말도 아니다. 변화하는 세태 속에서도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삶을 주체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몽테뉴는 혼란한 시대일수록 철학의 시선을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고, 자신을 이해하고 지켜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작이라고 말한 현자다. 전쟁과 전염병, 정치적 혼란과 민생고가 뒤섞였던 16세기와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사이에는 놀라울 만큼 많은 공통점이 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자유로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배움으로 시작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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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인생에서 나를 성장의 방향으로 이끄는 가장 좋은 시작은 ‘배움’이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삶은 경직되지 않고, 생각은 유연해진다. 끊임없는 배움은 수많은 현자들이 말해 온 행복의 조건이기도 하다. 공자의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말 역시 학업에 국한된 표현이 아니라, 평생 이어가는 삶의 태도로서의 배움을 의미한다. 지식을 쌓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삶에 적용하며 다시 나아가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어른이 되어 시작하는 공부가 더 즐거운 이유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관심 분야가 있다면 집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유튜브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도서관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오프라인 배움의 기회도 충분하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 역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그만큼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다.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몸을 돌보는 일 역시 배움에서 출발한다. 건강한 몸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운동 하나를 가진 사람은 일상 전반에서 더 적극적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 한두 가지를 배워 꾸준히 이어가는 일은 자신을 존중하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소크라테스가 “몸의 아름다움과 힘을 최고도로 계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듯, 몸을 가꾸는 일은 삶을 다시 단단하게 세우는 토대가 된다. 나의 경우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발레에 정착했지만, 배드민턴·골프·수영·요가 등 누구에게나 각자의 적성과 체력에 맞는 출발점은 따로 있는 듯하다.
- 마음을 돌보는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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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오느라 미뤄두었던 ‘마음’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현재의 희로애락과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치열한 일상 속에서 지친 마음을 수시로 다독이며,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도 중요한 시작이다.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는 내면의 양식이 되어줄 ‘내 밥 같은 책’ 한두 권을 곁에 두는 것이 좋다. 아직 없다면 지금부터 만들어도 늦지 않다. 나는 주로 철학서를 통해 일상을 가다듬어 왔고, 그 과정이 쌓여 관련 저서를 펴내게 됐다. 자기에게 맞는 영양제 같은 책 몇 권만 있어도 힘든 순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기 어렵다면 전자책도 좋은 대안이다. 나 역시 최근 전자책을 자주 이용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간편했다.
요즘 대세인 ‘필사’ 역시 마음을 새롭게 정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발췌 문장만 모은 이른바 ‘초역’ 도서도 많지만, 가능하다면 원전을 읽으며 스스로 문장을 고르는 편이 더 깊은 읽기로 이어진다.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 유독 힘이 되는 문장을 직접 옮겨 적는 과정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시 멈추어 서게 한다.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마음이 지배한다. 좋은 생각을 마음에 품은 채 말하고
행동하면 복과 즐거움이 그가 지은 대로 좇아온다.
그림자가 물체를 좇아가듯이. - 『법구경』 ‘쌍요품’ 2장
- 평범한 하루에서 시작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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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 행운보다, 날마다 반복되는 소소한 편안함과 기쁨에서 더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떤 삶이 가장 이상적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평범한 날들 속 작은 순간들이야말로 삶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뜻밖의 힘든 일을 겪고 나서야 아무 일 없던 시간을 떠올리며 그 평온함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환기하자. 소소한 일상에서 감사함을 발견하면 불안은 줄고 표정은 한결 밝아진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의 다행하고 기뻤던 일을 기록해 보면, 의외로 많은 시작의 씨앗이 그 안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문명도 세태도 끊임없이 변하지만,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고 내적·외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단단한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