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국내 최초 전압형
HVDC
완도변환소를 가다
그곳은 완도의 길 너머에 있었다.
바다를 바라다보며 달리던 길조차 끝나버린 곳,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종료한 그 길 너머에 완도변환소가 있었다. 완도변환소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이들의 현장을 만났다.
글 장은경
사진 황지현
- 완도변환소의 핵심소자 IGBT를 품은 밸브홀
- 그야말로 장관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파이프의 무리가 홀 안을 압도한다. 용트림을 하듯 꼬불꼬불하게 똬리를 튼 파이프는 무려 1,728개의 반도체소자 IGBT를 감싸고 있다. 은빛 파이프의 정체는 반도체소자인 IGBT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 파이프로, IGBT는 전압형 HVDC에서 전압을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완도변환소의 핵심 역할을 하는 밸브홀 설비로 1년에 한 번 오버홀 작업기간 중에나 실물영접을 할 수 있는 귀하신 몸이다. 밸브 사이로 오버홀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들이 분주히 오간다.
- 제3연계선, 제주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 문제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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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변환소는 내륙의 전기를 교류에서 직류로 변환해 해저케이블을 통해 제주도까지 전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24년 11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완도변환소는 총 설비용량 200MW, 직류전압 ±150kV 규모로 이곳에서 출발한 전기는 바다 밑으로 난 길을 따라 98km를 달려 동제주변환소에 가 닿는다.
완도변환소가 연계된 완도변환소~동제주변환소 간 제3연계선은 신재생에너지가 급증하면서 불안정성이 높아져 출력제어가 빈번한 제주 전력계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압형 HVDC로 건설됐다. 제주도는 섬지역 특성상 육지와 분리된 소규모 전력계통이다. 도서 내 전력수요를 자체 발전설비만으로는 안정적으로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그동안 해남변환소~제주변환소 간 제1연계선, 진도변환소~서제주변환소 간 제2연계선을 건설해 제주지역의 부족한 전력을 육지에서 공급받았다. 제1, 2연계선은 모두 전류형 HVDC 선로로 기존 해남변환소~제주변환소와 진도변환소~서제주변환소에 적용된 전통적 방식이다.
제3연계선은 앞선 두 연계선과 달리 차세대 방식인 전압형 HVDC가 적용됐다. 전압형 HVDC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전력 방향 전환기능이다. 즉 휴전 없이 육지에서 제주로만이 아니라 제주에서 육지로 전력을 역전송할 수 있다. 이처럼 양방향 전력흐름 제어가 가능한 전압형 HVDC는 재생에너지 연계에 적합해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적용되는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3연계선의 구축으로 제주지역의 전력공급 능력은 기존 360MW에서 600MW로 증가했으며 예비율도 14.3%에서 30.8%로 개선됐다.
이렇듯 제주지역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신재생발전량에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져 제주 내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전압형 HVDC는 유효전력과 무효전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전력망 안정화 효과가 탁월하다. 또 전류형에 비해 필터 등 부속설비가 적어 부지면적을 약 50~6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전압형 HVDC 방식이 적용된 완도변환소에서 출발하는 제3연계선은 이렇게 전력수송로를 넘어 제주의 남는 에너지를 육지로 퍼내고 흔들리는 전압을 잡아주는 에너지 댐이자 안정기 역할을 수행하여 출력제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데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 완도변환소의 다양한 설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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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변환소는 HVDC 변환소이기에 일반 변전소와 비교하면 설비 구조와 운영방식이 매우 특수하다. 일반적인 변전소는 송전선로와 차단기, 변압기, 배전선로로 구성되는데 변환소는 여기에 교류·직류 변환장치들이 추가된다. 변환용 밸브, 밸브 냉각시스템, DC 평활 리액터, 변환용변압기(C.Tr)이다. 그리고 전력 제어를 위한 복잡한 제어시스템이 추가됐다.
밸브홀 외에도 변환소는 AC동, DC동 2가지 건물로 구성됐다. AC동의 경우 표준 154kV 변전소 기준에 맞게 설계됐고, 그밖에 전압형 HVDC를 위한 AC 설비가 포함된 AC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DC동의 경우에는 HVDC의 주요 설비인 변환용 변압기, 밸브 등 다양한 설비가 구축되어 있다.
- 내일을 위한 에너지의 길을 닦는 완도변환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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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변환소는 변환소에서 24시간 교대로 상주하며 설비를 순시 점검하고 운전하는 9명의 변환소 근무자와 설비가 안정적으로 운전될 수 있도록 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조치하는 2명의 변환 2팀 직원이 운영하고 있다.
전압형 HVDC 설비가 국내 최초의 상업 운전 중이다 보니 이들은 점검이나 운영에 관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제주본부와 협업하여 운영 절차서를 제작 완료하였고, 현재는 영상 기반 정비 절차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또한 해외 제작사와 직접 소통하며 기술을 확보해나가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 HVDC 설비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전압형 HVDC 운영 기술을 초기에 확보하기 위하여 매년 연차점검 때마다 제작사 엔지니어 파견을 요청하는 등 운영, 정비 기술 확보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크다고 이들은 말한다.
“제작사 컨퍼런스, 해외 교육 등 다른 부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많은 배움의 기회가 있고 또 우리가 만든 절차서가 표준이 되고 설비에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될 때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뿌듯한 소회를 밝히는 변환2팀 김빛나 차장.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완도변환소 사람들은 미래를 향한 오늘의 발자국을 땀과 함께 열정으로 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