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는 섣불리 다가갈 수 없다. 1년 중 3월부터 11월까지만 배를 띄울 수 있으며 그마저도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향을 받기에 그날그날 기상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몇 번의 연기와 변경 끝에 어렵사리 한림해상풍력 정비선에 탑승해 해상풍력발전단지로 접근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아담한 풍차처럼 보이는 해상풍력타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웅장한 높이를 실감한다. 허브 높이 110m, 블레이드 직경 140m로 고층빌딩에 맞먹는 규모의 타워 18기가 바다 위에 도열해 있다.
한림해상풍력은 발전용량이 100.08MW로 국내에서 상업운전 중인 풍력발전단지 중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 연간 약 234GWh의 전력이 생산되며, 이는 7만 3천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전은 최대주주로서 사업을 총괄하며 중부발전과 한전기술, 현대건설 등이 건설과 운영 등에 참여했다.
- 극한도전, 제주의 사나운 바다 위에 발전기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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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해상풍력단지는 2011년 10월 주민 공모를 통해 한림읍 수원리를 사업대상지로 선정하고, 2017년 제주한림해상풍력주식회사를 설립하여 2022년 1월에 제주한림해상풍력사업의 첫 삽을 떴다. 그로부터 34개월이 지난 2024년 10월, 시설 준공을 완료하고 상업운전을 개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25년 2월, 종합준공을 완료했다.
제주한림해상풍력단지 건설사업은 모든 과정이 극한도전이었다. 바람이 사납고 파도가 높은 제주 바다와 사투하며 수심 43m 아래에서 단단한 현무암 암반을 뚫어 파일을 깊숙하게 박고 재킷을 설치하여 거대한 타워를 세워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었던 것.
“특히 힘들었던 작업은 해발 110m 높이에서의 터빈 설치 과정입니다. 해상 위 높은 곳까지 크레인이 달린 해상풍력 설치 전용 선박을 이용해 무거운 터빈을 들어 올려 작업을 하기 때문에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죠. 한번 사고가 나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세계풍력기구 등에서 제시한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착공 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재해로 운영 중입니다.” 정비선에서 만난 두산에너빌리티 이병훈 소장은 그간의 건설 과정을 설명한다. 해상풍력타워는 태풍, 파도, 해일 등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소재를 사용하고 철저한 하중 설계로 극한의 기후에서도 안전하게 제작되어 매미급의 태풍이 온다 해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제작됐다.
또한 해상풍력컨소시엄은 정부와 긴밀한 업무 협조를 통해 국책연구자금을 확보해 국내 선박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치 전용선을 건조하였고, 고저차가 큰 해저 암반에서도 기초 구조물을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세울 수 있는 기초 선천공 공법을 적용해 국내 최초로 제주도 해저 암반에 기초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
극한의 기후에서도 안전하게 제작되어 매미급의 태풍이 온다 해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제작됐다.
- 100% 우리 기술력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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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해상풍력은 국내 최초로 100% 국산 기자재, 100% 국내 기술로 이루어낸 사업이라 의미가 크다. 터빈, 블레이드, 기초 구조물 등 해상풍력의 핵심 기자재를 모두 국내기술, 국산 기자재로 설치해 국내 기업의 해상풍력 생태계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아직 글로벌 탑티어와 다소 격차는 있지만 국내 기자재 제조사들도 제주한림해상풍력사업과 같이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을 통해 트랙레코드를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라고 한전 해상풍력사업처 고봉환 차장은 한림해상풍력사업의 의미를 설명한다.
사업 최대주주로서 개발, 운영 전 과정을 주도한 한전은 철저한 공정과 사업비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적기 준공을 이뤄냈다. 사업비를 절감하고 일부 발전설비를 조기 가동해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내며 한전의 사업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 공공주도 주민참여형 해상풍력 발전사업 성공적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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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설사업은 공공주도 주민참여형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성공적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고 고봉환 차장은 강조한다. 한림해상풍력 건설사업은 입지 선정 단계부터 공모를 진행해, 지역 주민들이 사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 참여 규모는 약 300억 원으로, 총 사업비의 4.7%에 해당한다.
주민 참여에 따른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추가 가중치 수익을 재원으로 활용하여 참여 주민 1,009명에게 운영기간인 20년 동안 이자 형식으로 배분할 계획이다. 이러한 주민 참여 모델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정한 제주의 바람을 동력삼아 커다란 첫걸음을 내디딘 한전 한림해상풍력의 행보가 에너지대전환 시대를 향해 가는 위대한 터닝포인트가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