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처럼, 시대를 넘어선 가치

‘간송(澗松)’은 맑은 계곡의 고고한 소나무를 뜻한다. 이는 수집가이자 교육자였던 전형필 선생의 호로, 그의 삶과 정신을 상징한다. 1906년 대한제국 시대에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문화보국)’라는 위창 오세창의 가르침을 평생 실천했다. 회화·서예·전적·도자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방대하게 수집하고 보존한 그는 1938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인 ‘보화각’ 을 설립했다. 보화각은 ‘빛나는 보배를 모아두는 집’ 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간송미술관의 뿌리가 됐다.
그의 정신은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의 시발점이 된 대구에서 다시 꽃피웠다. 간송의 뜻을 계승하고,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되새기고 문화보국의 가치를 되새기고 이어가고자 ‘대구간송미술관’이 세워졌다. 여섯 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된 이곳은 유물의 성격에 맞게 설계되어, 작품이 품은 본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박석마당
내·외부에 바닥에 깔기 위해 만든 얇고 널찍한 돌 마당과 중정을 배치해 건물과 자연을 잇는 다리처럼 놓였다.
수공간
지하 1층에 마련된 수공간은 한국식 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쉼터다. 물 위로 반짝이는 빛과 바람의 숨결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잔잔히 스며드는 여백을 만든다.

건축으로 풀어낸 간송의 뜻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의 정신을 건축으로 새겨낸 공간이다. 건축가 최문규 교수와 가아건축사무소는 미술관 입구에 세워진 아름드리나무 기둥과 곳곳에 심어진 소나무로 간송의 상징성을 드러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은 한옥의 특색을 살려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박석(薄石)으로 조성된 마당과 중정, 수공간은 건물과 자연을 부드럽게 연결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시대적 비극을 이겨낸 간송의 숭고한 신념을 건축적으로 표현했다.
외부 공간은 대구대공원의 지형과 안동 도산서원의 경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 전통 건축의 계단식 기단과 터의 분절을 접목해 자연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내부와 외부는 지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유연하면서도 깊이 있는 공간감을 선사한다.건물의 주 출입구는 2층에 위치하고, 전시실은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건물은 팔공산을 바라보고 있고, 낮고 수평적인 대지와 조화를 이룬다. 특히 내부에 있는 큰 유리창과 열린 공간은 빛과 그림자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화강석 마감과 나무 기둥 그리고 하늘을 향한 창문은 자연과 맞닿은 미감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우리의 정체성을 지킨 흔적

‘간송의 방’에서는 수장가, 교육자, 연구자, 예술가로서 시대를 앞서 살아간 간송 전형필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삶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지켜낸 숭고한 여정이다. 상설전시는 간송 선생의 의지와 염원이 담긴 특별한 기획이다. 서화와 도자를 중심으로 불상, 목판 등 다양한 소장품이 시대·분야·유파별로 공개되며,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의의를 깊이 있게 전달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고려청자의 백미로 꼽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그리고 절제된 화려함과 뛰어난 기법을 보여주는 조선 백자의 걸작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이 있다. 또한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를 담은 화첩인 ‘혜원전신첩(국보)’, 이문익의 ‘선동전약(국보)’, 김정희의 ‘황화주실(국보)’ 등이 전시 중이다. 화려한 색채와 유연한 필선, 감각적인 구성이 어우러진 이 작품들은 조선 후기 선조들의 삶과 정서를 생생하게 전한다. 한때 일본으로 유출됐던 ‘혜원전신첩’은 1935년경 간송 선생이 수집해 우리 품으로 돌아왔으며, 1970년 국보로 지정돼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가 지켜낸 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정체성이다. 간송의 뜻은 오늘날,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
(왼)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오)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여섯 개의 전시실은 각 유물의 성격에 맞게 설계돼, 작품이 품은 고유한 아름다움과 시대의 기억을 온전히 드러낸다.
대구간송미술관 이용 안내
  • 주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70
  • 운영시간 (동절기) 10:00~18:00
    (하절기) 10:00~19:00
  • 문의 053-79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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