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력사
전차와 한성전기, 그리고 한국전력 Ⅲ
전차,
지금 우리에게 돌아오다
전차는 사라졌으나, 아직도 우리의 곁에는 전차의 흔적이 밀접히 남아있다. 종로를 관통하여 청량리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은 전차 노선의 잔상이며, 지금 어렴풋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과거 종로의 이미지 속에도 전차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실제로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광화문 광장과 흥인지문 앞 그리고 청계천 일대 발굴조사 과정에서 종종 전차 침목과 선로들이 확인되고 있다.
글 이상일 홍보처 홍보기획부 학예사
앞을 지나는 전차
(『서울의 전차』, 서울역사박물관, 2019)
- 전차, 광화문에서 다시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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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는 어디일까? K-문화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서울 역시 전 세계적인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기에 어느 한 곳을 꼽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에 가장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경복궁 일대라 말할 수 있다. 극도로 밀집된 도시 공간 속에 전통적 공간이 공존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첨단 미디어월이 가득한 세종대로 일대의 끝에는 경복궁과 광화문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 광화문 앞 광장에서는 한복을 입은 많은 외국인들이 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한다. 특히 이 광장은 ‘월대(月臺)’라고 불리는 곳으로, 경복궁의 남문(南門)이자 정문(正門)인 광화문 앞에 두는 ‘섬돌’이다. 본래 조선시대 전기(前期)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이 바닥에 박석을 깔고 햇빛 가리개를 설치하여 활용했으나, 조선시대 말 흥선대원군이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광화문 앞에 월대를 조성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곳 광화문 월대에서 전차와 관련된 대규모 유적이 발견되었다. 국가유산청의 「경복궁 종합정비계획」 수립에 따라 2006년부터 광화문복원사업이 진행되며 월대의 일부 구역을 찾게 되었다(2007년). 이후 발굴조사(2022년)를 통해 전체 월대의 규모와 구조를 확인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2023년)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월대를 파괴하고 그 위에 설치했던 전차 궤도가 확인된 것이다.
광화문 일대의 전차 노선은 1917년 총독부 공사에 필요한 재료를 운송하기 위해 월대 위치까지 경성전기에 의해 처음 부설된 후, 경복궁 주변에 직장을 둔 사람들을 위한 여객용으로도 운행(1918년)되었다. 그러나 1923년에 들어서면서 동쪽 안국동의 사택 단지 노동자를 위한 안국 동선이 부설되고, 경복궁에서 조선부품업공진회가 개최되어 서쪽에 통의동선이 부설되면서 월대는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해당 노선들은 총독부 이전(1926년), 효자동 일대 학생 수요 및 북촌 지역 인구 밀집을 계기로 복선화되었다. 이 노선은 경성전기를 거쳐 한국전력이 운영을 이어갔는데, 1966년 존슨 미국 대통령 방한을 급히 준비하는 과정에서 철거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묻혔기에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 전차, 전기박물관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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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차 궤도는 부설 과정에서 경복궁 광화문 월대를 훼손시켰지만, 이 또한 100년의 역사를 품은 근대의 유산이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발굴조사 후 전차궤도를 인수할 기관을 찾았는데, 가장 먼저 고려된 곳이 한성전기-한미전기-경성전기를 계승하며 과거 전차를 실제로 운영하고 소유한 역사를 가진 우리 한국전력이었다. 다만 당시 전기박물관이 리노베이션 중이었기에 우선 철도박물관으로 옮겨졌으며, 과거 전차의 역사자료를 다수 소장하고 있는 전기박물관의 협조를 통해 ‘서울 전차 역사관’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전차의 역사를 담고 있는 궤도가 드디어 우리 한국전력 전기박물관에 돌아왔다.
박물관에는 기존에 당시 전차에서 사용된 속도제어기, 신호종, 상하차 종 등이 설치된 전차 실물 모형이 있었다. 그 앞에 광화문 월대에서 출토된 전차 궤도를 설치하여 전시를 시작한다. 이 궤도는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일반 궤도와 달리 시설하기 힘든 곡선구간 궤도로 당시 최첨단 재료인 콘크리트로 조성된 노반 위에 세척된 강자갈을 깔고 설치한 것이다. 본래 노면 전차의 궤도는 도로에 묻혀서 운영되기에 이 구조가 잘 보이지 않지만, 박물관 전시물은 궤도 구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노출 방식을 택했다. 전시장 전면은 궤도를 구성하는 침목, 이음매판, 개못, 레일, 보조레일의 실물을 과거 모습 그대로 조합하여 보여주고, 전시장 측면은 2m 길이의 레일을 설치하여 전차가 달렸던 노반 모습을 복원하였다.
전차는 1888년 미국에서도 시험 운행 중이었던 것으로, 1899년 우리 한성전기가 당시 최첨단 사업인 전기를 활용한 대중교통을 첫 사업으로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성전기는 본래 전기철로, 전기등, 전화와 같은 당시 최첨단 기술을 이끌고 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이는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에너지의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향한 여정을 이끄는 것처럼, 전차 역시 한국전력의 전신인 한성전기 탄생과 함께해 산업 진흥과 일상 생활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며 근대로의 질주를 이끌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전기박물관에서는 한국전력의 태동을 함께한 전차의 역사와 가치를 더욱더 널리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