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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화마 속 전력의 맥박을 지키다 : 산불 재난과 한전의 사명
글 조수영 송변전운영처 송전운영실 차장
대한민국 국토의 약 63%는 푸른 산림으로 덮여 있다. 이 울창한 숲은 맑은 공기와 휴식을 선사하지만,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전력망의 핏줄인 송전선로가 지나는 거대한 현장이기도 하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도심의 불을 밝히기까지 거쳐야 하는 송전철탑의 약 78%인 3만 2천여 기가 바로 이 산악 지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과 전력설비는 이처럼 숙명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대형화·일상화되고 있는 산불은 이 평온한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력설비는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의 근간이기에, 불길이 산을 타고 번질 때마다 우리는 전력계통의 안녕을 위해 총력을 다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과 전력설비는 이처럼 숙명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대형화·일상화되고 있는 산불은 이 평온한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력설비는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의 근간이기에, 불길이 산을 타고 번질 때마다 우리는 전력계통의 안녕을 위해 총력을 다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 데이터로 살펴보는 산불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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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의 통계를 분석해 보면 산불의 위협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529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전력 설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송전선로 정지를 일으키는 사례도 연간 약 9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3월 발생한 영남권 대형 산불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무려 10일간 지속된 역대 최악의 산불은 축구장 14만 6천여 개 면적에 달하는 10만 4천 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송전선로가 19회 멈춰 섰으며, 경북 지역 송전선로의 동시다발적인 정지로 변전소 2개소마저 정지하여 약 9만 2천 세대가 어둠 속에 갇히는 정전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전력망이라는 국가 핵심인프라가 얼마나 거대한 외부 위협에 직면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 산불은 왜 전력망을 멈추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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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전력설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불에 타는 것’ 그 이상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장 원인은 바로 ‘절연 파괴(Flashover)’ 현상이다.
연기로 인한 선간 단락 송전선로의 전선 간 절연을 유지하는 물질은 바로 공기이다. 154kV 송전선로는 약 4m, 345kV의 경우는 약 8m의 전선 간 거리를 두고 있으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절연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화재 시 발생하는 짙은 연기와 탄소 입자(Soot)는 공기 중의 절연 성능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이 연기 입자들이 일종의 전기가 흐를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여 전선과 그 아래의 수목, 혹은 전선들 사이에서 합선(단락) 사고를 유발하고 선로는 자동으로 차단된다.
고온에 의한 물리적 변형 수천 도에 이르는 화염의 열기는 알루미늄 전선을 연화시키거나 단선시킬 수 있다. 화염 중심부의 최고 온도는 약 1,200℃이며 주변 연기의 온도 역시 약 600℃에 이른다. 전선이 화염에 노출되면 전선 온도는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고 열팽창으로 전선이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처진 전선이 선로 아래의 수목과 접촉하게 되면 이 역시 선로 정지로 이어진다. 또한, 지속적인 가열로 전선과 지지 구조물인 애자를 파손시켜 설비 자체를 불능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국내 전력망은 대부분 우회 선로를 확보하고 있어 단일 선로 정지 시에는 전력 공급에 큰 지장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산불은 광역적인 재난이다. 다수의 송전선로가 동시에 불길에 휩싸일 경우, 계통 전체가 마비되는 ‘블랙아웃(Black Out)’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가 산불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2025년 화마(火魔)에 맞선 한전의 총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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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전력 계통을 사수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비상 대응 2025년 영남권 초대형 산불 당시, 본사와 사업소 인력은 물론 협력회사까지 포함하여 연인원 약 7,5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은 24시간 산불 진화상황을 실시간으로 본사 및 사업소 비상상황실과 공유했고, 산불피해 중앙합동 지원센터 및 도청 상황실에 파견되어 지자체와 상호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송전선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설비 주변 우선 진화 요청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불길이 잦아든 즉시 산불 피해가 예상되는 636개소의 설비를 점검해 조치했다.
전력계통 특별관리 산불지역 내 송전선로와 변전소의 정지에 대비하여 배전사업소와의 협업을 통해 부하 사전전환 등 신속한 조치로 정전을 최소화했다.
특히, 산불이 근접하는 무인변전소 4개에 대해 신속한 현장 상황판단과 조치를 위하여 유인화 체계로 즉시 전환하여 관리하였다.
산불 진화 자원의 공유 한전은 자체적으로 산불지연제를 전국 거점 변전소에 분산 비축하고 있다. 기존 25톤을 보유하였으나 작년 대형 산불 이후 비축량을 52톤까지 확보하여 비상시 대응역량을 강화하였다. 지난 의성 산불 당시, 한전 보유분 중 16톤을 산림청에 긴급 지원하여 산불의 대형 확산을 막아냈으며, 이 사례는 기관 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였다.
핵심 기반시설 우선 복구 산불 관련기관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통신 기지국 181개소와 물자 수송용 터널의 전기설비 등 핵심 기반시설을 최우선으로 복구하였다. 그리고, 한전을 포함한 전력그룹사 차원의 성금 기부와 함께 산불피해 이재민의 조기 일상회복을 위한 이재민 숙소용 발전차와 재난 구호급식 및 모듈화 주택 전력공급 등 사회적 책임 완수에도 앞장섰다.
- 산불에 대비한 선제적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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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결코 어느 한 기관 혼자만의 힘으로 대응할 수 없다. 한전은 산불 관련기관과의 견고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산불로부터 전력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이행 중이다.
업무협약(MOU) 확대 2024년 산림청과의 업무협약에 이어 2025년 국립공원공단 및 강원특별자치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전력설비 주변의 위험 수목을 공동 관리하고 행정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였으며, 산불 발생 시 신속한 합동대응체계를 구축하였다.
유관기관 초청 견학·세미나 시행 산불 관련기관의 전력설비 이해도 증진을 위한 지원과 협력도 강화한다. 산림청, 국립공원, 소방서, 지자체 공무원 대상 전력설비 견학과 세미나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협업기관에 전력설비 운영 특성, 진화 과정 시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여 안전한 진화를 지원하고, 기관 간 공조체계를 더욱 강화한다.
대국민 홍보 캠페인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산불 관련기관과 함께 지난해 187회 이상의 예방 캠페인을 시행하여 국민들이 산불 예방과 전력설비 보호의 파수꾼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올해도 산불캠페인은 지속된다.
주도적 방어체계 구축 산불 진화기관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자체 방화선 구축을 위한 살수시스템을 확대 중이다. 현재 강원지역 양양, 동해변전소 등에 설치된 시스템을 이동형 장치로 개선하여 케이블타워, 타 변전소 등 다양한 개소에 탄력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제도 개선 산지에 위치한 변전소의 경우 산불의 피해를 받으면 복구가 장기화될 우려가 높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건축법」에 따라 변전소를 포함한 모든 건축물은 5~15%의 면적의 조경이 의무화 되어있다. 변전소의 경우 녹지확보와 경관개선 등 조경 목적과의 상관성이 낮음을 근거로 조경 의무 면제를 위해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 중이다.
설비 보강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로 외벽 마감된 변전소에 대해 외장재 교체를 순차적으로 시행 중이며, 화재유입 방지를 위해 변전소의 울타리를 콘크리트 블록담장으로 설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중선로 케이블의 화재 피해 방지를 위해 보호판 교체와 노출부에 대해 난연테이프로 보강 중이며, 케이블 타워의 부지 내 잡석과 콘크리트 시공을 추진하고 있다.
산불위험지역 특별관리 전력설비로 인한 산불발생 예방을 위해 2025년 9월부터 본사, 전력기자재센터, 전력연구원 등과 합동으로 산불예방대책반을 운영 중에 있다. 또한, 산불 고위험 지역인 강원, 대구, 경북본부 24개 지사를 산불예방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여 산지선로 가공케이블 교체, 지중화, 무부하구간 계통분리 등 산불방지 최우선의 설비보강과 계통운영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여 산불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수목관리 강화 수목으로 인한 산불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 협업 숲가꾸기 사업’, ‘정부 협업 위해목 제거사업’ 정례화 등 지자체, 정부와 함께 수목으로 인한 산불예방체계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산불에 의한 송전선로 고장 예시
대부분의 산불 관련 선로 정지가 이에 해당
- 빛을 지키는 약속, 중단 없는 전력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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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현대 사회의 공기와 같다. 그 공기를 흐르게 하는 혈관이 산림 속에 있고, 우리는 그 혈관을 지키는 수호자다. 산불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 전력 설비는 취약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24시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며 화마와 맞서는 한전인들의 땀방울이 있다.
산림 보호라는 환경적 가치와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공익적 사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앞으로도 한국전력은 첨단 감시 시스템과 관련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어떤 재난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멈추지 않도록 빛의 맥박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다.
(2025년 3월 영남 대형산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