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세련되거나 유서깊거나,
중부전력지사의 전력설비들
변전소가 이래도 되는가 반문할 만큼 세련된 외관을 갖춘 변전소가 있는가 하면 오래된 서사를 품은 채 사라져가는 변전소도 있다. 중부전력지사의 특별한 ‘전력설비들’을 소개한다.
글 장은경
사진 이동진
- 주민친화형 변전소의 상징, 중부변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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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과 붉은 물결이 시선을 따라 건물 벽 위에서 일렁인다. 건축미가 돋보이는 건물의 정체는 갤러리도, 공연장도 아닌 한국전력공사 중부변전소다.
1998년 3월 준공된 중부변전소는 MBC, YTN, 지하철 공사, 마포구청 등 서울 시내 주요 언론사와 교통시설, 공공기관 등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설계 당시 역동적인 에너지와 한강의 유연한 흐름과 융합해 은유적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외관은 변전소가 단순한 에너지 공급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존하는 친근한 공간이자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임영섭 중부전력지사장. 그의 말대로 중부변전소의 독특한 외관은 마포새빛공원 내에서도 유독 시선을 끈다.
중부변전소가 자리한 마포새빛공원도 역시 서울화력(옛 당인리화력발전소) 부지를 지하화 하고 발전소 시설물들을 예술적 조형물로 승화시킨 한국판 테이트 모던이라 불리는 현대적 문화공간이다. 이곳은 한강변과 맞닿아 있어 한강 풍경과 노을을 조망할 수 있고 산책도 즐길 수 있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 중부변전소는 주변 공원의 구조물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중부변전소는 ‘변전소는 딱딱하고 부정적인 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고 보다 친근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장착한 채 지역 주민들에게 성큼 다가선다.
중부전력지사의 변전소들은 이처럼 지역사회와 친근하고 조화롭게 공존한다. 옥인변전소는 기품 있는 격자 문양과 기와를 얹은 한옥풍 디자인을 가미해 주변의 광화문, 서촌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특히 이 일대는 핵심적인 국가 중요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기에 이곳을 지키는 중부전력지사 사우들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88년의 세월을 품은 채 올해 안에 철거되는 수색변전소의 마지막 봄날.
- 수색변전소, 88년의 오래된 이야기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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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전력지사에는 오래된 서사를 간직한 변전소도 있다. 무려 88년의 세월을 간직한 수색변전소다.
수색변전소는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154kV 초고압변전소로 1937년 4월 조선송전주식회사로 출발해 1943년부터 조선전업주식회사 소속이 됐다. 그리고 1948년 5월, 평양 제1변전소~수색변전소 간 송전이 중단되는 5.14 단전의 중심이 됐던 역사적 공간이다.
현재는 수색변전소 지하화 공사가 한창이며 지상에는 서대문은평지사 사옥이 올라가고 있다. 신축 변전소는 올해 안에 준공 예정이며, 이와 함께 오래된 수색변전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수색변전소의 오래된 철골은 눈에 띄게 휘었고, 변전소 차벽 위에 검버섯처럼 검은 이끼들이 끼어있다. 변전소 관리동은 회색처럼 바랜 연보랏빛 벽돌 건물이 마치 홍콩 누아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주변의 아파트에 둘러싸인 이질적인 공간은 수많은 서사를 품고 사라질 터이다. 흐드러진 벚꽃과 함께 여든 여덟 살 수색변전소의 마지막 봄날이 가고 있었다.
진단·점검하는 중부전력지사 송전팀 직원들.
-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주~ 중부 선로
- 중부전력지사가 관리하는 오래된 설비는 수색변전소만이 아니다. 국내에 6개만 존재한다는 345kV OF선로, 그중에서도 미금~성동 선로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선로인 양주~중부 선로를 중부전력지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양주~중부 선로는 97년에 준공됐다. OF선로란 절연유를 채워 절연 성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30년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운영되다 보니 OF케이블 내 절연유가 종종 누유되곤 한다고 한다. 누유 지점을 찾고 정비하는 과정에서 온 몸이 기름 범벅이 되고, 밤을 새워 작업 하는 게 일상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345kV 선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일하고 있다고 이들은 자랑스럽게 말한다.
- 전 구간 지중화, 최첨단 과학화 시스템으로 24시간 통합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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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중요하거나, 오래된 전력 설비들을 운영해야 하는 중부전력지사는 특히 전 구간이 100% 지중송전선로로 구성되어 지중송전 설비 통합 감시실을 갖추고 최첨단 과학화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중부전력지사의 전력설비들. 하지만 세대가 바뀌어도 전력설비를 향한 그들의 진심만큼은 바래지 않는 모양이다. 전력설비 현장으로 향하는 중부전력지사 사우들의 넉넉한 봄 햇살이 내려앉았다.
고배율 망원경으로 GIS를 진단하는 수색변전소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