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발러’가 되기까지
"발레를 했을 것 같아."
대학생 시절, 한 동기의 이 말은 제게 꽤 인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중고등학생 시절 재즈댄스와 걸스힙합을 배운 경험이 있을 뿐 발레를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춤을 배운 경험이 자연스럽게 자세에 영향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발레 코어’ 스타일이 유행하던 지난해까지 취미로 사진 모델을 하면서 유독 발레 콘셉트를 제안받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정작 저는 발레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어설픈 발레 자세를 취하려니 스스로 민망함과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왕 이렇게 자꾸 오해를 받는 김에 제대로 배워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발레핏 수업을 통해 발레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약 6개월 차 초보 취발러(취미 발레러)가 되었습니다.
사진 김종식 # 점심 발레 모임은 지난 3월, 뜻밖의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점심 발레 모임 시작하다
점심 발레 모임은 지난 3월, 뜻밖의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나주 본사에서 발레 동호회를 운영하시던 대리님이 아트센터로 오시면서 저에게 발레 모임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마침, 저는 같은 건물 내에서 발레핏 수업을 듣고 있던 터라, 센터에 문의해 보니 일정 인원만 모이면 점심 수업 개설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살펴보니 이미 발레를 하고 계신 분도, 관심을 두고 계신 분도 적지 않았고,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최소 인원을 채워 올해 3월 첫 점심 발레 수업을 개설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분은 발레를 배우는 딸아이를 위해 함께 발레를 배워보려고 등록하신 차장님이셨습니다. 현재 점심 발레 수업은 주 2회, 월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에 50분씩 진행됩니다. 사무실과 가까운 공간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장점으로 다들 “ 의외로 부담이 없다” 라며 즐겁게 참여하고 계십니다.
사진 김종식 #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오늘도 해냈다”라는 기분이 남습니다.
발레로 코어 잡고 통증도 잡다
수업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기본 근력 운동, 바(Bar) 동작, 센터 동작, 그리고 간단한 점프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발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중요한 근육은 코어 근육입니다. 발끝으로 균형을 잡은 채 상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우아할 수는 없습니다. 첫 수업에서는 플랭크조차 버티기 어려워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렸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대 부분이 한층 안정된 자세로 동작을 이어가고 있습 니다.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오늘도 해냈다” 라는 기분이 남습니다.
발레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자세 교정입니다. 대부분이 사무직이다 보니 구부정한 자세로 업무를 하는 일도 많고, 제 개인적으로는 허리 디스크로 인한 불편함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레를 시작한 이후 코어가 강화되고, 바른 자세를 의식하게 되면서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발레를 ‘취미’가 아니라 ‘인생 운동’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즐거움은 음악과 의상입니다. 발레는 리듬과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운동이라 지루할 틈이 없고, 자연스럽게 기분도 밝아집니다. 최근에는 성인을 위한 다양한 예쁜 발레복도 많이 출시되어 내 취향에 맞는 발레복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고, 꼭 고가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예쁜 선택지가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새로운 옷을 입고 수업에 들어가는 날은 괜히 더 기분도 좋아집니다.
생각지 못했던 큰 선물은 ‘사람’입니다. 수업이 끝난 뒤 땀에 젖은 채로 서로를 마주하면, 이유 없이 웃음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같이 버텨냈다”라는 묘한 동지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서먹하던 동료와도 바를 사이에 두고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게 됩니다.
우아함 뒤 땀방울의 묘미
물론 발레는 보이는 것처럼 마냥 쉽고 우아한 운동은 아닙니다. 근육통은 거의 항상 따라오고,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특히 코어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면 발목이나 무릎에 부담이 갈 수 있어 꾸준한 기초 근력 운동도 함께 필요합니다. 발레복 또한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의 라인을 확인하며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한 운동이니 만큼 발레복이 꼭 아니더라도 요가복이나 필라테스 복장처럼 몸의 움직임이 잘 보이는 복장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수업 중에는 모두가 본인의 동작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삶에 우아함을 더하는 작은 발돋움

아직은 이름도 없는 작은 모임이지만, 저희는 꾸준히 연습을 이어나가며 언젠가 작은 공연을 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피치를 닮은 사랑스러운 선생님의 지도 아래, 조금씩 성장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주셔도 좋 겠습니다. 점심시간의 짧은 여유 속에서, 몸과 마음 을 가다듬고 잠깐의 우아함을 더하는 시간. 발레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입니다. 혹시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가볍게 한 걸음 내디뎌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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