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3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 2월 말 중동에서 시작된 에너지 수급 불안은 꽃샘추위보다 먼저 찾아와 우리나라 에너지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고공행진 중인 국제 연료 가격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국민들은 주유소 가격 표지판에서 수급 불안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의 충격이 다시 떠오른다. 국제 정세에 따라 반복되는 에너지 위기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글 문아현 수요효율처 효율사업실 차장
- 경제적이고 신속한 위기 대응방안, 수요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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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나라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고 한다. 이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수급 불안은 곧 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번진다. 이번 중동발 에너지 위기도 삽시간에 각종 산업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대응 수단은 바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 에너지 수급 불안이 발생하자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단계를 격상하고, 석탄 및 원자력과 같은 전원 믹스 조정 등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석유 최고 가격제 도입과 대통령 특사 파견 등의 조치도 시행했다. 한전 역시 에너지 절약에 대한 대외적 관심을 환기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승용차 요일제와 같이 자체적인 수요 절감 조치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이러한 정부나 기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한 대처가 어렵다. 물건을 지탱할 때에도 3개의 지지점이 있어야 비로소 안정될 수 있듯,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또 하나의 축이 필요하다. 바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참여다.
- 국민들의 참여가 이끄는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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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국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뉴스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되어 왔다. 다만 개인의 절약 실천이 과연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모든 국민이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대형 주택에 거주하는 것도 아닌 만큼, 가정에서의 절약이 국가 차원에서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되돌아보면 과거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국가적 위기 극복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던 사례는 적지 않았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 당시, 전문가들은 생태계를 복구하는 데에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모인 123만 국민들의 힘으로 태안은 10년 만에 완전히 복구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IMF 외환위기 시기 금 모으기 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참여 역시 국민의 참여가 위기 대응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국민들의 참여가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 사례가 있다. 2013년 원자력 발전소 3기가 운행을 멈추면서, 그해 여름 강제 순환단전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었다. 정부에서는 즉시 전력 수급 비상상황임을 선언하며 에너지 절약 실천을 호소했다. 이에 무더운 날씨에도 냉방기 사용을 자제하는 등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지면서 불과 3일 만에 비상상황이 해제되고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는 당장 에너지 공급을 보완할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절감이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도 국민 참여의 힘이 결코 미미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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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5부제(요일제) 포스터. -
에너지절약 국민행동 포스터.
- 한전과 함께하는 에너지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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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에너지절약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한전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국민들이 한전의 효율향상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효율기기 지원사업이나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등이 있다. 한전은 고효율기기 구매·교체 과정에서 국민들의 비용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기기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택용 에너지캐시백과 같은 행동변화사업에 참여하면 절감한 전력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있다. 이는 그저 단순히 전기를 아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절약 실천에 따른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제도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로 가시적인 에너지 절감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전의 효율향상사업 실적은 1,101GWh로, 이는 서울 강남구 28만 세대의 연간 주택용 전력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발전소로 환산하면 1GW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가 약 46일 동안 100% 가동된 것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또 하나의 발전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규모의 성과인 동시에,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올해 한전은 에너지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더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절약 플랫폼인 ‘슬기로운 전기생활’을 개설하여 절전 Tip을 제공하고, 다양한 효율향상사업을 한 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학생 대상 에너지교육을 확대하고 대국민 공모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효율적인 전기사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언론 보도와 영상 콘텐츠 등을 활용한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에는 서울 명동에서 CEO와 함께하는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절전 행동을 소개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시민과 에너지 절약에 대해 소통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중동에서 시작된 에너지 수급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단순히 여건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며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으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슬기로운 전기생활 플랫폼을 활용하고 주택용 에너지캐시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에너지 절약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국가와 개인 모두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과 같은 작은 변화들이 모인다면,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