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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읽는 협응의
동심원
글 남상우 충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다시 월드컵의 계절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성적일 것이다. 16강? 혹시 8강까지? 아니, 3전 전패로 끝나는 건 아닐까? 스포츠를 향한 대중들의 성적 관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적 고민 이전에 우리가 생각해 볼 건 무엇이 좋은 경기력의 기반을 다지는가의 문제다. 거기엔 협응의 ‘동심원’이 놓여있다.
- 몸에서 이루어지는 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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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기력은 선수 개인의 몸에서 출발하는 법이다. 강한 체력, 정교한 기술, 빠른 판단력, 넓은 시야. 이런 역량은 유전적으로 타고나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습득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들 역량 간의 조화, 즉 ‘협응성’이다. 농구 수업 때의 일이다. 한 학생에게 드리블, 풋 워킹, 시선 처리 방법 같은 걸 모두 알려주고 레이업 슛을 해보라고 했다. 하나씩 할 때는 잘하던 아이가 이걸 동시에 적용해 보라니 어색한 동작을 한다. 손발과 정신, 시선이 협응하지 못한 탓이다.
스포츠과학은 협응을 명료하게 정의한다. ‘인간의 신경, 근육, 감각이 하나의 동작을 위해 정확한 순서와 강도로 함께 작동하는 능력.’ 축구공이 발등에 닿으면 선수의 눈은 공의 궤적을 읽고, 뇌는 거리와 속도를 계산하며, 척추는 무게 중심을 옮겨 발목과 무릎, 고관절 근육의 정확한 수축을 이끈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아름다운 슈팅, 그리고 골. 리오넬 메시의 마법 같은 드리블, 손흥민의 언터처블 슛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최고의 협응 결과물인 셈이다. 우리는 이 협응이 만들어 낸 경기력에 열광한다.
- 열한 명이 만들어 내는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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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스페인이 보여준 ‘티키타카’를 기억한다.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로 이어지는 패스를 보면서 순간 어부들이 던지는 그물망이 떠올랐다. ‘엄청 촘촘하네.’ 그 장면을 중계하던 해설진들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마치 공을 받기 전 어디로 보낼지, 공이 어떻게 올지 알고 움직이는 것 같네요.” 선수들은 서로의 위치와 호흡을 미리 읽고 굳이 보지 않고도 거기에 공을 보낸다. 동료가 거기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축구가 만드는 두 번째 협응의 결이다.
이런 협응 장면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우리 대표팀 경기에서도 등장했다. 손흥민이 우리 진영에서 70m를 내달려 황희찬 선수에게 내준 마지막 패스. 수비수 두 명에게 막힌 손흥민이 뒤를 보지도 않고 앞으로 툭 내준 패스를 어느샌가 황희찬이 달려와 받아 골로 연결한 장면이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두 명의 신뢰가 만든 협응의 결과였다. 동료가 받기 좋은 자리에 공을 놓아주는 배려, 보지 않아도 거기 있을 거라는 확신. 선수 개인의 몸이 잘 다듬어진 악기라면, 열한 명의 축구팀은 오케스트라다. ‘같이 뛰기’를 넘어 ‘서로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기’. 그것이 팀에 필요한 협응의 모습 아닐까.
- 팀과 시스템의 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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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팀은 그 팀과 협회, 리그, 인프라 간의 협응에서 탄생한다. 그 협응의 동심원을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일본 축구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일찍이 ‘Japan’s Way’라는 이름으로 자국 축구의 철학과 로드맵을 문서로 정리해 전국 클럽과 학교, 연령별 대표팀에 공용 언어처럼 배포했다. 감독 개인별 취향을 넘어 연령대별로 어떤 기술을 익히고 어떤 상황 판단을 훈련할지 그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일본 축구의 ‘나침반’을 세운 것. 이 덕분에 선수들은 소속팀을 옮기거나 대표팀에 소집돼도 전혀 다른 축구를 한다는 느낌을 갖지 않는다.
최근 일본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가 바로 시스템의 협응 덕이다. 일본 축구는 J1, J2, J3에서 지역 리그까지 이어지는 다층적 피라미드 안에서 각 팀이 저마다의 캐릭터를 뽐낸다. 클럽은 큰 틀에서 각자의 전술을 시험하고, 때론 대표팀보다 한발 앞선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이런 변화를 일본축구협회가 받아 다시 기존 시스템에 반영한다. 올해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U-19 대표를 국가대표 캠프에 모두 데려가 같은 전술 언어를 경험케 한 것도 클럽과 연령별 대표, 국가대표(A대표) 간의 협응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 다시, 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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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의 요소끼리 협응하면 선수가 살아난다. 선수가 살아나서 협응하면 팀이 산다. 팀의 협응이 성공하면 이를 둘러싼 시스템도 살아난다. 그리고 시스템끼리 협응한다면? 축구 강국이 만들어진다. 협응의 동심원은 안에서 밖으로 퍼지면서 동시에 밖에서 안으로 피드백한다. 어느 한 고리만 끊겨도 전체가 흔들리는 연결고리인 셈. 다가올 월드컵,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골의 숫자나 16강 진출 여부보다도 그 협응의 동심원이다. 잘 맞물려 있는가? 어디서 어긋나 있는가? 그리고 월드컵이 끝났을 때, 이 질문을 우리 삶에도 던져보자.
오늘, 우린, 잘 협응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