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CO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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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에서 배우는 것들
펜싱 입문기
글 김동훈 해외원전사업본부 해외사업리스크관리실 차장
# 제주도 협재해수욕장에서 후배와 함께 펜싱 수련
- 시작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 사실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2019년 집 근처에 펜싱클럽이 생겼고, 마침 회사 사보에서 펜싱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 이거 한번 해볼 만하겠다” 싶어 다음 주에 바로 찾아가 등록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저의 취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 펜싱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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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은 플뢰레, 사브르, 에페 세 종목으로 나뉩니다. 겉으로는 다 비슷해 보이지만 규칙이 완전히 다릅니다.
플뢰레는 몸통만 찌를 수 있고,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에 따라 득점이 갈립니다. 사브르는 ‘베기’가 되고 전개가 굉장히 빠릅니다. 처음 봤을 때 “저거 눈에 보이기나 하나” 싶을 정도였어요. 오상욱 선수가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에페는 좀 다릅니다. 전신이 다 득점 대상이고, 동시에 찌르면 둘 다 점수가 납니다. 공격권 같은 개념이 없어서 규칙이 단순합니다. “누가 먼저 정확히 찌르느냐”가 전부입니다. 과거 유럽의 결투 규칙을 그대로 적용해서 플뢰레, 사브르보다 훨씬 직관적입니다.
저는 이 단순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복잡한 규칙 없이 거리와 타이밍, 전략으로만 승부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 하다 보니 우리 인생과 닮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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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훈련하다가 “이거 우리 인생사하고 비슷하네”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에페는 무리하게 들어가면 바로 맞습니다. 상대도 준비가 되어 있고 예측을 하고 있으니까요. 타이밍을 놓치면 기회가 사라지고, 상대가 뭘 할지 읽으면서 동시에 내 의도는 숨겨야 합니다. 결국 경기 내내 “지금 들어갈까? 한 템포 기다릴까? 어떻게 혼란에 빠트리지? 고민하며 시도를 반복하는 게임입니다.
우리 삶도 비슷하더라고요. 너무 빨리 움직이면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너무 늦으면 기회를 놓칩니다. 판단과 타이밍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작동하는 걸 경험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펜싱은 한 명의 상대와 블레이드를 가지고 하는 게임이라 상대방과 대치하는 압박상황에 좀 더 강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 직장인한테 생각보다 잘 맞는 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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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은 체력보다 경험이 중요합니다. 거리 감각과 타이밍이 핵심이라, 40대가 10·20대를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습니다. 오래 할수록 경험과 전략적 경험치가 쌓여 더 잘하게 되는 구조이기에 연식이 오래된 직장인에게 유리합니다.
위험해 보이지만 보호장비가 잘 갖춰져 있어서 부상도 적습니다. 무릎이나 발목에 충격이 누적되는 구조도 아니고요. 저는 “월요일 출근에 지장 없는 운동”이라고 표현하는데, 몇 년째 틀림없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클럽은 비용도 합리적입니다. 처음엔 클럽 장비로 시작하면 되고, 월 이용료는 20~30만 원 수준입니다(레슨 15분 포함). PT나 골프 레슨이랑 비교하면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장비는 선택지가 많아서 초기 비용이 크지 않습니다. 한동안 클럽 장비로 즐기다가,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면 그때 장비를 구매해도 충분합니다.
- 제가 다니는 곳, 광주국대펜싱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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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주 전력거래소에서 기존에 같이 펜싱을 하던 분과 소규모로 운동하며, 광주국대펜싱클럽에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박경두 감독님(전 국가대표, 세계선수권 은4, 동1 등)과 이상미 코치님(2024년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초 여자 개인 3위 등)이 직접 지도하시는데, 두 분 다 세계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선수 출신 지도자이십니다.
처음에 그 사실을 알고 좀 놀랐습니다. 그냥 지방 클럽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지도 수준이 확연히 달랐거든요. 실제로 엘리트 및 해외 대표 선수들이 개인지도를 받기 위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동작만 교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경기 운영, 타이밍과 전략적 판단, 압박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까지 가르쳐 주시기에 초보자부터 경험자까지 배울 수 있는 환경입니다.
- 혼자 싸우지만 혼자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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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는 다양한 연령대(아동, 학생, 성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함께 운동합니다. 처음엔 좀 어색한데, 같이 찌르고 찔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집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혼자서 하는 기록 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은 의자가 약해지면 슬그머니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동기와 열정이 생기거든요.
펜싱을 시작할 때 대단한 각오는 필요 없습니다. “한번 가볼까?” 정도면 충분합니다. 펜싱이 궁금하거나 한번 체험해보고 싶은 분은 언제든 편하게 문의주세요.
“한번 가볼까?” 정도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