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재생에너지 시대,
전기요금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글 유제석 경영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 선임연구원
그동안 우리는 전기요금을 단순히 전기를 사용한 값을 지불하는 수단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탄소중립 기조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전력산업이 빠르게 전환되면서 전기요금은 전력망 투자를 줄이는 가격 신호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보다 가깝게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전기차 충전 시간을 바꾸게 하기도 한다.
-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원가 구조의 근본적 변화 -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시스템 체계에서는 연료비가 총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가스·석탄 등 고비용 발전원이 도매가격(SMP)을 결정하기 때문에, 사용량(kWh) 중심의 요금 체계가 가능해 요금제가 굳이 복잡해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태양광·풍력이 전원 구성의 핵심으로 올라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료비는 거의 사라지는 대신, 초기 설비 투자비·계통 안정화 비용·배전망 보강비 등 고정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급증한다. 특히 낮 시간대 태양광 공급 과잉으로 전력 가격이 0원에 가까워졌다가, 일몰 직후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급등하는 이른바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 메시지는 전력 원가의 중심이 ‘얼마나 사용했는가’에서 ‘언제·어디서 사용했는가’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량 중심의 현행 요금제로는 이 변화를 담아내기 어렵다.
-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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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구조
- 전력 구입비
- 요금 체계
- 화석연료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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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비(연료비) 중심
- 연료비 변동에 취약
- 단순 사용량(kWh) 중심
- 재생에너지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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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비(설비 투자비) 중심
- 시간대별 가격 변동 심화
- 시간대별 가격을 반영하는 요금제 필요
- 무엇이 필요한가? 요금제의 핵심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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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은 단순한 비용 회수 수단을 넘어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제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원가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여 국내 요금 체계가 지향해야 할 4가지 핵심 방향은 다음과 같다.
- ➊ 재생에너지 특성 반영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변동이 심하고 연료비는 0원에 가까운 대신 초기 투자비가 크다. 따라서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시간대별 가치를 반영한 요금 설계가 필요하다.
- ➋ 전력망 투자 최소화 분산형 전력망으로 전환되면서, 전력망 증설 압박이 커진다. 발전과 수요의 시· 공간적 이전을 유도하는 가격 신호를 통해 계통 투자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 ➌ 소비자 눈높이 맞춤 소비자는 능동적으로 전력소비 패턴을 조절하는 참여자로 변하고 있다. 획일적인 요금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와 소비 패턴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
- ➍ 에너지 신사업 육성 기여 현재 전기화 기기 보급정책과 요금제 간의 연계가 부족하여 신사업의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신규 전기화 기기 도입이 계통에 기여하는 가치를 요금과 연결하여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 캘리포니아, 고정비 분리와 맞춤형 가격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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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은 캘리포니아의 전력회사들은 이러한 출력 변동성을 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주택용 요금제를 시간대별 요금제(ToU, Time of Use)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또한 가장 최근 진행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사용량 요금에 숨어있던 망 관련 고정비를 분리해 낸 것이다.
- 시간대별 요금제(ToU) 전면 의무화 2019년 3월, 주택용 기준 요금제를 누진제에서 ToU로 전환하며 소비자가 원하면 누진제로 되돌아갈 수 있는 Opt-out 옵션을 병행함으로써 ‘저항 없는 전환’을 유도했다.
- 고정 기본요금(BSC, Base service charge) 신설 태양광 보급이 늘어나면서 사용량 요금만으로는 전력망 고정비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법안으로 월 $24 수준의 별도 고정 기본 요금을 신설하는 대신, kWh당 단가를 5~7센트 인하해 전기차·히트펌프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했다.
- 영국, 플랫폼을 통한 ‘수익을 나누는 요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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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설립 후 8년 만에 영국 소매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Octopus Energy의 비결은 요금제와 AI 플랫폼의 결합이다. 단순히 전기 판매 가격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분산 자원(EV ·배터리· 히트펌프)을 하나의 가상발전소(VPP)로 묶어 전력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그 이익을 요금 할인으로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우선, Octopus Energy에서 주목할 만한 주택용 요금제는 실시간 동적 요금제다. 실시간 동적 요금제는 도매시장 전력 가격에 연동되어 30분 단위 (Agile) 혹은 1일 단위(Tracker)로 단가가 변동하는 요금제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SMP가 0원 이하인 경우에는 네거티브 단가로 소비자에게 정산금을 지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수요 창출과 부하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플랫폼과 연결되어 활용되는 대표적인 요금제는 Intelligent 요금제다. EV 전용 요금제인 Octopus GO와 PV+ESS의 전용 요금제인 Octopus Flux에 Intelligent가 합쳐져서 고객 소유의 분산자원(ESS, EV 등) 제어권을 플랫폼으로 위임받게 된다. Octopus는 고객의 자원을 제어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은 할인된 전기요금을 적용받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에는 태양광, 배터리 등 저탄소 설비를 갖춘 에너지 자립형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10년간 전기요금 0원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제로 빌(Zero Bills)’ 프로젝트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시스템 원가 구조 변화
- 해외 사례를 통한 요금제 개편 방향성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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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국내 요금제 방향 설정에 맞춰 캘리포니아와 영국의 사례가 국내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➊ 시간대별 요금제 중심으로 단계적 전환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현행 누진제를 시간대별 요금제(ToU) 중심으로 단계적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또 부하패턴과 재생에너지 발전 특성을 반영한 시간대 및 단가를 설계하고, AMI 실시간 계량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하겠다.
- ➋ 고정비를 기본요금으로 분리 전력망 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용량 요금에 혼재된 배전망 고정비를 기본 요금으로 분리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크·경부하 단가 격차를 확대해 수요 분산을 유도하고, ESS·EV를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용 요금제도 검토가 필요하다.
- ➌ 불확실성 대비 보호장치 마련 요금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다양한 요금 옵션 제공, 전환 초기 차액 보전 프로그램, 소득 연계형 기본요금 감면 등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➍ 에너지 신사업을 육성하는 다양한 제도 EV·ESS·히트펌프 보조금 정책과 동적 요금제를 패키지화해야 한다. 또 고객 자원을 통합 제어하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해 VPP·DR 시장과 연계하는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하겠다.
- 요금제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 ‘소프트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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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E와 Octopus Energy의 사례는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요금체계는 단순한 소매가격 조정이 아니라 수요 분산 ·망 효율화 · 분산자원 통합·신사업 창출을 하나로 묶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발전 설비라는 하드웨어는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즉 요금제는 여전히 과거 화석연료 시대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도 단계적 ToU 전환, AMI 인프라 고도화, 망 비용 분리, 소비자 보호장치, 플랫폼 기반 신사업 연계를 포괄하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자료 : 허윤지 외, 미국과 캐나다의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동향 및 국내 시사점 (2023) / 조성진 외, 전력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주택용 기본요금 개편 방향 연구 (2025) / Octopus Ener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