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쉬는 숨 속에서도 번지는 숲 냄새
오랜 시간 파주는 DMZ란 키워드로 읽혔다. 안보와 평화와 통일이 맨 앞자리에 서던 곳. 하지만 요즘 파주에서는 DMZ라는 상징보다 그 땅이 오래도록 길러온 것들에 눈길이 더 쏠린다. 시간이 키운 나무 그늘에 몸을 앉혀 쉬거나, 널따란 창 앞에 앉아 한껏 자란 초록에 시선을 두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볕이 시나브로 달궈지는 때라서만은 아니다. 전쟁의 상처가 아문 자리마다 사람을 쉬게 만드는 그늘이 충분히 자라나, 어디서든 짙은 초록이 사람을 푹 끌어안아서다.
그중 나무 그늘이 유독 짙고 깊게 깔리는 숲부터 찾았다. 마장호수와 장릉, 삼릉이다. 마장호수는 이름 그대로 물을 품은 숲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220m 길이의 출렁다리 아래로 윤슬이 밟혀, 한 발 디딜 때마다 간담이 출렁거린다. 물 위에 내려앉는 초록의 그늘도 두껍다. 이 무성한 그늘을 누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느리게 걷는 것. 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4.5km의 둘레길을 걸으면,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린다. 눅진했던 마음에 리듬이 생기는 시간. 숲은 때로 그렇게 사람의 마음 안에 음악을 부려놓는다.
마장호수보다 밀도가 높은 숲은 삼릉과 장릉이다. 삼릉과 장릉은 파주가 품은 왕실의 숲. 파주 봉일천에 자리한 삼릉은 공릉과 순릉, 영릉을 말한다. 세 능 모두 숲이 능을 감싸 안은 것인지, 능이 숲 안에 잠긴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유월의 녹음이 짙다. 인조와 인열왕후 한씨가 합장된 장릉은 삼릉보다 시야가 조금 더 열려 능의 곡선이 단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울창하지만 과하게 어둡지 않아 풍경이 보다 안온하다. 특히 연한 참나무숲 터널과 맞닿아 있는 재실 앞 쉼터는 초록 그늘에 묻혀 오래 앉아 쉬기 좋은 자리.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나무 아래 벤치가 온전한 그늘 속에 있어, 누구든 ‘초록-멍’에 빠지게 된다. 시간이 쌓아 만든 숲은 참 힘이 세다.
유월의 초록빛을 그러안은 ‘사유의 공간들’
유월은 신기하다. 햇살 속에 서면 덥고 그늘 속에 들면 시원하다.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예술마을은 책과 문화, 예술이 20여 년 자라온 곳이자, 그 세월만큼 나무가 제 몸집을 키워온 곳이다. 덕분에 조형미가 남다른 건축물들 주위로 초록이 빼곡하다. 조성 당시엔 그저 조경이던 것들이 어느새 건물 사이를 메우고 창밖으로 번지며, 각각의 건물들이 초록을 차경하는 수준에 이른 것. 그래서인지 이곳들에선 숲 안에 서지 않아도 숲에 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명 ‘사유의 숲’이라 불리는 파주출판도시에서는 그 느낌이 더하다. 마치 책의 시간 안에서 책 이전의 시간을 보는 것처럼, 책과 숲 사이를 유영한다. 대표적인 곳이 지혜의 숲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빈틈없이 들어찬 책장은 그 자체로 거대한 숲. 언제였었나. 거기, 울창한 책의 숲에 들어 책은 한 줄도 읽지 않고 나온 적이 있었다. 종일 창 저편 초록에 빠져 ‘멍’만 즐기다 돌아온 날. 느슨하고 헐렁했던 그 시간이 한동안 남루한 내 마음 한켠에 세 들어 살았었다. 옅은 초록과 짙은 초록이 뒤섞인 숲으로.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도 자연을 풍성하게 빌려 쓴 곳 중 하나다. 다만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바깥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였다. 하얀 외벽 위로 나무 그림자가 지나가고, 구름 그림자가 머물다 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미메시스에서는 안에서도 오래, 바깥에서도 오래 머물러야 한다. 이 또한 매일이 쌓아가는 시간의 풍경일 테니 말이다.
시선을 꿰차는 문화공간은 헤이리에도 수두룩하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은 블루메미술관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블루메는 아예 나무를 건물 안으로 들여왔다. 아니, 원래 있던 나무의 자리를 기꺼이 지켜주며 건물을 지었다. 그 세심한 배려 덕에 거대한 굴참나무 한 그루가 미술관 외벽을 뚫고 솟아오른 듯 자란다. 마치 100년의 시간이 스스로의 무늬를 드러낸 것처럼 굴참나무 도톰한 껍질과 무성한 잎이 헤이리의 사계를 연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헤이리에선 마을 뒷산에도 올라보자. 그곳에 턱 하나 없는 노을숲길이 있다. 약 1㎞ 길이의 무장애 숲길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 일몰 무렵 올라 임진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다 돌아오기 좋다. 숲의 다정한 위로가 바람처럼 다가와 줄 테다.
건축물 사이로 흐르는 갈대샛강과 수변 산책로가 어우러진 출판도시.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멈춰 선 채 녹슬어 버린 경의선 증기기관차.
평화누리공원 초지 위에 거대한 몸짓으로 서 있는 ‘통일부르기’ 조형물.
‘멈춘 시간’ 위에 펼쳐진 초록 지평선

임진각에 갈 때마다 상상하곤 했다. 저 철책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하고. 2020년 드디어 답을 보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유명한 캠프그리브스가 있다. 2020년 개장한 임진각 평화누리 곤돌라, 즉 국내 최초로 DMZ를 연결한 하늘길이 열린 덕분이다. 캠프그리브스는 6 ·25전쟁 정전 협정 후 미군이 50여 년간 주둔하던 곳. 2004년 철수 후, 지금은 안보 및 생태체험시설로 활용 중이다. 남방한계선 2㎞ 지점에 위치해서일까. 괜스레 긴장감이 증폭된다. 아마도 종전이 아닌 정전의 시간이 흐르는 곳이기 때문일 터. 하지만 76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긴장은 잠시였고 평온은 길었다. DMZ 철책 안쪽을 드넓게 채운 초원이, 아니 나무를 비워낸 숲이 날 선 긴장마저 보드랍게 덮어버린 까닭이다.
다르르르 팽그르르… 그 초원 위에서 수천 개의 바람개비가 돈다. 주말이면 색색의 연들이 날고 아이들이 눕고 뛰며 바람을 맞는 초원. 경계 너머로 이어지는 바람이 많아 굳이 공간을 촘촘히 채우지 않은 것은 아닐지. 유월엔 누구라도 이 ‘빈 숲’에 와, 가슴에 담긴 그리움 한 점 실어 어디로든 날려 보내면 어떨지.

TRAVEL TIP

  • 파주 장릉
    • 이용시간
      09:00~18:30(6~8월)
    • 휴무일
      매주 월요일
    • 입장료
      성인 1,000원
    • 문의
      031 - 945 - 9242
  • 지혜의 숲
    • 이용시간
      10:00~20:00
    • 휴무일
      연중무휴
    • 입장료
      무료
    • 문의
      0507-1335-0144
  • 블루메미술관
    • 이용시간
      12:00~17:00
    • 휴무일
      매주 월 · 화요일
    • 입장료
      10,000원
    • 문의
      031 - 944 - 6324
  • 임진각 평화누리 곤돌라
    • 이용시간
      09:00~18:00(주말 09:00~19:00)
    • 휴무일
      연중무휴(정기점검일 별도 공지)
    • 입장료
      성인 12,000원(크리스탈 15,000원)
    • 문의
      031 - 952 - 6388
    • 기타
      신분증 지참 필수
파주에 살아보니 편견을 깬 반전 근무지 ‘파주’ 이창훈 파주지사 고객지원부 대리

‘파주’라는 이름을 들으면 군부대와 논밭, 조용한 외곽 도시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직원들이 많을 것입니다. 수도권 최북단이라는 위치 때문에 생활이 불편할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을 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제가 실제로 경험한 파주와 파주지사는 예상과 전혀 달랐고,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막연한 편견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여러분 누구라도 직접 겪어보신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파주의 독보적인 매력에 깊이 매료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1. ① 대도시 부럽지 않은 완벽한 생활 인프라와 트렌디한 상권

    2023년 파주지사로 전입한 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뛰어난 생활 인프라였습니다. 수도권 외곽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 환경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인근 스타필드에서는 쇼핑과 문화생활, 여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퇴근 후에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지사 주변에는 트렌디한 맛집과 감각적인 카페들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어 점심시간의 즐거움도 보장되고, 회식 장소의 선택지도 무궁무진합니다. 미식과 여가를 아우르는 넉넉한 상권 덕분에 일상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으로 높습니다.

  2. ②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웰빙 라이프의 특권

    파주지사 근무가 주는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편리한 인프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자연과 도시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삶의 질을 높여주는 ‘웰빙 라이프’가 가능하다는 점이야말로 이곳 근무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입니다.
    운정호수공원은 직원들에게 온전한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치열하고 바쁜 민원 업무로 지치고 여유가 없어질 때쯤, 잔잔한 호숫가를 따라 초록빛 산책로를 걸으며 들이마시는 신선한 공기는 그 자체로 완벽한 리프레시입니다. 웬만한 대도시 사업소들과 비교해 보아도,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건강한 삶과 마음의 여유까지 챙길 수 있는 파주의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합니다.

    이번 호 ‘LOCAL:RISING’에 소개된 마장호수, 삼릉이나 장릉, 헤이리예술마을이나 출판단지를 보기 위해 파주에 놀러 오셔도 정말 좋을 겁니다. 하지만 혹시 인사이동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막연한 걱정 대신 설레는 마음으로 파주지사의 문을 두드리셔도 좋습니다. 직원분들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반전과 만족감을 선사하는,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파주지사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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