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류는 얼마나 우리를
갉아먹고 있을까
소셜 미디어를 타고 유행하는 다양한 디저트와 달달한 음식 제조법. 사람들은 끊임없이 단맛을 찾고 있고, 설탕을 무수히 들이켜고 있다. 정부는 과도한 설탕 섭취를 문제 삼아 식품에 설탕을 과다 투입하는 제조업체에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국인의 설탕 섭취는 규제가 필요할만큼 심각한 수준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섭취량을 줄여야 할까.
- 단맛에 끌리는 이유
생존 본능이다 -
탕후루와 두바이쫀득쿠키를 넘어 버터떡까지 유행하는 디저트만 조금씩 달라질 뿐 사람들은 끊임없이 입안 가득 퍼지는 달달함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달달한 디저트를 사 먹기에 그치지 않고, 여러 단 재료를 재조합해 섞어 먹는 조리법까지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베리류와 머랭, 휘핑크림을 섞어 만드는 ‘이튼 메스’, 프링글스에 초콜릿을 부은 뒤 얼리는 ‘프링글스 초코 블록’, 그리고 젤리를 탄산음료에 담가 얼리는 ‘젤리 얼먹’이다.
단맛에 끌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다니엘 리버만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책 『우리 몸 연대기』를 통해서 “고대 조상들은 식량이 귀했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되는 과일을 많이 섭취하기 위해 단맛에 끌리도록 진화했다”라고 밝혔다. 과거의 생존 본능이 지금까지 이어져 인류는 단맛을 꾸준히 찾고 있다.
입 안에 넣자마자 바로 단맛이 확 퍼지는 음식 성분은 ‘당류’다. 당류는 인간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한 종류다. 탄수화물은 분자 구조에 따라 단당류와 이당류, 올리고당류, 그리고 다당류로 나뉜다. 단당류는 포도당과 과당, 갈락토스 등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이고, 이당류는 단당류가 2개 결합한 형태다. 올리고당류는 단당류가 3~10개, 다당류는 단당류가 수십~수천 개 결합한 형태다. 탄수화물 가운데 단당류와 이당류를 묶어 당류라고 부른다. 당류를 제외한 탄수화물은 씹고 소화되는 과정을 거쳐 당류로 분해되고 나서야 단맛이 난다. 설탕과 시럽 등이 당류에 속한다. 앞서 나온 탕후루부터 젤리 얼먹까지 모든 달달한 디저트의 재료를 살피면 당류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안에 넣자마자 바로
단맛이 확 퍼지는 음식
성분은 ‘당류’다. 당류는 인간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한 종류다.
”
- 달달한 기쁨
조용히 질병도 불러낸다 -
당류는 소화되기 전부터 혀에 닿자마자 강렬한 단맛을 내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면서 혈당도 빠르게 높여준다. 우리 몸이 저혈당일 때 빠르게 혈당을 높여주고 에너지원을 공급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처럼 ‘즉각적인’ 성질의 당류는 몸에 필요 이상으로 넘치게 들어왔을 때 독성을 띠게 된다. 당류가 몸에 들어와 혈당이 갑작스럽게 상승하면, 혈당을 낮추기 위한 인슐린도 과도하게 분비된다. 인슐린은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도록 자극하고, 지방 분해는 억제한다. 그 결과 몸에서 분해되는 지방량이 줄어 살이 찐다. 포도당 등 에너지원은 평소보다 더 많이 흡수됐기 때문에 배고픔을 더 자주 느껴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2018년 미국 뉴발란스재단 비만 예방 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다.
당류 과다 섭취의 부작용은 단순히 살이 찌는 데만 있지 않다. 2023년 중국 쓰촨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당류 과다 섭취가 45가지 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당류 섭취 관련 논문 73건을 분석한 결과, 당류 섭취가 늘어날수록 18가지 종류의 내분비와 대사 질환, 10가지의 심혈관 질환, 7가지 암, 그리고 치아, 신경 정신 질환, 간 질환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심지어 당류는 중독성이 강해 먹으면 먹을수록 섭취량이 늘어날 위험까지 있다. 2008년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설탕을 먹이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쥐가 설탕에 중독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쥐에게 설탕을 먹였더니 시간이 갈수록 쥐는 설탕을 더 많이 섭취했고, 설탕을 먹지 못하게 막을 때마다 앞발을 떨고 머리는 흔드는 불안 행동을 보였다.
설탕을 먹을 때마다 쥐의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량이 증가했다. 도파민은 뇌 자극에 대한 보상을 줘 뇌가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도파민이 자주 분출되면 뇌가 도파민의 자극에 적응하면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라며 “결국 설탕은 중독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단당류(單糖類, Monosaccharide)인
포도당(Glucose) 분자 구조.
- 당류 과다 섭취의 기준 훌쩍 뛰어넘다
-
이처럼 당류 과다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류 섭취량을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 가급적 하루 5% 미만으로 당류 섭취량을 줄이기를 권장한다. 하루 2,000kcal 열량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각각 50g과 25g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WHO 권고량을 넘어선 상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59.8g이다. 하루 당류 평균 섭취량이 67.9g이었던 2016년보다 줄었지만, 58g이었던 2020~2022년보다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보고서에서 전체 섭취 열량 대비 당류 섭취량의 비율이 20%를 넘어선 사람을 당류 과잉 섭취자라고 정의했는데, 당류 과잉 섭취자는 2023년 기준 16.8%였다. 당류 과잉 섭취자가 15.2%였던 2020년보다 늘어난 수치다. 특히 어린이 당류 과잉 섭취자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1~9세 과잉 섭취자 비율은 26.7%였다. -
한국인의 당류 과다 섭취, 주원인은 가공식품에 있다. 202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건강 위해 가능 영양 성분 섭취 실태 분석 보고서’를 통해서 2023년 기준 한국인이 섭취하는 당류의 61%를 가공식품으로 섭취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당류를 얻는 가공식품의 47%는 음료류와 과자류, 빵류, 떡류다. 절임류와 조림류, 조미식품, 장류, 농산가공식품류를 통해서도 한국인이 하루에 당류 7.8g을 섭취하고 있다는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흔히 달다고 여겨지는 음료나 과자와 달리, 짠맛 위주인 반찬류 식품을 통해서도 사람들이 모르는 새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식약처의 조사 결과 50세 이상의 한국인은 절임류와 조림류를 통한 당류 섭취 비율이 약 14%로 다른 연령에 비해 높았다. 가공식품 가운데 당류 과다 섭취에 압도적으로 기여하는 품목은 바로 가당 음료다. 한국인은 당류의 32%를 가당 음료를 통해 섭취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탄산음료와 커피, 과채류 음료를 가장 많이 섭취했다.
가당 음료가 당류 과다 섭취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가당 음료 자체에 당류가 많이 들어 있다. 2025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회 제공량당(주로 200mL 음료 한 캔) 당류 함량이 탄산음료는 32g, 가공유(초코우유 등)는 21g, 액상 커피는 21g이었다. 하루에 두세 번만 가당 음료를 마셔도 순식간에 WHO 권고량을 뛰어넘어 버리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가당 음료의 섭취 속도가 빠른 점이다. 앞서 당류 섭취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중국 쓰촨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국제 공동연구팀은 가당 음료가 액체 형태라 포만감이 약해 더 많이 섭취하게 되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점을 문제로 제시하며 가당 음료가 질환 발생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 밝혔다.
- 당류 중독에서
해방되려면 -
결국 당류 과다 섭취에서 벗어나려면 가당 음료 섭취량부터 줄여야 한다. 2026년 1월 28일 당류 저감을 위한 대책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설탕부담금’에 대한 여론을 묻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설탕부담금’은 가당 음료에 당류를 과다하게 첨가한 제조업체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가당 음료 섭취 줄이기의 핵심은 ‘음료 대체’와 ‘충분한 포만감’이다. 커피와 가공유, 심지어 건강하다는 인식이 있는 채소 음료까지, 대부분의 음료에는 당류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목이 마를 때 음료보다는 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된다. 또 과일 음료나 채소 음료보다는 이로 씹을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를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바로 먹어 포만감을 채우면 당류 섭취 저감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대체당을 넣은 ‘제로 슈거’ 식품을 선택하는 건 어떨까. 2023년 WHO는 이러한 선택에 반대하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WHO는 대체당이 장기적으로는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인용했다. 더불어 애초에 단맛 자체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류 줄이기, 내가 먹는 음식에 당류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파악하는 게 첫걸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당 음료를 포함한 가공식품에 얼마나 많은 당류가 있는지도 모른 채 순식간에 당류를 몸에 주입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식품 뒷면 ‘영양 정보’를 살펴 당류가 몇 g이나 들어갔는지, 나는 오늘 당류를 WHO의 권고량인 50g 가까이 섭취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최우선이다.
단맛 자체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