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전기회사, 일한와사
그리고 경성전기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 부흥의 염원을 담아 설립한 한성전기회사는 공사대금 체불 문제로 한미전기회사로 변경됐다. 하지만 한미전기는 다시 일한와사로 넘어가 경성전기로서 명맥을 이어간다.
1905년 을사늑약, 1910년 경술국치로 결국 일제에 국권을 빼앗겨 기나긴 암흑이 드리우던 시기의 전력사를 짚어본다.
이름을 일한와사전기㈜라고 하였다가 1915년 다시 경성전기㈜로 바꾸었다.
한성전기는 설립 이후 주요 사업인 전차 노선의 부설과 전등의 가설을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트윅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전차노선과 전등 가설공사가 끝난 뒤 콜브란은 공사비 잔액을 과다하게 청구하며, 이를 지불하지 않을 때는 계약대로 회사를 콜브란과 보스트윅 소유로 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매하겠다고 통고했다.
결국 고종은 1904년 콜브란이 요구한 금액의 반만 지불하고, 지불된 돈과 한성전기회사 자산을 근거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타결을 보았다. 콜브란과 보스트윅은 미국 법률에 의거해 자본금 200만 원으로 고종과 각각 반씩 출자한 한미전기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한성전기회사의 재산과 사업, 특히 전기 사업 특허권을 그대로 인수받았다. 한미전기 본사는 미국 코네티컷주 세이브록 시에 두었고, 1904년 8월부터 1909년 5월까지 31만 1,615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한성전기 소유권을 승계한 한미전기가 성장가도를 달리던 시기, 우리나라의 국력은 하루가 다르게 쇠잔해 갔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해 가던 일제는 전력사업을 장악하기 위해 일한와사를 설립했고, 한미전기 매입에 관심을 보였다. 한미전기를 매도할 의사를 가지고 있던 콜브란은 1909년 일한와사주식회사에 매매계약을 곧바로 체결했고, 한미전기의 모든 재산과 특허권은 일한와사에 양도되었다. 매매교섭 과정에서 고종은 전적으로 제외되었고, 매도대금 120만 원을 콜브란이 가지고 런던으로 떠났다. 한미전기의 소유권의 절반을 갖고 있던 고종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회사를 강탈당하고 만 셈이다.
- 일제 소유 경성전기로 재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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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한와사는 과다한 차입금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다. 경영쇄신을 위해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1915년 회사명을 경성전기로 바꿨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조선전기사업취체규칙을 공포하여 1지역 1사업주의에 입각한 전기사업의 지역독점과 요금의 인가제를 시행했다. 그래서 100여 개의 전기사업체가 난립했고 대부분 일본인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전기회사들 중에서도 경성전기는 일제 조선총독부의 절대적 지원 하에 서울의 전기사업권을 장악했다. 경성전기는 경남을 비롯해 경기, 강원 등 중부권의 군소 배전회사를 흡수 합병함으로써 조선 최대 규모의 배전회사로 성장했다.
1904년 2월 19일 고종의 대리 이학균과 콜브란, 보스트윅 사이에 조인된 한미전기회사 설립 계약서.
- 민족자본으로 세운 개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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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하던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자본으로 조선인이 주도해 세워진 유일한 전기회사가 바로 개성전기이다. 개성의 유지들 사이에서 전기사업이 논의된 것은 1914년경부터였는데, 유수한 개성상인들이 총출동해 개성전기의 창업발기인 대회를 1915년 11월 30일 가졌다. 장소는 개성의 유력한 자본가 김정호의 집이었다. 김정호는 개성전기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메이지대학 유학생이던 김정호는 발기 취지문에서 ‘눈앞의 작은 이익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전기산업 같은 원대한 거업을 세우는 것이 개성지방과 민족발전에 공헌하는 길’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개성상인의 저력일 뿐 아니라 전기를 장악하고 식민지 백성들에게 위세를 부리던 일본인들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했다. 그렇게 설립된 개성전기는 이후 착실하게 발전했다.
민족자본으로 이뤄진 전기회사 중 가장 잘 나갔으며 전기요금 체계 또한 가장 저렴한 경성전기와 맞먹는 경쟁력을 지녔던 개성전기는 그 발전상 때문에 조선총독부에게 주시의 대상이 된다. 결국, 조선총독부는 전기사업에 참여한 민족자본을 몰아내고 일본 자본 독점 체제를 갖추기 위해 1932년 「조선전기사업령」을 공포했고 개성전기는 안타깝게도 서선합동전기회사에 합병되고 말았다.
경성전기 사옥
경성부 명치정(명동)과 남대문통이 만나는 지점, 현재 남대문로에 자리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사옥은 본래 경성전기 사옥으로 1928년에 지어졌다. 본 건물은 모던한 외관과 내진, 내화 설계로 지어진 당시에는 가장 최신식 건물이었다. 2대의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밤에도 580개 전등으로 환하게 불을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