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 MAGAZINE P

겨울을 휘돌아서,
강원도 태백

하루 종일 기온이 영하에 머물던 날. 겨울의 도시 태백으로 떠났다.
과거 탄광 도시로서 위세를 떨었던 태백은 탄광이 하나둘 닫히면서 조용한 도시로 변했고, 한동안 그 자리를 대신할 그 무엇도 없어 보였다. 마치 긴 겨울잠에 빠진 듯해 보였던 태백이 둥글게 말았던 몸을 일으키며 꿈틀거리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자연 도시로서 말이다.

눈이 내리지 않은, 하얀 숲

태백에 왔으니 태백산국립공원을 안 갈 수 없다. 시내에서 30여 분 정도 차를 타고 도착한 태백산은 마치 겨울의 여왕이 감싸 안은 듯 푸른빛을 띠면서 동시에 고고해 보였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자작나무 숲을 보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스토리가 있는데, 무연탄 광산인 함태탄광이 폐광하면서 생긴 부지에 폐탄광 산림훼손지 복구사업으로 자작나무 숲을 조성한 것. 인공의 자작나무 숲은 자연의 자작나무 숲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사실 자작나무 숲이라고 하면 인제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겨울 무렵이면 인파로 북적이는 데다 가는 길까지 험준하다는 진입장벽이 있다. 반면 태백산국립공원의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은 인제의 자작나무 숲보다 면적이 작지만 사람의 발길이 아직 뜸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 입구에서 30여 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가는 길에는 얼어붙은 계곡물이 영하의 날씨를 체감하게 해줬다. 잎을 떨군 나무들은 앙상했지만, 군락으로 모여 있다 보니 그 모습이 기이하게 아름다웠다. 마치 ‘지금 이 풍경이 진짜 겨울’이라고 소곤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주한 새하얀 자작나무 숲. 빼곡하게 자리 잡은 자작나무가 숲길을 길게 터주었다.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마치 눈이 내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하얬다. 느릿하게 숲길을 걷다 보니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았다. 탄광이라는 과거의 부흥이 자작나무 숲으로 새롭게 태어나며 새하얀 겨울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작은 연못이 낙동강을 이루기까지

우리나라 생물다양성의 보고, 낙동강. 그 낙동강의 발원지가 태백에 있다. 바로 황지연못이다. 황지연못은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산책하기 좋아 보였다. 또한, 큰 연못이 세 개가 있는데, 이 연못들을 물길이 잇고 있었다. 세 개의 연못은 연못의 둘레가 100m인 상지, 50m인 중지, 30m의 하지로 불린다. 수질은 굉장히 맑아서 바닥 돌이 다 보이는 수준이었다. 황지연못이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데에는 옛 문헌이 한몫했다.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 등에서 언급했기 때문이다. 황지연못에서 용출된 물은 황지천을 이루고, 구문소를 거쳐 낙동강과 합류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부산광역시 을숙도를 휘돌아 남해와 한몸이 된다. 작은 연못에서 샘솟은 물이 거대한 바다를 이루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물들의 안락한 쉼터가 되기도 하고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한반도 남쪽의 생태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황지연못을 보고 있다 보니 이 연못을 이루는 물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자 태백시를 둘러싼 태백산, 함백산, 백병산, 매봉상 등의 줄기를 타고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물이 모여 황지연못이 되었다고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연못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인 낙동강의 발원지인 줄 누가 알았을까. 이처럼 사소한 언행이 훗날 거대한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산에 둘러싸인 ‘바람’

태백이 가진 매력을 논하려면 풍력발전이 불러오는 시각적 경이와 이를 둘러싼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풍력발전은 단순한 에너지 생성의 역할을 넘어서, 태백만의 독특한 경관으로 자리 잡았다. 해발 1,000m 정도의 우뚝 솟은 산 봉우리마다 거대한 풍력발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고랭지농업의 대표주자인 너른 배추밭과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바람의 언덕’이다. 깊숙한 산세에 보물처럼 숨겨진 명소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 계절이 겨울인지라 푸르름은 기대할 수 없었지만, 그 대신 첩첩산중으로 쌓인 산세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러 대의 풍력발전이 묘한 고무감을 들게 했다. 두 번째로는 현지인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귀네미마을’이다. 귀네미마을에서 느낀 것은 단지 바람의 힘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도심과 분리된, 시간을 잊게 만드는 평화로움이 있었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는 이질적일 법했지만, 오히려 자연의 일부처럼 녹아들어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산 중턱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쌓아 온 삶의 흔적과 한 자리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풍력발전의 모습이 어떤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태백의 겨울은 대자연의 무대다. 눈으로 덮이면 태백산맥의 능선들은 더욱 뚜렷해지고, 자작나무와 풍력발전, 그리고 황지연못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를 보는 순간, 자연이 지닌 고유의 리듬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간의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산세가 아름다운 태백산

태백의 맑은 정기로 오늘도 파이팅 넘치는 태백지사

2024년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1.19~1.27)에서 무정전 전력 공급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태백지사. 이는 태백지사의 굳건한 자부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층 더 끈끈한 동료애를 형성해 줬다. 폭설 등 겨울철 전력 공급의 취약 원인을 빠르게 해결하고자 선제적 대비를 하고 있으며, 그 덕에 태백 시민들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2025년을 맞이해 하성원 차장은 “늘 그래 왔듯 새해도 열과 성을 다해서 태백시의 전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태백지사 사옥 전경
태백지사 사우들
강초희 사진김정호,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