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시대는 1831년, 패러데이가 발전기와 변압기의 기본 원리인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교류 전기를 사용하는 전력 시스템을 바탕으로 발전하며, 전력 시스템은 광범위한 지역에 다양한 설비를 갖춘 대규모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이 시스템은 변동하는 수요에 맞춰 공급과 실시간 균형을 유지하며 중단 없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과 대규모 직류 전기 부하의 증가는 전기 시대를 통틀어 가장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모색해야 하며, 직류 활용이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다.

직류(DC),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나
직류 전원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며, 특히 고밀도 전력, 높은 전력 품질, 재생에너지 연계, 그리고 안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그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데이터 센터, 전기차 충전소 등 대규모로 직류를 사용하는 새로운 부하가 증가함에 따라 교류 시스템을 통한 전력 공급이 아닌 직류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고효율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전력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전압 케이블을 활용한 해저나 지중 직류 송전의 확대가 요구되며, 차별화된 주파수와 전압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가능해졌다.
특히, 데이터 센터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 고밀도로 집적된 전자 장비는 직류 전원을 사용할 경우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처럼 정밀한 전압 조절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직류 전원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한다. 고가의 의료 장비인 MRI, CT 등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높은 전력 품질을 요구하며, 정밀 계측 장비는 직류 전원을 사용하여 더 정확한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교류 시스템에 연계할 경우 주파수와 전압의 안정적인 유지를 어렵게 만들어 고품질 전력을 요구하는 수요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저장장치와 전력 변환 과정을 통해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며, 직류 시스템을 활용하면 전력 변환 과정에서의 손실을 줄이고 전압 및 주파수의 변동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도 직류 전력으로 충전되므로, 직류 충전 시스템을 구축하면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충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원격 지역의 소규모 전력 시스템이나 중요한 지역의 전력 시스템을 직류 마이크로그리드로 구축하면 전력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고, 교류 전원에 비해 전력 품질이 안정적이며, 고주파 왜곡이 적고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용이해진다.
한전의 DC 사업 위해 정부가 나서야
이러한 직류 기술은 글로벌 전력 시스템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시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Con Edison은 직류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도시 지역의 전력 품질을 향상시키고 재생에너지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센터와 같은 대규모 부하에 직류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Southern California Edison(SCE)은 직류 송전 기술을 활용하여 장거리 송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부하 센터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또한, 미국 동남부 지역의 Duke Energy는 태양광 발전과 전력망의 연계를 강화하고 직류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하여 자연재해 발생 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은 전력 회사로서 직류 기술을 활용해 전력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더 높은 에너지 효율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요구하는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직류 기술의 장점인 전력 손실 저감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신재생에너지를 직류 기반 시스템에 연계하여 발전량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계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직류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전이 직류 사업을 통해 국내 전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려면 기술개발, 투자, 정책적 지원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표준화와 초기 투자 비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며, 전력 회사, 정부, 학계,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직류 시스템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변화는 쉽지 않지만, 미래를 위한 적응과 해결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