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아온
빛의 궤적을 따라서

《겹빛: Where Gleams Overlap》

시간을 비추는 겹빛의 여정

‘빛의 시작은 어디인가’, ‘빛은 어디로 퍼져가는가’, ‘빛의 의미는 무엇인가’ 빛에 관한 질문은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 그 답의 흔적은 《겹빛: Where Gleams Overlap》에서 만날 수 있다. 언제나 우리 곁을 비추던 빛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라, 공간을 인식하고 삶을 이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였다. 어둠을 밀어내고 조금 더 멀리 닿으려는 인간의 간절한 시도는 민속자료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는 바로 그 빛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개방×공유×확산을 모색하는 수장고에서 펼치는 일곱 번째 전시로, 실낱같은 불빛에 의지하던 밤에서 시작해 오늘날 우리의 일상 곳곳을 환히 밝히는 현대의 빛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포개진 빛의 이야기를 전한다. 호롱과 등잔, 촛대 등 210점의 민속자료와 강애란·부지현·이성근을 포함한 13명의 작가가 빛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이 어우러진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에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관된 고등기 유물도 함께 선보여 전시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어제의 불빛에서 오늘의 빛까지

이번 전시는 인간의 삶 속에서 빛의 자취를 네 가지 장면으로 풀어낸다. 빛의 시작을 의미하는 ‘발화’에서 곳곳에 빛이 퍼져가는 ‘확산’, 삶의 다양한 곳에서 빛을 찾는 ‘활용’, 빛 자체의 의미 이상을 탐색하는 ‘확장’까지 펼쳐진다.
‘발화’에서는 기름과 밀랍을 태워 피워낸 첫 불빛, 붉은빛을 이야기한다. 붉은 온기는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등불이었다. 종지형, 호형, 탕기형 등 다양한 등잔과 호롱, 전통 초들은 불빛의 태동을 보여준다.
‘확산’에서는 따스한 노란빛이 점, 선, 면으로 번져 일상 곳곳을 물들인다. 유리와 종이를 거쳐 은은하게 퍼져나간 불빛은 공간에 따뜻한 결을 입혔다. 김동규 작가의 <호롱불>은 전통 등경을 현대적으로 되살렸고, 진혜린 작가의 <흰빛 시리즈(Light)>는 백자에 투영된 빛과 그림자의 선율을 담아냈다.
‘활용’에서는 석유와 전기,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은 어둠을 뚫고 푸른빛을 가져왔다. 탄광을 비춘 안전모, 바다를 밝혔던 배등은 생존의 불빛이자 산업의 등불이었다. 이혜선 작가의 <손등대> 시리즈는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양방향 랜턴이며, 윤지훈 작가의 <Mushroom Series>는 점토로 빚은 빛의 생명력을 전한다.
‘확장’에서는 오늘날 빛의 단순한 밝음이 아니라, 관계와 도시, 생명과 감정을 포괄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부지현 작가의 <Luminous>는 버려진 집어등을 되살려 순환과 재생을 이야기하고, 강애란 작가의 <Scrolled Book>은 빛을 품은 두루마리로 전통과 현대의 인식을 연결한다. 이성근 작가의 <인간+자연+사랑+빛>은 통신케이블과 자연 재료로 얽어낸 설치 작품으로, 관계와 빛의 본질적 연결성을 탐구한다.
한 줄기 불빛이 어둠을 밀어내듯, 이번 전시는 삶 속에서 스며드는 희미하지만 선명한 빛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 기간 7월 23일~10월 26일
  • 관람 화~일 10:00~18:00
  • 이용료 무료
  • 문의 031-580-5800

《겹빛: Where Gleams Overlap》에서 다시 만난 한전의 유물들

Text·Photo 이상일 한전 홍보처 홍보기획부 학예사

본래 한전에는 1920년대부터 수집해 온 국내외 고등기(古燈器) 및 근대 전기구(電氣具) 등 1,400여 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었다. 한전은 빛의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일찍이 파악하고 지켜온 것으로, 1968년에는 국내 최초의 조명사(照明史) 연구도서인 『한국의 고등기』를 발간한 바 있다.
그러나 1972년, 한전에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유물이 전부 이관된 이후, 고등기를 실물로 찾아볼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되었으며, 이들 고등기가 본래 한전이 수집했던 소중한 유물임에도 지금은 거의 잊힌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 유물 대다수가 과거 한전이 수집한 것으로, 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674~#3940 번호가 부여된 유물이 바로 한전에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관된 1,264점으로, 《겹빛: Where Gleams Overlap》 전시 공간 외에도 보이는 수장고 공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때 우리 품에 있었던 소중한 유물을 찾아보고, 잊지 않는 시간을 되길 기대한다.

한국전력공사 수집 주요 유물 소개

  • 조선시대 말기부터 근대까지의 도자 촛대
    주로 상 위에 올려놓고 사용되던 종류로 넘어짐을 방지하고 촛농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고자 접시 형태의 하부를 띠는 종류가 많다. 이러한 형태는 고대부터 이어진 전통으로, 조선시대 말기 상업과 경제력의 발달로 민간에도 도자기로 제작된 촛대가 다수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치: 보이는 수장고
  • 제등(提燈)
    제등은 사각이나 육각 등의 다각형으로 만든 나무틀에 백지(白紙), 유지(油紙) 또는 깁(紗)을 발라 제작하였으며, 근대에는 유리가 이 기능을 대신했다. 그리고 내부에 초를 넣을 수 있게 상하 또는 좌우로 문이 열리도록 설계하였다. 상부에는 열이 밖으로 빠지도록 개구부(開口部)를 두었으며, 이동 시 필요한 손잡이는 적당한 길이로 목재 또는 대나무로 제작하였다. 한국전력공사 수집 제등의 상당수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청나라 화풍에 南田 낙관이 확인되고 있으나 아직도 구체적으로 이 작가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위치: 《겹빛: Where Gleams Overlap》 전시

희망을 그리는 에바 알머슨,
내면에 피어나는 풍경

《Inner Landscapes》
<Donde el corazón me lleva / Where the heart takes me>, 162×130cm, Oil on canvas, 2025

꽃으로 피어나는 내면의 풍경

붉게 물든 뺨 위로 번지는 행복한 미소가 우리의 마음까지 물들이는 순간, 우리는 에바 알머슨(Eva Armisén)의 작품과 마주한다. 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삶의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속삭임이다.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태어난 그는 사랑과 가족,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주제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 에바 알머슨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Inner Landscapes》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여기서 ‘Inner Landscapes’는 단순한 내면의 상태가 아니라 기억과 경험, 감정과 생각이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세계다. 때로는 햇살이 가득한 초원처럼 평온과 기쁨을, 때로는 깊은 밤바다처럼 슬픔과 고독을 드러낸다.
그는 이러한 내면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며, 관람객이 자기 마음속을 하나의 독립된 세계로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기억과 정서를 넘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희로애락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울림을 품고 있다.

<Andando / Walking>, 100×81cm, Oil on canvas, 2025

단순함과 섬세함이 빚어내는 세계

에바 알머슨의 작품 속 인물들은 단정한 선과 간결한 형태로 표현된다. 여기에 붉게 물든 뺨은 행복, 설렘, 따스함을 상징하며 작품에 생동감과 사랑스러움을 더해준다. 정면을 바라보는 인물의 눈길은 작가와 관람객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보는 이가 작품 속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이끈다.
인물의 단순한 모습과 달리 주변의 사물과 장식에는 놀라울 만큼 섬세한 디테일이 담겨 있다. 옷의 패턴, 곁에 놓인 꽃과 카펫의 무늬, 그리고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작가는 작은 사물에도 삶의 의미와 기쁨을 불어넣는다. 단순함과 세밀함을 의도적으로 병치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꽃’ 은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 상징이다. 씨앗에서 피어나는 꽃은 삶의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긍정과 희망을 상징하고, 머리 위에 가득 피어난 꽃은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시각화한다. 또한 선물로 그려지거나 누군가에게 건네는 모습으로 표현된 꽃은 축하·감사· 사랑의 의미를 담아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Donde el corazón me lleva / Where the heart takes me>, <La casa llena de flores / A house full of flowers>와 같은 작품들이 그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Inner Landscapes》 전시는 한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우리 모두의 마음에 숨어 있는 풍경을 바라보게 만드는 여정이다.

<Vamos / Let’s go>, 162×130cm, Oil on canvas, 2025
Coming Soon

한전은 세계적인 화가 에바 알머슨과 함께 공동기획 프로젝트 ‘(가칭) 새 작품, 새 전시, 새 장르’를 준비 중이다. 내년에 공개될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작품의 단순한 전시를 넘어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전시와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실험이 될 예정이다. 에바 알머슨이 새롭게 선보일 작품들은 무대와 전시 공간으로 확장되어 관객들에게 전에 없던 몰입형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을 넘어 이야기가 되고, 경험이 되어 우리 ‘일상의 특별함’으로 다가올 그날을 기대해본다.

  • 장소 소울아트스페이스
  • 기간 9월 11일~11월 18일
  • 관람 화~금 11:00~18:30
    토~일 12:00~17:00
  • 이용료 무료
  • 문의 051-731-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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