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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 피로감에서 탄생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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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자연스럽게 손은 스마트폰을 향하고, SNS 피드를 열어본다. 어제 봤던 운동 영상과 비슷한 홈트레이닝 릴스가 이어지고, 유튜브를 켜면 최근 즐겨본 요리 채널의 새로운 영상이 가장 먼저 뜬다. 틱톡은 내가 좋아하는 K-팝 챌린지 영상만 끝없이 보여준다. 마치 알고리즘이 나를 너무나 잘 아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정확히는 내가 알고리즘을 길들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을 스스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현상을 일컫는 ‘셀고리즘(Selgorithm)’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알고리즘의 추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 취향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라며 신기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추천탭에 보이는 영상을 보고, 내 피드에 나타난 사진과 글을 끝없이 스크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묘한 불편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스크롤을 해도 원하는 콘텐츠는 잘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비슷한 광고만 반복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시야가 한쪽으로 치우쳐가는 것만 같다.
특히 Z세대는 이러한 ‘알고리즘 피로감’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알고리즘은 더 이상 편리한 비서가 아니라, 오히려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시작했다. 이들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자신만의 의지로 알고리즘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수동적인 디지털 소비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디지털 공간을 가꾸는 ‘알고리즘 정원사’ 가 된 셈이다. 이러한 반란은 기술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려는 새로운 세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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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을 길들이는 여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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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고리즘을 실천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는 일상생활 관련 콘텐츠를 보는 계정으로, 다른 하나는 순수하게 취미 활동을 위한 계정으로 분리하는 식이다. 심지어 강아지나 고양이 영상만 보는 ‘힐링’ 전용 계정을 추가해, 각 계정마다 알고리즘을 다르게 길들인 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골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크릿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 모드를 사용하면 방문하거나 시청한 기록이 남지 않아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다. 시크릿 모드로 디지털 세계를 탐험하다가 마음에 드는 새로운 장르를 발견하면, 일반 모드로 돌아와 해당 콘텐츠를 다시 시청하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천이 시작되게 할 수 있다. 이처럼 의도적인 행동을 통해 알고리즘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때로는 아예 ‘역알고리즘’이라는 파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평소와 정반대되는 콘텐츠를 일부러 검색하고 시청하여 알고리즘을 ‘혼란’에 빠뜨린 후, 다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힙합 음악만 즐겨 듣다가 갑자기 클래식 음악을 검색하면, 알고리즘은 이 사용자의 취향이 확장되었다고 인식해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추천해준다. 이러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나만의 디지털 세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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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터 버블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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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고리즘 현상의 이면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있다. 이는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소비하려는 시도를 넘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벗어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다. 알고리즘은 자동으로 콘텐츠를 필터링해 개인에게 맞춰진 정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지만 한편으로는 폐쇄적이다. 이러한 닫힌 정보 환경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하는 갈망이 셀고리즘 트렌드에 담긴 가치다.
최근의 여러 연구들은 알고리즘이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소통하게 만들고,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는 정보만을 찾도록 유도하여 필터 버블의 경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동질적인 의견에 단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사고를 극단적으로 만들고 사회적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셀고리즘의 탄생 배경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일부러 반대 의견이나 다른 시각의 콘텐츠를 찾아봄으로써, 나만의 세상에 갇히지 않기 위한 주체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는 일종의 지적인 자기방어인 셈이다. 셀고리즘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기술과 관계 맺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무작정 거부하지도 않는다. 대신 기술과 협상하고, 대화하며, 때로는 속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한다.
Selgorithm -
-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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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고리즘 트렌드는 기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개인화된 추천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추천을 ‘컨트롤’ 할 수 있기를 원한다.틱톡에서는 ‘관심사 설정’ 기능을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우 목록을 정기적으로 정리해 피드를 ‘리프레시’한다. 넷플릭스가 최근 도입한 ‘추천 초기화’ 기능이나 유튜브의 ‘추천 일시중지’ 옵션은 이런 사용자 행동을 반영한 결과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왓챠는 ‘취향 리셋’ 기능을 도입했고, 카카오페이지는 사용자가 직접 추천 가중치를 조절할 수 있는 ‘맞춤 설정’ 기능을 베타 테스트 중이다. 쿠팡은 ‘이런 상품 그만 보기’ 옵션을 강화해 사용자가 더 적극적으로 추천을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변화는 타겟팅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갔다면, 이제는 소비자에게 쉽게 발견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셀고리즘 시대에는 ‘강요’가 아닌 ‘선택’이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이 된다. 기업은 더 이상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비자를 가두려 하기보다, 소비자의 주체적인 선택을 돕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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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동적 큐레이션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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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고리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편향을 만들어낼 위험도 존재한다. 스스로 콘텐츠를 큐레이션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더 깊이 파고드는 ‘자발적 필터’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의식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한다 해도 자신의 관심사를 벗어나는 콘텐츠를 완전히 수용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더욱이 일부 이용자들은 셀고리즘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하루 종일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기도 한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노동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알고리즘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춘 것은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거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은 셀고리즘을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결국 셀고리즘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새로운 정보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사회적 과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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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알고리즘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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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셀고리즘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알고리즘은 더 똑똑해지겠지만, 동시에 사용자들의 ‘알고리즘 리터러시’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길들이는 자와 길들여지는 자, 즉 인간과 알고리즘은 서로를 학습하며 공진화해 나갈 것이다.
알고리즘이라는 도구를 손에 쥐고 만들어갈 나만의 정보 생태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선택한’ 불완전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큐레이터로, 알고리즘의 객체에서 주체로 변모하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다.
물론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그것을 완벽하게 조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알고리즘이라는 도구를 손에 쥐고 만들어갈 나만의 정보 생태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선택한’ 불완전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큐레이터로, 알고리즘의 객체에서 주체로 변모하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셀고리즘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기술에 압도당하지 말고 기술과 함께 협력하라고, 알고리즘의 노예가 아닌 알고리즘의 친구가 되라고 말이다.
©김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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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알고리즘은 내가 길들인다”
“내 알고리즘은 내가 길들인다”
셀고리즘
‘셀고리즘(Selgorithm)’은 ‘셀프(Self)’와 ‘알고리즘(Algorithm)’을 결합한 신조어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 추천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던 과거의 소비 행태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의도에 맞게 조정하며 활용하는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뜻한다. 더 이상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만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주체적 움직임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시대 콘텐츠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Text 이혜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