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지고, 시스템에 접속하면 데이터가 흐르며, 네트워크는 오늘도 끊김 없이 이어진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일상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위험을 예방하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수많은 유지보수의 시간이 쌓인 결과다.

AI 혁신 시대의 근간, 전력과 ICT의 안정적 운영
기술의 역사가 새로운 발명과 혁신의 순간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기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여러 시대의 기술과 인프라가 켜켜이 쌓여 오늘의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인프라도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그 뒤에 방대한 설비와 관리 체계, 그리고 사람의 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드러낸다. 혁신과 AI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시대에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는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시스템 운영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지는 점검과 관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유지보수를 집안일에 비유했다. 집안일은 잘해도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소홀히 하면 금세 드러난다. 유지보수도 이와 닮았다. 잘 이루어질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부실해지는 순간 사고와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명일동 싱크홀 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정자교 붕괴,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등 국내 인프라 유지보수 관련 사례와 함께 2003년 북미 대규모 정전, 2011년 국내 9·15 대규모 정전 사례가 소개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력 및 ICT의 안정적 운영이 단순한 관리 업무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의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활동임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게 사람과 설비를 지탱하는 유지보수의 힘
혁신을 지속시키는 힘인 유지보수를 혁신의 반대편에 놓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은 조직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지만, 그것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도입 이후의 관리 체계가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특히 강연에서는 “유지보수는 혁신 업무의 성공을 지속시킨다”, “유지보수는 기업문화와 관리에 달려 있다”, “유지보수는 지속적 돌봄을 요구한다”라는 세 가지 메시지를 강조했다.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루틴과 꾸준한 돌봄이 쌓일 때 인프라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조직의 서비스 품질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강연에서는 유지보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실천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강연자들은 무엇보다 ‘유지보수 마인드셋’을 조직 전반에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다섯 가지 핵심 제안을 했다. 첫째, 인프라 유지보수 예산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조직적 지원을 확대해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책임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공학 교육과 조직 운영에서 설계와 혁신뿐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역량을 함께 길러야 한다고 했다. 넷째, 유지보수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해 조직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방 중심의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해 장애를 사전에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유지보수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고, 운영 업무가 지속가능한 인프라 관리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이어졌다.

한전의 역할도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체감하는 전력서비스 품질은 일상의 안정성에서 결정된다. 전기가 끊김 없이 공급되고, 업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필요한 서비스가 제때 제공될 때 고객은 무한한 신뢰를 느낀다. 이러한 일상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유지보수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지보수 마인드셋’은 한전에서 중점 추진하는 고객만족도 향상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유지보수의 기본은 청렴과도 연결된다. 청렴은 단지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관리하며, 문제 발생 시책임 있게 대응하는 과정은 청렴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점검 기준을 세우고, 기록을 남기며,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적정하게 투입하는 과정은 투명한 업무 수행의 기반이 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관리일수록 원칙과 절차가 중요하고, 그 과정이 제대로 지켜질 때 한전의 청렴성도 한층 높아진다.

또한 혁신이 새로운 안전의 기준을 만든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유지보수가 사람과 설비를 지탱한다. 작은 점검 하나가 큰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이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라는 말은 그저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미리 살피고, 꾸준히 점검하고, 책임 있게 관리했다는 증거이다.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일, 시스템이 흔들림 없이 작동하도록 지키는 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하는 일, 그 모든 과정이 모여 고객 만족과 청렴 그리고 안전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지는 점검과 관리의 시간은 오늘도 한전의 신뢰를 지탱하고 있다. ICT운영처 역시 무결점 전력공급을 뒷받침하는 ICT설비 운영을 통해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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