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과 우주 데이터센터
지난 6월 12일, 스페이스X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공모 규모는 750억 달러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운 종전 기록(약 294억 달러)을 크게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몰린 이유는 스페이스X가 지금까지 거둔 로켓 발사와 위성통신 사업의 성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투자 자료에는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지구 밖 우주 공간에 설치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었다.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경영진이 데이터센터를 굳이 우주까지 보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실제로 구현 가능한 기술일까. 우주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궁금증을 하나씩 살펴보자.
데이터센터를 지을 곳이 부족하다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와 저장장치, 통신장비를 한곳에 모아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설이다. 우리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질문을 입력하면 화면에는 몇 초 만에 답변이 나타나지만, 그 뒤에서는 데이터센터의 반도체들이 전기를 소비하며 막대한 양의 계산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AI의 성능이 높아지고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85테라와트시(TWh)였으며, 2030년에는 약 950TWh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일본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전체 전력보다 많은 양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열이 발생한다는 뜻이기로 하다. 반도체 안에 전류가 흐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의 전기에너지는 결국 열로 바뀐다. 이 열을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연산 성능이 떨어지고 부품 수명도 짧아지기 때문에 고성능 데이터센터에서는 차가운 공기나 냉각수를 끊임없이 순환시켜 장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미국 데이터센터는 2023년 시설 운영 과정에서 약 660억 리터의 물을 소비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수영장 약 2만 6천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발전소가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기를 생산하면서 간접적으로 소비한 물까지 포함하면 약 8,000억 리터에 이른다.

결국 늘어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새로 건설하려면 서버가 들어갈 부지만 확보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변전소와 송전망, 비상발전기, 냉각시설, 용수 공급망까지 함께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물, 토지를 함께 소비하는 거대한 기반시설인 셈이다. 적합한 부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지구 밖 우주 공간이 새로운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위성들이 모여 하나의 컴퓨터가 되다
그렇다고 축구장만 한 서버 건물을 통째로 로켓에 실어 올리는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X는 데이터센터의 연산 장치를 여러 위성에 나누어 싣고, 이 위성들을 레이저 통신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수많은 서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하나처럼 작동하듯, 우주에서는 각각의 위성이 하나의 서버실 역할을 하며 거대한 컴퓨터를 이루는 구조이다.

스페이스X는 올해 1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고도 500~2,000㎞의 궤도에서 운용되는 우주 데이터센터 위성망을 신청했는데, 신청서에 적힌 최대 규모는 무려 100만 기였다. 아직 심사 대상으로 접수했을 뿐 실제 승인이 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운용 중인 인공위성이 2만 기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규모이다.

이 거대한 구상에 필요한 핵심 기술 중 일부는 이미 우주에서 시험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주 엣지 컴퓨팅이다. 여기서 ‘엣지’란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지상으로 보내기 전에 데이터가 생겨난 가장자리, 즉 위성의 카메라나 우주정거장의 실험장비 바로 옆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지금까지 많은 위성은 사진과 측정값을 저장해 두었다가 지상국 상공을 지나는 짧은 시간에 내려보내고, 지상의 컴퓨터가 이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엣지 컴퓨팅은 이 과정을 우주에서 먼저 수행하여 AI가 필요한 데이터만 선별한 뒤 그 결과만 지구로 보내는 기술이다. 모든 CCTV 영상을 관제센터로 보내는 대신 카메라가 현장에서 화재 여부를 판단하고 몇 시, 어느 위치에 불이 났다는 결과만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각 인공위성이 AI 모듈로 작동하여 거대한 컴퓨터를 구성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이스X에서 공개한 AI1 예상 모습.
출처 SpaceX
우주 데이터센터가 넘어야 할 장벽
이 정도 장점이라면 당장 서버를 우주로 보내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의 우주는 데이터센터에 그리 친절한 장소가 아니다. 가장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냉각이다. 우주는 흔히 매우 차가운 곳으로 묘사되지만, 동시에 거의 완전한 진공 상태이다. 지상에서는 선풍기가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고, 냉각수가 열을 싣고 이동한다. 반면 우주에는 열을 운반할 공기나 물이 없어서 지상과 같은 대류 냉각을 이용할 수 없다. 보온병의 이중벽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면 열 이동이 줄어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따라서 우주에서의 데이터센터도 주변이 차갑다고 해서 저절로 식지 않는다. 서버에서 발생한 열은 열전도체나 냉각 유체 등을 이용해 넓은 방열판으로 옮긴 뒤, 적외선 형태로 우주 공간에 방출해야 한다. 연산 규모가 커지고 전력 소모가 많을수록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넓은 방열 면적이 필요하다. 방열판이 커질수록 위성의 구조는 복잡해지고 무게가 늘어 발사 비용까지 증가할 수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성능은 얼마나 빨리 계산하느냐뿐 아니라, 연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제한된 면적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내보내느냐에도 달린 셈이다.

또 다른 난관은 반도체를 위협하는 우주방사선이다. 우주방사선은 우주 공간을 빠르게 이동하는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을 가리킨다. 지표면에서는 지구의 자기장과 두꺼운 대기가 이들을 상당 부분 막아주지만, 인공위성이 있는 지구 궤도에서는 지상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우주방사선이 반도체를 통과하면 계산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장기간 누적되면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수리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이다. 대부분의 위성에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으며,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엔지니어가 우주복을 입고 찾아가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발사 전에 고장 가능성이 있는 부품을 가려내고, 일부 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장치가 기능을 대신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자체 복구가 어려운 경우에는 위성 전체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우주 파편과의 충돌 위험도 무시하기 어렵다. 저궤도에서 물체들이 충돌할 때의 상대 속도는 초속 약 10㎞에 달해, 작은 파편도 위성의 태양광 패널이나 방열판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위성이 많아질수록 충돌 회피와 수명 종료 후 폐기 계획의 중요성도 커진다. 대규모 위성 군집이 천문 관측이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위성 표면에서 반사된 빛과 통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파는 광학·전파망원경의 관측을 방해할 수 있다. 지상에서 해결하지 못한 환경 문제를 단순히 우주로 옮겨 새로운 우주 환경 문제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AI1이 보여준 미래 우주 데이터센터의 모습
그럼에도 스페이스X의 계획이 공상으로만 취급되지 않는 이유는 이미 축적된 로켓 재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로켓 재사용 기술은 한 차례 발사한 뒤 로켓 전체를 버리는 대신, 가격이 비싼 주요 부분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인공위성 발사 비용을 기존 대비 약 2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최근 공개된 1세대 AI 연산 위성 ‘AI1’의 설계도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를 보여준다. AI1은 태양전지판과 방열판을 모두 펼치면 폭이 70m, 높이가 20m에 이른다. 평균 120kW 규모의 AI 연상 장치를 탑재할 예정인데, 이는 지상에서 사용하는 최신 엔비디아 AI 서버랙 한 대와 비슷한 전력 규모이다. 스페이스X는 기존 스타링크 위성을 활용해 우주 환경에서의 작동 방식과 안정성을 시험하고, 2027년 말부터 AI1을 포함한 초기 우주 AI 연산 실증에 나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항공청은 ‘K-문샷’의 우주 분야 임무로 ‘한국형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선정했다. 2030년까지 우주용 AI 반도체, 고효율 태양전지판, 저지연·대용량 저궤도 통신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여 우주에서 검증하고, 2035년에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발사해 실제 서비스를 실증하는 것이 목표이다.

아직은 본격적인 건설보다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설계하는 단계에 가깝고, 오는 9월에 최종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의 데이터센터를 모두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발사 비용과 냉각 우주방사선 등 여러 문제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성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는 우주 엣지 컴퓨팅은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재사용 로켓과 레이저 위성통신 기술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공장을 지을 새로운 공간을 찾아 도시를 넓히고 바다를 개척해왔다면, AI 시대에는 새로운 공장 후보지를 찾아 지구 밖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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