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정해진 답을 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곧 실력이었다. 그러나 정형화된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처리하는 오늘날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매뉴얼과 정답이 있는 일은 점점 기계의 몫이 되고, 사람에게 남는 역할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육각형 인재’다. 흔히 육각형 인재는 여러 역량을 두루 갖춘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AI 시대의 업무 현장에서 더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 진정한 육각형 인재란 다양한 능력을 나열한 사람이 아니라, 정답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여섯 가지 힘을 갖춘 사람이다.

문제를 제대로 보는 힘
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교체를 검토했지만, 누군가 엘리베이터 앞에 거울을 설치하자 민원이 사라졌다는 일화가 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기다림의 지루함이었던 것이다. 업무에서도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가 아니라 “이것이 문제가 맞나? 아니라면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이다. 문제를 잘못 정의하면 아무리 뛰어난 해결책도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직관과 분석을 함께 쓰는 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1’과 느리고 분석적인 ‘시스템2’라는 두 가지 사고 체계를 제안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익숙한 일에는 직관을, 중요한 일에는 분석을 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작동하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익숙한 업무라는 이유로 시스템1에 맡기면 맞출 수 있는 문제도 틀리게 되고, 반대로 매우 복잡한 문제는 시스템2의 분석 능력조차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지나치게 파고들수록 우유부단함에 빠지기 쉽다. 직관을 믿되 분석으로 확인하고, 분석한 후에는 과감히 직관을 믿고 결정하자. 만약 분석마저 한계에 이르면 주변을 둘러보자.
함께 생각하는 힘
한 사람의 시스템2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 ‘함께 생각하는 힘’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팀의 문제 해결 성과를 가장 잘 예측하는 것은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구성원에게 발언 기회가 얼마나 고르게 주어지는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였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도 뛰어난 개인 덕분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능력 덕분이었다. 복잡한 문제 앞에서는 ‘나 혼자’보다 ‘우리’가 유리하다.
연결하는 힘
함께 생각하는 것은 ‘연결하는 힘’으로도 이어진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드물고, 대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낯설게 만났을 때 탄생한다. 익숙한 방식만 반복하기보다 다른 부서, 다른 산업, 다른 전공의 사례를 꾸준히 접하는 사람일수록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선택지가 넓어진다. 마케팅 담당자가 심리학 논문을 읽거나 개발자가 전시회에 다녀오는 것처럼,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경험이 훗날 뜻밖의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실을 반영해 계획하는 힘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대부분의 사람이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생들에게 과제 완료 시점을 예측하게 한 실험에서, 실제보다 평균 40%가량 짧게 예측한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대형 공공사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조사 대상의 86%가 계획된 예산을 초과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이번엔 예정대로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거의 항상 나타난다. 따라서 계획을 세울 때는 어떤 변수일지는 몰라도, 변수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계획의 기본값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실행하고 성찰하는 힘
세계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드롭박스(Dropbox)는 완벽한 제품을 만든 뒤 시장에 내놓는 대신 실제 작동 모습을 보여주는 짧은 데모 영상을 통해 먼저 수요를 검증하고 반응을 확인했다. 물론 안전과 관련된 문제처럼 한 번의 실패도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에는 신중한 계획과 검증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완벽한 계획을 세운 뒤 한 번에 실행하려 하기보다, 작은 단위로 먼저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빠르게 배우며 수정해 나가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실행만큼 중요한 것이 성찰이다. 바둑 기사들은 대국이 끝나면 반드시 복기한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라는 말은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이 끝난 뒤에 잘된 점과 아쉬웠던 점을 짧게라도 복기하는 사람이 성공할 습관과 준비를 해 나가는 사람이다.

이러한 여섯 가지를 다하려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여섯 개를 한꺼번에 완벽히 갖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부족한 것을 파악해서 채워가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이게 진짜 문제 맞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갖추는 것으로 첫 단추를 끼워보자.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언제나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 Buehler, R., Griffin, D., & Ross, M. (1994). Exploring the "planning fallacy”: Why people underestimate their task completion tim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3), 366-381.
  • Flyvbjerg, B., Holm, M. S., & Buhl, S. (2002). Underestimating costs in public works projects: Error or lie? 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68(3), 279-295.
  • Kahneman, D., & Tversky, A. (1979). Intuitive prediction: Biases and corrective procedures. TIMS Studies in Management Science, 12, 313-327.
  • Woolley, A. W., Chabris, C. F., Pentland, A., Hashmi, N., & Malone, T. W. (2010). Evidence for a collective intelligence factor in the performance of human groups. Science, 330(6004), 686-688.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