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업무표준,
이제 찾지 말고 물어보세요!
‘사내표준 AI 플랫폼’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새로 전기를 사용하려는 고객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이는 업무 중 마주하는 여러 질문 중 하나다.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동료에게 절차를 묻고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규정을 찾아야 했다.
관련 조문과 최신 개정 내용까지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규정 위치를 알아도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는 궁금한 내용을 AI에게 질문하듯 입력하면 된다.
‘사내표준 AI 플랫폼’이 관련 기준과 근거 조문을 함께 보여준다.
글 김재연 AI혁신단 SW플랫폼실 차장
사진 이재형
- 한전 최초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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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본사 14층 사무실에서 한 가지 제안이 나왔다. “ChatGPT처럼 회사 절차서를 학습한 AI가 업무를 설명해 주면 어떨까?” 처음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 특히 유용하리라는 기대도 컸다. 이 한마디가 한전 최초 생성형 AI 서비스의 출발점이 됐다.
당시는 생성형 AI*가 빠르게 일상으로 확산되던 시기다. 하지만 한전의 폐쇄망에 서비스를 구현하는 일은 전혀 다른 도전이었다. 참고할 선행 프로젝트도 없었다. 모델 선정부터 데이터 구성, 품질 검증, 서비스 설계까지 구축팀이 직접 기준을 세워야 했다. 무료로 공개된AI 모델만으로 ChatGPT와 같은 유료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용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AI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원인을 찾고 시스템을 손보느라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SW개발업체가 퇴근한 이후에도 직원들이 늦게까지 남아 AI 학습 결과를 직접 검증하고 손수 수정하여 2,389종에 이르는 사내표준의 문서번호를 사람이 하나씩 확인하고 바로잡았다. 문서를 AI가 이해하기 좋은 형태로 다듬고 답변과 근거를 거듭 검증했다. 그 결과 2026년 5월 13일, ‘사내표준 AI 플랫폼’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AI 부문 사용자 만족도 99%를 기록한 한전 최초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 생성형 AI: 질문이나 요청을 이해하고 새로운 글, 요약, 답변 등을 만들어 주는 인공지능 서비스
- 흩어진 업무표준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 새 플랫폼은 흩어져 있던 2,389종의 사내표준을 하나로 모았다. 사규와 SOP는 물론 구매규격과 설계기준까지 한 번에 검색한다. 데이터 형식도 정비해 검색 품질을 끌어올렸다. 이제 직원은 여러 시스템을 넘나들지 않고 하나의 검색창에서 원하는 규정을 찾는다. 줄어든 탐색 시간만큼 판단과 실행에 집중할 여유도 생긴다.
- 규정을 ‘찾는 일’에서 답을 ‘얻는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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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ChatGPT 방식의 AI 질의응답이다. 궁금한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사내표준을 바탕으로 답하고 참고한 조문도 나란히 보여준다. 결과뿐 아니라 직원이 직접 근거를 확인할 길까지 제시한다.
대화는 자동 저장되며 제목을 붙여 필요한 답변을 다시 찾을 수 있다. 답변을 PDF로 내려받아 검토와 업무 공유에도 활용한다. 질문부터 근거 확인, 결과 활용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표준 담당자에게도 플랫폼은 단순한 문서 보관함이 아니다. 개정대비표를 자동으로 만들고 문서 양식과 입안 오류를 미리 점검한다. 부서 간 협조는 전자결재로 처리한다. 관련 법령이 바뀌면 담당자에게 알리고 AI가 개정 문구의 초안도 제안한다. 규정 관리가 사후 정리에서 선제 대응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 PC와 모바일을 하나로 잇는 업무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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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사무실 밖에서 사내표준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부 모바일 조회 기능은 있었지만 원하는 조문과 관련 규정을 연이어 살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자료를 미리 출력하지 못하면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다.
새 플랫폼은 처음부터 PC와 모바일을 함께 고려해 설계했다. 모바일 파워-EP에서도 AI 질의응답과 통합검색을 이용하고 근거 조문을 곧바로 열어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궁금증이 생긴 순간에 답이 필요하다. 현장 점검, 출장지, 회의 자리에서도 스마트폰만 열면 필요한 기준을 확인한다. 장소와 단말기에 따라 끊기던 업무 흐름이 하나로 이어지고, 확인한 내용은 다음 판단과 조치로 연결된다.
-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더 똑똑한 AI로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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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운영 결과, 검색과 문서 작성에 드는 업무시간은 50~70%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연간 약 20억 원의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직원들은 단순한 정보탐색에 쓰던 시간을 줄이고, 현장판단과 문제해결 등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과는 회사 밖에서도 빛났다. ‘ICT Award Korea 2026’에서 사내 업무시스템 중 유일하게 금상을 수상했다. 감사원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원자력연료도 시연과 벤치마킹을 요청하며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플랫폼은 현재 수준에 머물지 않고, 업무별 AI 답변 분야 선택과 개인문서 AI 검토 기능을 더하는 동시에, 약관·감사사례 등으로 학습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AI 인프라를 고도화해 답변 처리량은 분당 33건에서 100건으로 늘고 평균 답변속도는 4.2초에서 2초로 단축할 계획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답변으로 직원들의 업무를 한층 효과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직원이 규정을 찾느라 멈춰 서는 시간을 줄이고 판단과 현장 업무에 더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AI혁신단은 사용자 의견을 바탕으로 답변 품질과 적용 영역을 꾸준히 넓혀 갈 예정이다. 사내표준 AI 플랫폼은 규정 보관 시스템을 넘어 한전의 지식과 업무를 이어주는 일상적인 AI 동료로 진화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