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인간은 어떻게 극단적
오른손잡이가 되었나
일상에서 마주치는 주변 사람들이 어느 쪽 손을 주로 쓰는지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열에 아홉 정도는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글씨를 쓰고 마우스를 클릭한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풍경은 사실 생물학계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거대한 수수께끼 중 하나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야생의 침팬지들도 어느 한쪽 발이나 손을 잘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인간처럼 한 생물종의 개체 대부분이 한쪽, 특히 오른손을 집중적으로 쓰는 경우는 없다.
왜 인류만 극단적 ‘오른손잡이 공화국’을 만들게 됐을까?
글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 인구의 90%가 오른손잡이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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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위해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집어 들 때, 필기하기 위해 펜을 집어 들 때 우리는 대부분 무심코 오른손을 내민다. 혹시 동물원의 영장류도 우리처럼 음식을 먹을 때 오른쪽 손을 더 많이 사용할까?
과학자들이 어느 쪽 손을 더 많이 사용하는지 알아보는 표준 실험으로 튜브 과제라는 게 있다. 속이 빈 통 안에 먹이를 넣어두고, 동물이 어느 손으로 그것을 꺼내는지 반복 관찰하는 간단한 실험이다. 그동안 이뤄진 실험에서는 영장류한테서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손잡이 편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개체별로는 특정 손을 즐겨 쓰지만 무리 전체, 즉 ‘개체군 수준’에서 오른손 또는 왼손을 주로 쓰는 종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만은 예외다. 오른손잡이 비율이 유별나게 높다. 과학자들은 그 비율을약 90%로 본다. 1900년 이후 이뤄진 200개 이상의 손잡이 관련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메타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오른손잡이 비율은 88.1%, 왼손잡이는 10.6%, 나머지 극소수는 양손잡이다. 이 비율은 서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문화, 지리, 인종 배경이 서로 다른 집단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야말로 진화적 특이종(Evolutionary Outlier)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떻게 이런 유별난 특성을 갖게 됐을까? 이 오래된 질문에 영국 옥스퍼드대와 레딩대 공동연구진이 흥미로운 답변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의 극단적 오른손잡이 성향은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과 유난히 커진 ‘뇌’ 가 함께 빚어낸 합작품이다.
-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41개 종을 실험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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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찾기 위해 사람을 포함해 영장류 41개 종, 총 2,025개체의 튜브 과제 실험 자료를 모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이 자료를 두 가지 수치로 정리했다.
하나는 ‘평균 손잡이 지수(MHI)’다. 한 집단이 주로 사용하는 손이 전체적으로 오른손인지 왼손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완전한 왼손잡이 집단이면 -1, 완전한 오른손잡이 집단이면 +1, 반반이면 0이다. 다른 하나는 ‘평균 절대 손잡이 지수(MABSHI)’다.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특정 손을 얼마나 일관되게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쪽으로 확실히 치우쳐 있으면 이 값이 높아진다.분석 결과 침팬지, 고릴라 등 일부 종에서 약한 오른손 쏠림이 나타나긴 했지만 41개종 전체를 놓고 보면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뚜렷한 쏠림은 없었다. 오랑우탄과 손오공의 실제 모델인 금사원숭이는 오히려 왼손 쏠림이 두드러졌다.
확실하게 오른쪽으로 쏠렸다고 말할 수 있는 종은 인간뿐이었다. 인간의 손잡이 지수 값은 0.76으로, 침팬지 등 진화적으로 가까운 계통의 종들이 0.0 언저리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오른손 편향이다. 손잡이 지수 0.76은 관찰된 모든 동작을 통틀어 평균적으로 오른손이 왼손보다 76%p만큼 더 많이 쓰였다는 뜻이다. 비율로 바꿔 말하면 전체 동작의 약 88%가 오른손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절대 손잡이 지수에서도 인간은 0.94로 41개 종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했다. 모든 행동에서 거의 예외 없이 일관되게 오른손을 사용한다. 인류의 계통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예상되는 수치 0.43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다. 이는 인간의 오른손잡이 편향이 일반적인 진화 흐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강력한 진화적 압력을 받았다는 걸 뜻한다.
- 인간의 유별난 팔다리 비율과 뇌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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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이토록 예외적인 존재로 만들었을까? 연구진은 몸무게, 뇌의 크기, 먹이 종류, 도구 사용 여부, 주된 서식지(나무또는 땅), 이동 방식, 성별 간 경쟁 정도 등 손잡이 성향 진화를 설명해 온 여러 가설에 등장하는 변수를 하나하나 모델에 넣어 검증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요인을 고려한 가설에선 인간의 압도적인 오른손잡이 비율은 일반적인 진화 경로를 벗어났다. 그러나 뇌의 크기와 팔다리 비율(팔 길이를 다리 길이로 나눈 값)이라는 두 가지 요인을 집어넣자 오른손잡이가 진화의 자연스러운 경로 안으로 들어왔다.
인간의 팔다리 비율은 72다. 72는 팔 길이가 다리 길이의 72%라는 뜻으로, 팔보다 다리가 훨씬 길다. 반면 대부분의 영장류는 팔이 다리보다 길다. 초기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팔다리 비율이 88이었으나 직립보행이 안정화되면서 다리가 점점 길어졌다.
인간 뇌는 더욱 도드라진다. 평균 1.35㎏으로, 유인원의 약 3배다. 직립보행을 막 시작했을 초기 인류의 뇌는 침팬지나 고릴라와 비슷했다. 그러다 200만 년 전 호모속으로 진화하면서 뇌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불을 이용할 줄 알았던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1㎏대로 올라섰다.
연구진이 이 두 변수, 즉 뇌 크기와 팔다리 비율을 반영한 모델로 인간의 손잡이 지수를 예측해 보니, 예측값이 0.74로 나왔다. 실제 관측값 0.76과 거의 일치하는 수치다. 계통수에 따른 예측(0.0)과 실제 값(0.76) 사이의 큰 간극이 뇌 크기와 팔다리 비율을 끼워 넣자 거의 메워진 것이다. 손 선호의 강도를 나타내는 절대 손잡이 지수도 두 변수를 집어넣자 예측값이 0.86까지 올라가 실제 값에 매우 가까워졌다.
- 두 단계에 걸쳐 진화한 오른손잡이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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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변수는 어떻게 인간을 극단적 오른손잡이로 이끌었을까? 연구진은 오른손잡이 비율이 변화해 온 과정은 인간이 두 단계에 걸쳐 진화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첫 단계는 직립보행이다.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땅 짚기에서 해방된 손은 이제 도구를 쓰거나 만들고, 물건을 옮기고, 의사소통을 하는 등 훨씬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게 됐다. 손 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숙련도가 높은 쪽 손을 더 많이 쓰게 된다.
다음 단계는 대뇌의 진화다. 뇌가 커진 호모속의 등장과 함께 뇌의 좌우 반구 역할이 나뉘었다. 뇌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두 반구의 기능 분업은 더욱 뚜렷해졌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복잡한 도구 조작과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와 연결된 오른손잡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영장류에 적용한 계산 모델에 고인류 화석의 신체 수치를 넣어 계산한 결과 인류 조상들은 진화를 거듭할수록 오른쪽 쏠림이 더 뚜렷해졌다는 것도 확인했다. 초기 인류인 아르디피테쿠스(0.16)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0.32)는 오늘날의 대형 유인원과 비슷한 수준의 약한 오른손 편향에 그쳤다. 이후 호모속 등장과 함께 오른손잡이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호모 에르가스터(0.50), 호모 에렉투스(0.54)를 거쳐 네안데르탈인에 이르면 0.6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예외 없는 원칙은 없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작은 체구의 호빗족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오른손잡이 비율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수준에 그쳤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뇌가 작은 데다 평지와 나무 생활을 함께한 집단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특성으로 인해 오른손 쏠림에 대한 압력이 약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 왼손잡이 비율, 왜 더 늘지도 줄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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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른손잡이 진화사엔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왼손잡이 비율이 예나 지금이나 대략 인구의 1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왜 더 줄어들지도 더 늘어나지도 않고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을까?
아직 논쟁 중인 질문이지만, 현재 과학자들이 찾아낸 설명은 전투 가설과 진화적 안정 전략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오른손잡이 위주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희소성 덕분에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예컨대 왼손잡이는 사람들한테 익숙한 오른손잡이와 동작 방향이 달라 상대의 공격이나 수비를 피하기 쉬웠다. 야구나 탁구, 펜싱처럼 한쪽 손을 주로 쓰는 스포츠에서 왼손잡이 선수 비율이 매우 높게 나오는 것은 이런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다. 그러나 왼손잡이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희소성에 기인한 ‘기습 효과’가 사라진다. 10%라는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추론이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키에티-페스카라대 연구진은 왼손잡이의 전투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와 비교해 민첩성은 별다를 바 없었으나 승부욕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먼저 내미는 오른손 또는 왼손. 이 사소한 동작 하나에 수백만 년에 걸친 직립보행과 대뇌의 진화, 그리고 생존 투쟁의 복잡다단한 역사가 담겨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