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들 미래 첨단 산업에는 공통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대규모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수요는 24.7GW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RE100과 탄소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규모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뒷받침할 전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 중요한 해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해상풍력’이다.

이제 해상풍력은 단순한 친환경 발전원을 넘어 국가 산업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해상풍력이 왜 필요하며,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한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해상풍력, 왜 주목받나?
해상풍력은 바다의 풍부한 바람 자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설비 이용률과 뛰어난 공간 활용성에 있다.

발전 특성에서도 다른 재생에너지원과 차이를 보인다. 태양광이 낮 시간대에 발전이 집중되는 반면, 해상풍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전할 수 있으며 계절적으로는 겨울철 풍황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두 전원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서로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지 활용 측면에서도 해상풍력은 강점을 지닌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는 넓은 육상 부지가 필요하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넓은 관할 해역을 해상풍력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 육상 부지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GW급 대규모 발전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은 해상풍력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해외 연료 수입 없이 순수 국내 바람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에너지 안보 측면의 의미가 크다.
비싼데, 굳이 바다로 가야 하나?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발전단가 목표를 보면 태양광은 100원/kWh 이하, 원자력은 65~70원/kWh 수준인 반면 해상풍력은 250원/kWh 수준이다. 단편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초기 투자비(CAPEX)가 큰 해상풍력의 발전단가가 다른 전원보다 높다는 점은 부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해상풍력의 가치는 단순히 발전단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해상풍력은 국가 전략 산업이자 미래 성장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해상풍력은 풍력 터빈뿐만 아니라 철강(하부구조물), 조선(설치선), 중전기기(해저케이블 등), 건설·항만, 금융 등 다양한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종합 산업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1MW를 설치할 때 해상풍력은 14명, 태양광은 8명의 고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 국내외 연구에서도 해상풍력의 높은 산업·고용 파급효과*가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초기의 높은 투자비는 국내 제조·조선·건설·금융을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비용을 낮출 여지도 충분하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공급망과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갖춰지면 규모의 경제와 반복적인 사업 경험의 축적을 통해 발전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높은 비용은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비용으로 볼 수 있다.

* 범정부 합동 발표 「해상풍력 인프라 확충 및 보급계획(’25.12)」
전북 서남권 60MW 실증단지(국내 유일 해상변전소)
세계는 앞서가고, 우리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세계 주요국은 해상풍력을 에너지 전환과 산업 육성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해상풍력 선도국들은 초기의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입찰 계획을 제시하는 한편, 전력망· 공급망·항만·선박을 함께 확충해 왔다.

꾸준한 사업 물량이 기업의 투자를 이끌고, 축적된 사업 경험이 산업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대만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장기 보급 목표와 입찰 계획을 바탕으로 시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대만은 이미 4.8GW 규모의 실적을 확보했으며 2030년 13GW, 2050년 최대 55GW로 설비를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단순히 발전소 몇 곳을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들이 장기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장을 먼저 제시했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해상풍력은 어디에서 사업을 추진할지, 언제 얼마나 입찰이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려워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과 금융기관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하지만 2025년 3월 「해상풍력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추진 기반이 마련됐다.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부지를 찾아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가 적합한 해역을 발굴하고 주민 수용성 등을 검토하는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틀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6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총 55GW 규모의 해상풍력 물량을 단계적으로 공모·입찰하는 ‘중장기 입찰 로드맵’을 발표했다. 매년 4GW 이상 입찰을 추진해 2030년까지 10.5GW를 착· 준공하고, 2035년까지 누적 25GW 보급을 목표로 설정했다.

향후 10년간의 시장 시간표가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공급망 투자와 금융기관의 장기 자금 공급을 촉진하는 중요한 투자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드맵만으로는 부족하다, 넘어야 할 산
그러나 로드맵 발표만으로 계획된 물량이 저절로 발전소 건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사업은 약 34GW에 달하지만, 실제 상업운전에 들어간 규모는 0.35GW 수준에 불과하다. 계획 물량을 실제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바다에 풍력터빈을 설치하기까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년간 바람 자원과 해저 지반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어업인 및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의해야 하며, 환경영향평가와 군 작전성 검토는 물론 전력망 계획 수립과 대규모 금융 조달도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 과정이라도 지연되면 전체 사업 일정과 비용에 차질이 발생한다. 특히 군 작전성 등 입지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사업 후반부에 이뤄질 경우, 이미 투입한 비용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업 초기부터 군 당국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입지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해상풍력을 본격적인 국가 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제도적 기반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금융지원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에너지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배후항만과 전력망 등 필수 인프라를 적기에 확충하고, 사업 지연을 유발하는 제도와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금융 여건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성장펀드와 미래에너지펀드 등 정책금융을 활용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해상풍력의 자금조달 안정성을 높이고 금융비용을 낮춘다면 사업의 경제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여러 제도에 분산된 주민·어업인 지원방안과 갈등 조정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해 사업 추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한전, 사업 개발과 마중물 역할로 시장을 뒷받침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전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송전망 운영 주체로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전력을 수용할 전력망과 공동접속설비 등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해상에서 아무리 많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육지의 수요처까지 안정적으로 보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법·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비와 기간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섬과 섬 사이 습지보호구역을 지나는 송전선로에 값비싼 해저케이블을 설치해야 했지만, 신안 지역 공동접속설비 구축 과정에서 한전 주도로 「습지보전법」 시행령을 개선해 일정 요건 아래에서는 가공 송전선로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건설비 약 3,000억 원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38개월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성과가 일회성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추진될 사업에도 동일한 제도 개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해상풍력사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송전선로 인근 주민의 투자 한도를 확대하는 주민참여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사업은 발전사업허가 이전이라도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사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전력망 운영을 넘어 해상풍력사업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기 시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의 사업 개발 경험을 축적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최초 해상풍력사업인 60MW 전북 실증사업과 국내 최대 규모인 100MW 제주 한림사업에서 국산 기자재와 국내 기술·금융을 활용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준공하고 실제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전북 서남권 400MW 시범사업은 국산 대형 풍력터빈과 한국형 345kV 전력시스템 설계를 적용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2032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전남 신안 지역에서도 약 1.8GW 규모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신안1·2·3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와 풍황조사 등 개발절차를 단계적으로 밟고 있으며, 글로벌 개발사와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신안 해송1·3사업 역시 해외 개발사와의 공동 개발을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의 사업 개발과 금융 조달 역량을 축적하고,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 해외 해상풍력사업 진출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실행의 시간이다
해상풍력은 이제 단순히 친환경 발전소 하나를 건설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시대에 무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미래 산업과 공급망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 인프라다.

당장의 발전단가만 놓고 보면 해상풍력은 여전히 비싸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사업 경험이 축적되면서 공급망과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비용은 낮아지고 산업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10년간의 입찰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단순히 정책 방향을 제시한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계획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의미한다.

계획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실행의 시간’이다. 정부의 명확한 방향 제시와 함께 시장의 초기 리스크를 낮추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업 여건을 만들어가는 한전의 역할, 그리고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와 참여가 맞물린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한전이 대한민국 해상풍력의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이다.
한전 해상풍력 운영·개발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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