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가 머무는 방식
인천의 행정지도가 바뀌었다. 중구 내륙과 동구가 묶여 제물포구라는 옛 이름으로 복원됐다. 면적 22㎢의 소규모 자치구 안으로, 1883년 개항 이후 시작된 원도심의 시간이 고스란히 안겨들었다. 원도심은 켜켜이 포개진 인천의 풍경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곳. 그중에서도 개항장이 품은 ‘겹’의 층위가 가장 선명하다.

개항장은 1883년 제물포가 새로운 문물 앞에 빗장을 푼 곳이다. 낯선 이방인의 발길과 이국의 물자가 밀려들며 풍경의 결이 달라졌고, 그때 터를 잡은 건축들이 지금도 골목의 표정을 이룬다. 제물포구 신포청사(옛 일본영사관)와 인천개항박물관(옛 제일은행), 근대건축전시관(옛 제18은행), 제물포구락부, 대불호텔전시관(옛 대불호텔) 등이 그 흔적들이다. 하역회사 사무소였던 팟알과 해안동의 옛 창고들을 개조해 만든 아트플랫폼도 개항장 안에서 근대를 품은 채 산다. 쓰임은 간판을 갈아 끼우듯 바뀌었어도 붉은 벽돌과 석조 외벽 틈새에 스며든 세월의 무게는 바래지 않았다. 여기에 화교들의 삶이 켜켜이 스며든 차이나타운과 6·25전쟁이 남긴 생채기까지 겹쳐지면, 개항장은 그야말로 역사를 압축한 거대한 지층이 된다.

개항장 옆 배다리는 다른 결로 시간이 쌓이는 자리다. 개항장이 외국인들의 무대였다면, 배다리는 개항장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던 자리다. 193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바닷물이 드나들던 나루터였던 이곳에 학교와 시장, 헌책방, 성냥공장, 간장공장 등이 들어서며 번성했다.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라는 노랫말도 이 풍경 속에서 태어났다.

그렇게 사람들의 숨결이 쌓인 배다리의 시간은 지금 조금씩 변화 중이다. 한때 40여 곳의 책방이 밀집했던 헌책방 골목엔 아벨서점과 한미서점 등 몇 곳만 남았지만, 빛바랜 책등과 손때 묻은 책들이 전하는 내력은 여전하다. 대신 상권이 쇠퇴한 빈자리에 작은 미술관과 북카페 같은 문화공간이 속속 들어차기 시작했다. 원도심의 겹은 그렇게 쌓인다. 오래된 것에 새로운 쓰임을 더하고, 사라진 자리를 비워두지 않으며. 지나간 시대를 허물어 지우지 않아 참 다행이다.
월미도 놀이공원의 각종 놀이시설들.
인천 제물포구 신포청사 앞 개항장 거리.
여행을 권하는 바다
인천에서 바다는 풍경이자 길이다. 개항기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낯선 세계와 만났듯, 지금의 여행자도 바다를 통해 다른 풍경으로 건너간다. 뭍에서 섬으로,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그 길의 첫머리에 월미도가 있다. ‘물이 휘감기는 달 꼬리’라는 이름의 월미도는 1930년대 매립돼 육지가 됐다. 일찍부터 수도권 대표 관광지로 이름을 알렸고, ‘옛 청춘’과 ‘현재진행형 청춘’이 함께 찾는 핫플로 한 세기를 지났다. 그 중심에 놀이공원이 있다. 바이킹과 디스코팡팡·대관람차가 쉴 새 없이 돌고, 주말이면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는 바다. 어쩌면 그 소란스러운 바다가 월미도의 낭만일지도 모르겠다.

놀이공원이 월미도 소란의 상징이라면, 월미둘레길은 고요의 다른 이름이다. 인천상륙작전 당시의 ‘그린비치’ 지점부터 이민사박물관과 월미공원 일대를 도는 약 2.3㎞ 길이의 둘레길로, 짙은 그늘 아래를 천천히 걸으며 바다를 만끽하기 좋다. 특히 둘레길 정상에 자리한 월미전망대는 인천에서도 손꼽히는 조망 명소. 때때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와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가 교차해 마음 안에 여행을 부려놓는다. 놀이공원과 함께 요즘 월미도에서 핫한 즐길거리는 월미바다열차다. 월미도를 순환하는 국내 최장 길이의 도심형 관광모노레일로, 타자마자 바다가 자꾸 창을 넘어온다.

월미도에서 뱃길이나 연륙교를 건너 만나는 영종도도 여행을 부추긴다. 얕은 바다를 메워 여러 섬이 하나로 합쳐진 이 거대한 땅을 즐기는 데는 걷기가 최고다. 추천 코스는 영종진 해안 둘레길과 예단포 둘레길. 영종도 둘레길 3코스(힐링바닷길)의 일부인 ‘영종진 해안 둘레길’은 운요호 사건의 아픔을 품은 영종진공원과 씨사이드파크를 유려하게 잇고, 왕복 1.5㎞ 남짓한 예단포 둘레길은 바다에 바투 붙어 흐른다. 영종도가 ‘섬 아닌 섬’이 되며 새롭게 생겨난 둘레길들이 만나게 한 또 다른 바다다. 인천의 바다는 여전히 그렇게 여행을 권한다.
도시가 건네는 하루

송도는 갯벌을 메워 만든 도시다.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이르는 간척지에 빌딩이 들어섰을 때만 해도 시원하게 뻗은 도로와 유리벽의 건물들이 어딘가 서먹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풍경이 달라졌다. 빌딩 사이로 가로수가 자라고, 공원에는 초록이 무성해졌다.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센트럴파크다. 국내 최초로 바닷물을 끌어들인 해수공원답게 1.8㎞ 수로 위로 수상택시와 카누, 문보트가 오간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조깅하는 사람과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도 스쳐 가고, 트라이볼의 독특한 곡선과 고층 빌딩 사이에서 사람들이 걷고 뛰고 머물며 도시를 누린다. 트리플스트리트에서 쇼핑하고 밥을 먹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매일 오가는 생활의 일부. 낯설던 도시가 그렇게 누군가의 동네가 되었다. 도시가 사람 사는 일에 길들며 조금씩 다정해지는 방식으로.

도시 옆에는 일상 안의 바다도 있다. 오션스코프에서는 다섯 개의 컨테이너 사이로 인천대교와 서해를 바라볼 수 있고, 솔찬공원에서는 인천대교를 만들던 작업장 자리에 앉아 인천대교의 밤을 만난다. 갯벌 위에 세운 도시가 초록과 바다를 충분히 품으며 사람이 즐기는 동네가 되어가고 있는 셈. 그러면서도 도시의 질감은 여전해 그 위에 쌓인 사람들의 일상이 오히려 더 잘 보인다. 여전한 듯 새로운 혹은 새로운 듯 여전한 인천도.

밤바다 위로 불을 밝힌 인천대교.

TRAVEL TIP

  • 인천아트플랫폼
    • 이용시간
      11:00~18:00(B전시장)
    • 휴무일
      매주 월
    • 입장료
      무료
    • 문의
      0507-1487-1062
  • 월미바다열차
    • 이용시간
      화~목 10:00~18:00 / 금~일 10:00~19:00
    • 휴무일
      매주 월
    • 입장료
      평일 성인 11,000원 / 주말 성인 14,000원
    • 문의
      032-450-7600
  • G타워 전망대
    • 이용시간
      화~금 10:00~21:00 / 주말 13:00~21:00
    • 휴무일
      매주 월
    • 입장료
      무료
    • 문의
      (032)120
  • 송도 웨스트 보트 하우스(수상 택시)
    • 이용시간
      평일 10:00~19:00 / 주말 10:00~21:00
    • 휴무일
      연중무휴
    • 입장료
      성인 4,000원
    • 문의
      032-834-4609
인천에 살아보니 시간이 공존하는 인천! 신아영 인천본부 제물포지사 대리

많은 사람들은 인천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거쳐 가는 ‘공항이 있는 도시’ 로만 떠올리겠지만,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본 인천은 여러 가지 볼 것도 많고 놀거리도 많은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인천은 가는 장소마다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인천으로의 여정은 마치 시간을 넘나드는 마법 같다. 과거의 번화가였던 제물포, 동인천, 중구 쪽을 가보면 근대식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개화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낡고 오래된 건물들은 이제 감각적인 갤러리와 감성 카페로 변신하여, 레트로한 감성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인스타 감성 샷을 선사한다. 또한,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차이나타운은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식 짜장면’이 처음 탄생한 곳이다. 짜장면 외에도 화덕만두, 공갈빵, 백짬뽕 등 끝없는 음식들의 유혹이 있다.

갯벌을 메워 세운 바다 위의 스마트 시티! 송도국제도시는 앞서 걸었던 구도심과는 완벽하게 대비되며 이국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매력을 뽐낸다. 도심 한가운데 바닷물이 유유히 흐르는 국내 최초의 해수 공원 ‘센트럴파크’는 송도 여행의 백미다. 햇살이 쏟아지는 낮에는 수상택시나 문보트에 올라타 빌딩 숲 사이를 유람하며 힐링을 즐길 수 있고, 해가 저물면 마천루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이 호수에 반사되며 외국의 유명 도시 부럽지 않은 황홀한 야경을 연출하여 사진 찍기 좋다.
마지막으로,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도 볼거리, 먹거리들이 많다. 우선 인천대교를 시원하게 달려 영종도로 향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푸른 서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마시안 해변이나 을왕리의 아늑한 카페에 앉아, 넓은 갯벌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는 순간은 사진을 남겨놓을 만한 풍경이다. 해수욕장 주변에 있는 제철 해산물들도 함께라면 더 훌륭한 선택이다.

수도권에서 지하철이나 공항철도로 훌쩍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그 어느 곳보다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도시 인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 놀라운 도시는 방문객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과 잊지 못할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