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환자의 날 ‘환자상’ 수상


사고처럼 갑자기 찾아온 1형당뇨
1형당뇨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형당뇨와 발병 원인과 치료 방법이 다르다.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해 더 이상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게 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우리나라 전체 당뇨병의 2%도 되지 않는다. 선천성도 아니고 단것을 많이 먹거나 운동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 아니며,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찾아온 병이다. 1형당뇨 환자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해야 한다.
혈당은 성적표가 아니잖아
올해로 26년째 1형당뇨와 함께 살고 있다. 2001년, 대학에 입학한 첫해, 스무 살의 나는 1형당뇨를 진단받았다.

“앞으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1형당뇨와 함께 산다는 것은 하루에도 수십 번 작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 인슐린을 언제 얼마나 투여할지, 저혈당과 고혈당에 어떻게 대비할지 끊임없이 판단해야 한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제와 오늘의 혈당은 다르다. 잠을 설친 날과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몸도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래서 내 몸의 변화와 인슐린의 작용을 공부했다. 음식과 운동, 수면과 스트레스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씩 기록했고, 무엇보다 내 마음의 상태까지 살펴야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하루가 내게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이 필요한 하루였다. 처음에는 모든 숫자를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 혈당이 높거나 낮으면 하루 전체를 실패한 것처럼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혈당은 성적표가 아니고,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숫자도 아니다. 내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정보일 뿐이다.

당뇨 관리를 잘하는 방법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아는 것이다. 이제는 1형당뇨를 무조건 미워하기보다 오래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단호하게 관리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혈당보다 내가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췌장장애인의 날 기념식 공로상 수상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나의 당뇨씨’
스무 살의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
병은 내 하루를 바꾸었지만, 내 삶의 방향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힘들 때는 조금 천천히 걸었고, 두려울 때는 잠시 멈췄다. 늦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었다.

그렇게 나는 KEPCO의 연구원이 되었고, 사랑하는 반려자를 만났으며,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현장의 동료들을 더 안전하게 지킬 방법을 고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밥을 먹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아빠가 된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내가 건강을 지키려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스무 살의 나에게 첫 번째로 보여주고 싶은 사진은 2024년 미국 AWE 국제엑스포에서 상을 받은 날이다. 우리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로 참가해 100여 개 해외 기업과 경쟁한 끝에 1등 기술상을 받았다.

또한 나는 환자 커뮤니티와 환자단체에서 경험과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고, 유튜브 ‘나의 당뇨씨’를 시작했다. 물론 회사의 겸직 신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채널을 소개할 때 쓰는 멘트는 ‘공부해서 남 주는 26년차 1형당뇨인’이다. 어렵고 복잡한 의료 정보를 환자의 눈높이에서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영상을 본 환우들이 “막막했는데 방향을 찾았다”, “멘토를 만난 기분이다”라는 댓글을 남겨줄 때가 많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시작했지만, 그런 말을 만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

두 번째 사진은 이름부터 조금 낯선 ‘환자상’을 받은 날이다. 그날 초등학생이던 둘째 딸이 내게 물었다. “아빠는 환자가 아닌데, 왜 환자상을 받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웃음보다 먼저 눈물이 났다. 아이에게 나는 아픈 사람이 아니라 매일 출근하고, 함께 밥을 먹고, 놀아주는 평범한 아빠였던 것이다. 많은 환자들의 소박한 꿈은 건강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꿈을 이미 이룬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사진은 얼마 전, 2026년 7월 1일 국회였다. 오랫동안 환자와 가족이 함께 바라온 ‘췌장장애’ 제도가 시행된 첫날이었다. 췌장 기능 손상으로 겪는 어려움이 비로소 제도 안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그동안 환우들과 함께 췌장 기능 손상으로 겪는 어려움을 알리고, 이를 제도 안에서 인정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서 ‘췌장장애인의 날’ 기념식 공로상을 받고, 당사자들을 대표해 나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상을 받은 기쁨도 컸지만, 오랫동안 함께 목소리를 내온 환자와 가족들이 변화의 시작을 함께 맞았다는 사실이 더 뜻깊었다.
스무 살의 나에게 이 사진들을 보여준다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까. 나는 내일 아침에도 인슐린을 맞고 평소처럼 출근할 것이다. 내가 맡은 일을 하고, 궁금한 것을 공부하고, 알게 된 것을 기꺼이 사람들과 나눌 것이다.

그리고 스무 살의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을 한 장씩 더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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