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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14
10년 전 나에게 답장을 보내다

월간 <KEPCO> 2014년 12월호에 본사 이전으로 나주에 둥지를 틀게 된 세 명의 한전인이 10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를 실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4년 12월. 편지의 대상자인 세 명의 한전인이 ‘과거의 나’에게 답장을 보낸다.

29세, 나의 나주 시절을 추억하며김지은 차장(안산지사 고객지원부)

와, 20대의 너는 참 패기도 활력도 넘쳤구나. 29세의 지은이가 쓴 글에서는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의 힘이, 에너지 넘치는 일상의 모습이 느껴져서 덕분에 39세의 지은이는 아침부터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3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삼세 번이 더 가고 나니 나의 우주가 변해 있네. 과거의 너의 언행과 생각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현재의 나는, 여가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토끼 같은 딸, 아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도 이루고, 업연으로 맺은 훌륭한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포지션으로 다시 성장하려고 꿈틀대고(?) 있어.
팔팔했던 나의 30대 초반을 나주 본사에서 지지고 볶고 했을 땐, 가끔 힘이 들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에 와보니 그때 참 많은 걸 배웠던 것 같아. 한전이라는 울타리와 든든한 재무처 선배님들이 없었다면 루키, 지은이가 감히 할 수 없었던 중요한 국제금융업무도 해보고, 쉬이 만날 수 없는 대내외 주요 인사와도 업무 미팅을 하고. 다시 복기해 봐도 참 좋았던 경험들이었어. 이젠 중간관리자가 되어 내가 받고 누렸던 회사의 자산을 후배님들도 누릴 수 있도록 더 많이 지원하고 같이 성장해 나갈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 요즘 의식적으로 노력하려는 것은,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엘사 공주의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를 따라 부르는 것이야. 나이가 들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구분하고 한편으로는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법을 배워 나가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 시간은 더 급물살을 타고 가니, 나의 우선순위 한 가지는 꼭 챙겨가면서 말이야.
그리고 꼭 건강 잘 챙겨. 49세의 지은이가 또 이 글을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땐 어느 정도 애들도 크고, 회사 내에서도 내실 있는 중간관리자가 돼서 다음 Third Stage를 준비하려면 무조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해. 알지? 과거의 나를 원망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자! 나는 언제나 나를 응원해.

지도상의 나주가 내 삶이 녹아 있는 공간으로!이재준 차장(전력시장처 계약거래부)

10년이 걸렸다. 과거의 내가 이런 치기 어린 편지를 썼었다는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까지. 먼저, 10년 전의 내가 감히 질러 놓은 것들을 수습해 봐야 할 것 같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는 흰머리 대신 머리숱이 확연히 줄었고, 승진시험에 (꼴찌로) 합격하여 차장이 돼 어두운 나주를 밝히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부쩍 말이 늘어가고 있는 딸은 너무 귀엽지만 크면 클수록 엄마가 아니라 나를 닮아가고 있다(!). 원영적 사고를 체화하지는 못했어도 덕분에 10년 전의 나의 모습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으니 럭키비키일까?
10년이 걸렸다. ‘나주’가 지도상의 지점이 아닌 나의 삶이 녹아 있는 공간이 되기까지. 태어나 처음 나주라는 땅을 밟던 날, 진눈깨비가 내리던 10년 전 그날부터 시작된 낯선 변화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차를 타야만 갈 수 있던 편의점도, 광주로 나가야만 했던 병원들도,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된 진흙탕 공사장도, 나주는 같은 기간 동안 나 자신이 변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달라진 것만 같다. 이제 이곳은 거주지를 넘어 삶의 터전이 되었고, 근무지를 넘어 한전인이 된 이후 가장 오랜 기간을 머문 곳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변화라는 것은 겪기 전에는 항상 두렵게 느껴지지만, 만약 삶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슬픈 일이지 않을까? 새로운 곳, 나주에서의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많은 선후배와 동료들을 얻고, 소중한 가족이 곁에 생겼듯이, 앞으로 다가올 10년에도 행복한 변화가 나와 한전에 계속 찾아왔으면 좋겠다.
P.S. 한화이글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KEPCO 빅스톰. 리그 우승까지 10년 더는 못 기다려 준다. 다들 잘해 보자!!

10년 전 다짐이 이루어진 공간박다혜 차장(에너지신사업처 사업화추진실)

원고 의뢰를 받고 두 가지 놀란 점이 있어. 첫 번째는 10년 전에 본사 소속이었는데 돌고 돌아 현재 다시 본사에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당시에 썼던 내용 중에 나름 상당수는 실천에 옮겼다는 것이야. 10년 전 나주에 오고 나서 출퇴근 시간이 도보 10분 안팎으로 줄어든 건 굉장한 장점 중 하나였지. 너는 신세계라며 좋아했고, 저녁 시간에 이것저것 해 볼 여유시간이 있는 것도 만족스러워했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듯, 신체활동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몸무게는 점점 늘었고, 2년여가 지났을 무렵에는 잔병치레가 심해져 근무에도 지장을 줄 정도가 되었지. 그래도 덕분에 결국 생애 최초로 극한의 다이어트를 시도했던 것이 건강과 식단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잖아. 그 후로 지금까지도 틈틈이 운동하며 고혈압이나 혈당 등에 신경 써서 식사하면서 나름의 저속노화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오히려 잘된 일이지.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에 오게 되면서 본사 인근 전라도의 여러 곳을 둘러보기도 했지. 10년 전 자동차를 빨리 사고 싶다던 너의 바람대로, 늦게나마 본사에 다시 오게 되면서 오너드라이버가 되었네. 덕분에 계절마다 곳곳의 명소를 다니다 보니 마음을 환기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구나. 그러면서 나의 여행 취향도 변했지. 과거에는 대도시나 휴양지 위주로 다녔다면, 지금은 대자연이나 풍경을 보는 것이 더 좋아졌어. 나는 혼자 있을 때 마음에 평온을 얻는 내향적 성향이지. 그래서인지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나 혼자 지내보면서 심적인 안정감도 생겼단다. 그래서 업무 역량과 개인적인 경험 축적에도 도움이 되었고, 주관이 확고해지면서 나의 방향에 대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에 대하여 알아가고 있단다. 앞으로의 나는 사소한 것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미래의 나뿐 아니라 본사와 비연고지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우들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챙기기를 우리 응원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