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KEPCO>는 올 한 해 동안 모두가 위기라고 하는 절망적 상황을 멋지게 극복한 기업들의 역전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번 호 역시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의 위기 극복 스토리를 통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지혜를 발견하기 바란다.
에너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주역
아식스의 적자가 발표될 당시 문제점으로 지목된 것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아식스는 절치부심했다. 2018년 취임한 히로타 야스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저가 모델의 판매를 줄이고 프리미엄 러닝화의 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내걸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우선, 아식스의 아이덴티티로 불린 4선 라인을 오니츠카 라인*에서 과감하게 걷어냈다. 일부 시그니처 라인을 제외한 다른 제품에서는 4선 라인을 없애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또한, 오니츠카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재정립하기 위한 고급화 전략에도 집중했다. 오니츠카는 아식스와 달리 스니커즈에 집중한 라인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고급도 중저가도 아닌 애매한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이에 아식스는 상권 차별화를 통한 승부수를 던졌다. 도쿄의 명품거리 긴자를 비롯해 새로운 명품거리로 부상한 오모테산도에 대형 오니츠카 매장을 선보이면서 2030(MZ)세대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오니츠카 매장은 일본 젊은이들을 비롯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하는 유명 점포로 자리 잡았다.
오니츠카 라인*: 아식스 전신인 오니츠카 타이거의 운동화 라인업.
부활의 터닝포인트 ‘도쿄올림픽’
아식스는 마라톤화 시장에서도 자존심을 회복했다. 2019년 적자 이후 대대적인 리브랜딩 계획을 준비했는데, 그 중심엔 일본에서 펼쳐진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2020 도쿄 올림픽’이 있었다. 아식스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올림픽을 통해 부활을 노렸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제때 열리지 못했다. 당시 위기를 겪던 아식스의 입장에선 한시가 아쉬운 상황일 수 있었지만, 이들은 미뤄진 1년을 더욱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도쿄올림픽과 협업한 개성 있는 디자인의 제품들 내놓으며 전 세계에 아식스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한 것이다. 다양하고 톡톡 튀는 제품은 단순히 올림픽 굿즈를 넘어 ‘한정판 대란’까지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아식스의 전략 중 하나인 ‘한정판 콜라보’의 시작은 어쩌면 도쿄올림픽이었을지도 모른다.
디자인과 기능의 결합, ‘창사 이래 최고 전성기’
아식스는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도쿄올림픽이 있던 2021년 말 매출액 4,040억 8,200만 엔을 기록한 아식스는 지난해 말 매출 5,704억 6,300만 엔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매출 성과는 과거 단순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형형색색의 색 조합과 기능성을 강조하며 최신 트렌드에 완벽하게 부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열린 파리올림픽에서도 아식스는 다시 빛났다. 도쿄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출신인 벨기에의 바시르 압디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아식스의 ‘메타스피드 파리’와 함께 은메달을 획득하며 아식스의 기술력을 다시금 전 세계에 알렸다.
아식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아식스의 오랜 팬인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와의 협업을 통해 아식스의 시그니처 러닝화 ‘젤’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것이다. 가장 아식스다운 디자인에 편안함을 더한 젤 시리즈는 Y2K(2000년대 초반) 패션 트렌드에 부합하는 아이템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아식스는 적자 발표 후 5년 만에 창사 이래 최고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부활에 성공했다. 빠른 부활을 이뤄낸 아식스.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전성기를 이어갈지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