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연결이 만드는
삶에 관하여
글 정지우 변호사
SNS에 처음 글을 매일 올리기 시작했던 때를 기억한다. SNS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이지만, 그 시절 내게 SNS에는 유일한 구원 혹은 출구 같은 데가 있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며, 육아와 신혼에도 부지런히 적응하던 무렵, 내게 삶은 갑자기 ‘갇혀버린’ 무언가가 되었다. 섬 생활 같은 고시 생활과 밤낮없는 육아 속에서, 나는 글을 써서 SNS에 올리는 일을 시작했다. 매일 아이가 잠든 밤이 오거나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이 생길 때면, 내가 자신에게 허락한 유일한 ‘나를 위한 일’처럼 글쓰기를 했다. 그런데 그 일이 나를 더 넓은 세계에 연결시키며, 이후 내 삶을 바꿔놓았다.
- 뜻하지 않은 연결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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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뒤늦게 들어간 법학전문대학원 시절 이전까지, 나는 책을 쓰는 작가로 살고 있었다. 10권에 가까운 책을 썼기에, 내가 작가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간다고도 느낄 법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책을 아무리 써도, 책은 출간 당시 몇 권 팔리고 나서는 그냥 사라지는 경력처럼 느껴졌다. 나는 책을 한 권, 세 권, 다섯 권 쓴 적 있는 사람이었을 뿐, 출간 초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냥 ‘덩그러니’ 혼자 방 안에 있는 사람이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가기로 한 데는 그런 ‘부유하는’ 듯 홀로 있는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내 삶에 더 큰 영향을 준 건 그 즈음하여 시작한 ‘SNS 글쓰기’였다. 매일 육아와 신혼 일상, 공부하며 느꼈던 여러 고민과 고충들, 부모님에 대한 오래된 기억이나, 이따금 멀찍이 일어나는 듯한 사회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 올리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즉 나는 사실 삶에서 어떤 고립에 내몰렸고, 수험생이라는 가장 고독한 시절로 가는 중이어야 했지만, 반대로 그 시기부터 삶에서 가장 많은 사람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특히 나는 ‘이제 더 이상 작가는 하지 않고, 변호사로 살아가겠어’라고 마음먹었기에, 그 변화가 사뭇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 이전까지는 작가로서 느껴본 적 없었던 효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독자들과 직접 연결되고, 많은 댓글이 달리거나 공유가 되고, 예전에 썼던 책들도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
SNS에 글쓰기는 내가 대단한 홍보나 다른 목적을 갖고 한 건 아니었다. 그야말로 법학 공부로 메말라버린 시기, 사회와의 단절이 극단에 이른 시절에 행한 작은 취미 생활 정도였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30대는 내가 SNS에 글쓰기를 시작한 것으로 정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연결이 만들어낸 무수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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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한두 명씩 늘어나던 온라인 친구, 팔로워 등은 이후 몇 만 명에 이르게 된다. 내 글을 좋게 봐준 사람들이 글을 많이 공유해 준 덕분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SNS에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내자는 출판사들도 여럿 연락이 왔다. 나는 수험생이었기에 크게 신경 쓸 수는 없었음에도, 출판사에서는 알아서 글들을 갈무리하여 책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책들은 다시 각종 인터뷰, 강의, 방송 출연 등 여러 일을 연쇄적으로 불러왔다.
그런 현실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지인들도 SNS를 통해 만들어지게 된다. 여러 작가와 서로의 글을 읽고 추천하게 되었다. 내 글을 좋게 봐준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고, 실제로 친구가 되기도 했다. 특히 그전까지는 ‘작가 동료’라고는 단 한 명도 없이 글만 쓰고 살았는데, SNS를시작한 이후 내게는 ‘작가 동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함께 뉴스레터를 만들고, 콜라보 북토크를 하고, 서로의 책에 추천사를 써주며, 서로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되기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느슨한 연결’이라는 것의 효능을 느끼기 시작했다. 꼭 같이 술 마시는 동기동창이 아니어도, 매일 연락하며 ‘ㅋㅋㅋ’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어도, 오랜 추억을 곱씹는 사이가 아니어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다소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존중할수록, 그 관계의 단단함이 깊어지는 면도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글을 읽으며 지내는사이다 보니, 더 깊이 이해하면서, 함부로 말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존중의 태도를 기를 수 있었다.
- 글쓰기 모임이라는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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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연결의 절정은 ‘글쓰기 모임’이었다. SNS에서 시작된 글쓰기 모임 회원 모집을 시작으로 늦은 밤 글쓰기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생겼다. 밤 9시에 시작한 모임은 늘 자정을 넘겼고, 서로의 글을 읽어주며 깊이 알아갔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함께 책을 기획하고, 결혼식에 초대하고,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서로의 삶을 응원했다. 모임 회원 중 누군가는 “죽기 전에 이 모임이 생각날 것 같다”,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한 것 같다”라고 말하곤 했다.
이 여정 전체는 또다시 책으로 만들어졌다. 『글쓰기로 독립하는법』,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를 나란히 출간하며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제 삶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안다. 그것은 연결에 대한 용기, 이어짐을 향한 열망, 그로써 확장되는 마음의 범위다. 마흔에 들어선 내게, 30대란 더욱이 바로 그런 확신을 남긴 시절이 되었다. 삶은 연결되며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