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02
태평양의 에너지 지도를
바꾸는 K-전력
한국전력 ‘괌 우쿠두 프로젝트’의 모든 것
글 양대운 해외사업운영처 해외사업운영실 차장
- 대한민국 에너지 영토의 확장
-
미국령 괌(Guam)은 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섬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모습 뒤에는 노후화된 발전 설비로 인한 잦은 정전과 낮은 효율성 등 불안정한 전력 수급 문제가 늘 고질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괌의 에너지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지금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투입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전력공사(KEPCO)와 한국동서발전이 주도하는 ‘괌 우쿠두(Ukudu) 198MW급 가스복합화력 발전사업’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건설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한민국 에너지 공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사업 기획부터 금융 조달, 건설, 그리고 향후 운영 및 유지보수(O&M)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에너지 밸류체인’의 완결판이기 때문이다. 특히 약 1조 원에 달하는 사업 규모는 괌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사업으로 기록되며 K-에너지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 ‘팀 코리아’의 결성과 유기적인 협력
-
이번 여정은 지난 2019년, 괌 전력청(GPA)이 발주한 국제 경쟁 입찰에서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한국의 발전소 운영 능력과 기술적 신뢰도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쾌거였다.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꾸려진 ‘대한민국 에너지 드림팀’ 의 활약도 눈부셨다. 한국전력과 한국동서발전은 공동 주주로서 금융 조달과 발주처 협상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완공 후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할 전문 조직을 구성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와 시공(EPC)을 일괄 수행하며 공기업의 안정성과 민간의 기술력이 결합된 모범적인 협력 모델을 완성했다.
- 기술적 혁신: 친환경으로 괌의 청정 자연을 지키다
-
우쿠두 발전소의 진정한 가치는 최첨단 가스복합발전 기술에 숨어 있다. 기존 괌의 주력 발전원이었던 노후 중유 발전기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많고 효율이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우쿠두 발전소는 초저유황 경유(ULSD)와 천연가스(LNG)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복합 사이클 방식’을 채택했다.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순차적으로 돌려 전기를 두 번 생산하는 이 방식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량을 기존보다 30% 이상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저감 장치를 도입해 미국의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충족함으로써, 괌의 청정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었다.
- 위기를 기회로: 팬데믹과 태풍을 뚫고 피어난 신뢰
-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건설 초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고 인력 수급이 제한되는 등 공기 지연의 압박이 거셌다. 하지만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실시간 화상 회의와 현지 인력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2023년에는 슈퍼 태풍 ‘마와르’가 현장을 강타하는 자연재해의 위협도 겪었다. 그러나 ‘팀 코리아’는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현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복구 작업을 신속히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기업 특유의 끈기와 책임감은 괌 정부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한국수출입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은 고금리 시대 속에서도 사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 동반 성장의 가치와 지역 사회와의 상생
-
우쿠두 사업은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낳고 있는데, 우선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의 상당 부분을 국산 제품으로 채우면서 50여 개 이상의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해외로 진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했다. 또한 향후 25년간 거둘 안정적인 외화 수익은 국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하고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국전력과 동서발전은 괌에서 단순히 ‘외국 기업’이 아닌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굿 네이버(Good Neighbor)’ 프로그램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환경 정화 활동과 현지 인력 양성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진정성 있는 상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미국 본토를 비롯한 선진국 시장 진출 시 강력한 레퍼런스(Reference)가 될 것이다.
- K-에너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다
-
마침내 2025년 12월 25일 공식 준공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우쿠두 발전소는 괌 전체 전력 수요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기저 부하(Base Load)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말 그대로 괌의 에너지 독립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심장이 되는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가스복합발전은 중요한 ‘브릿지 전원’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사업의 성공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이정표다. 괌의 밤하늘을 밝히는 그 빛은 대한민국 에너지 기술의 자부심이자, 더 넓은 미래 시장을 개척하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