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무대에 선 K-푸드의 진짜 경쟁력
    과거에는 길거리 음식으로 여겨지던 떡볶이, 김밥, 치킨, 냉동만두가 이제는 미국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아이템이 됐다. 한때 ‘한국 음식’ 하면 비빔밥과 불고기가 먼저 떠올랐지만, 지금은 더 편안하고 친근한 데일리 한식이 ‘K-푸드 2.0’ 세대를 이끌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한국 음식을 먹고, 만들고, 리뷰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어느새 K-푸드는 ‘특별한 한 끼’가 아니라 ‘자주 찾는 메뉴’ 가 됐다.
    K-푸드의 확산은 K-문화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글로벌 시상식을 휩쓸고,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 어디서나 다른 나라 문화를 쉽게 접하는 시대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 콘텐츠를 본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음식과 식재료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기해서’ 먹어보던 음식이었지만, 경험한 사람들이 SNS에 올리며 빠르게 퍼졌다. 이제는 ‘궁금해서 한 번’이 아니라 ‘맛있어서 계속’의 단계로 넘어왔다.
    여기서 ‘계속’은 단순한 중독이 아니다. 한국 음식은 대체로 ‘한 가지 맛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여러 맛을 겹쳐 균형을 만든다. 예를 들면 양념치킨은 달콤함 뒤에 짭짤함과 은근한 매콤함이 따라오고, 김밥·만두 같은 메뉴는 담백한 바탕(밥·피)이 있어 소스나 곁들임에 따라 맛의 폭이 넓어진다. 그래서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도 ‘처음엔 낯설었는데, 금방 익숙해지는 맛’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지난해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인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작품이 화제가 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주인공이 즐기는 것’으로 옮겨갔고, 애니메이션 속 컵라면과 김밥, 과자류까지 덩달아 주목받았다. 식품업계가 캐릭터·콘셉트를 활용한 상품을 빠르게 내놓은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과거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문화를 체험한 뒤음식을 알게 됐다면, 지금은 콘텐츠와 SNS가 먼저 한국을 소개하고, 그 다음에 여행과 소비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 한류 실태조사’ 자료 분석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 가운데 다수가 한국 음식을 경험해 봤다고 답했으며, 유입 경로로는 SNS와 유튜브 콘텐츠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제 K-푸드는 ‘음식’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보고, 따라 하고, 먹고, 공유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문화로 작동한다.
  • 라면이 앞장서고, 콘텐츠가 밀어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K-푸드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고, 특히 최근 몇 년간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 중심에는 단연 한국 라면이 있다. 대표주자는 삼양의 ‘불닭볶음면’이다.
    불닭의 핵심은 단순히 ‘맵다’가 아니다. 매운맛이 먼저 치고 들어오지만, 뒤에 단맛·감칠맛·볶음향이 받쳐줘 ‘한 번 더 먹게 되는 구조’ 를 만든다. 그래서 매운맛이 ‘고통’이 아니라 ‘도전’이 되고, 도전은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된다. ‘불닭 챌린지’가 바이럴로 확산된 이유도 여기 있다. 맛이 이야기거리를 만들고, 이야기가 다시 소비를 끌어올린 것이다.
    매운맛을 ‘경험’으로 만든 이 제품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놀이가 됐다. 2016년 시작된 ‘불닭 챌린지’는 SNS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바이럴 마케팅의 대표 사례가 됐다. 삼양의 실적에서도 해외 시장의 힘이 두드러진다. 최근 분기 기준 매출이 최대치를 기록했고, 성장의 배경에는 해외 사업 확대가 있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크게 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함께 커졌다. ‘맛’이 입소문을 타고, ‘콘텐츠’가 확산시키며, ‘유통’이 따라붙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외에도 K-콘텐츠가 음식 소비를 끌어올린 사례는 여럿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그때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가 강력한 파급력을 발휘했다. <기생충> 속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해외에서 레시피가 공유되며 화제가 됐고,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달고나는 키트로 만들어져 아이들 체험 놀이로까지 번졌다. “화면에서 본 것”이 “내 식탁에서 해보는 것”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흐름은 콘텐츠의 유행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한국의 맛이 일상 속 취향으로 자리 잡으며, K-푸드는 미국 소비자들의 식습관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 K-푸드 ‘유행’을 넘어 ‘문화’가 되다
    프라이드 치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KFC를 ‘Korean Fried Chicken’으로 부르는 시대다. 이제 미국 어디에서든 ‘한국식 치킨윙’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아시안 소스로 알려졌던 일본의 데리야키(Teriyaki)나 중국의 오렌지 치킨(Orange Chicken)보다 한국식 양념 소스가 “더 트렌디하고 중독적”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 K-치킨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본촌(Bonchon)’이 자주 언급된다. 2002년 부산에서 설립된 본촌 치킨은 2006년 미국에 진출한 뒤, 현지 입맛을 공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여기에 BBQ, 페리카나, 교촌, BHC 등 국내 기업들도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SFC(Seoul Fried Chicken) 같이 미국 내에서 탄생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다. K-푸드가 단순 수출이 아니라 현지화·브랜드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은 음식에서 과자, 스낵, 아이스크림으로 넓어졌다. K-POP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는 미국 인기 토크쇼 <더 제니퍼 허드슨 쇼>에 출연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가 ‘바나나킥’이라고 해 화제가 되는가 하면, 빙그레의 ‘메로나’처럼 해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제품도 있다. K-아이스크림 수출 규모는 커졌고, 미국·중국·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의 맛을 즐기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냉동김밥’ 열풍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미국에서 사랑받는 마트 체인으로, PB상품과 소포장, 그리고 ‘엄선한 품목만 파는’ 큐레이션 전략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2023년 한국 냉동김밥(Kimbap)이 히트 상품이 된 건 상징적이다. 초기 반응은 조용했다. 그런데 한국계 미국인 틱톡 인플루언서 세라 안(Sarah Ahn)이 우엉 김밥을 리뷰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상이 퍼지자 ‘간편한데 든든하다’, ‘맛이 깔끔하다’라는 반응이 따라붙었다. 김밥의 강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한입에 밥의 담백함, 채소의 산뜻함, 단짠 조합이 동시에 들어오고, 차갑게 먹어도 맛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수입 규정상 햄·고기류를 제외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채식(비건) 재료 중심의 구성이 되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열려 있었다. 여기에 $3.99라는 가격은 ‘한 번 사보자’라는 진입장벽을 낮췄다. 결국 냉동김밥은 K-푸드가 미국 마트에서 아시안 섹션의 일부가 아니라 ‘별도 카테고리’로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 K-푸드가 브랜드가 되는 순간

    2026년 현재, K-푸드는 단어 자체로 브랜드가 됐다. 한국인들의 일상과 정서, 그리고 시대가 담겨 ‘한국다움’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K-푸드의 세계적 성장은 우연이 아니다. 음식의 성과이면서 동시에 콘텐츠, 산업, 유통, 기술이 함께 축적해 온 결과다. 특히 푸드테크 기업들은 더 까다로워지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왔다. 맛의 고급화는 물론 유통에 최적화된 포장 기술, 생산 효율성까지 고민하며 경쟁력을 쌓았다. 그 결과 K-푸드는 ‘맛있다’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산업적 기반까지 갖추게 됐다.
    이제 질문은 바뀌었다. ‘얼마나 유행할까?’가 아니라 ‘어디까지 확장될까?’다.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한국의 맛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까.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어떤 새로운 문화로 이어질까. 다음 페이지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출처: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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