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전기 전차과 운송종사원 일동의 성금 편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 특별전시’)

1931년 ‘동아일보’에 이순신 장군의 묘소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라는 소식이 보도되자, 전 민족적 호응이 일어나 묘소를 지키기 위해 신문사 앞으로 국내외 동포 2만여 명의 성금이 모여들었다. 이 성금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이순신 장군의 유적과 유물을 보존하기 위한 ‘이충무공유적보존회’가 설립되어 현충사를 중건하였다. 이는 일제강점기 최초의 전국적 문화유산 보존운동으로 기록되었다. 성금을 보낸 시민들의 편지와 장부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경성전기 전차과 운송종사원 일동의 성금 편지를 찾을 수 있다.
“저희들은 전차 운송종사원입니다. 이충무공 묘소가 비운에 빠진 사정에 탄식함은 다시 말할 여지도 없으며, 이 일에 대해 그 위대한 공덕을 추모하면 누가 정성의 뜻에 감동하지 않겠느냐만은, 저희들은 주야를 불구하고 시간을 계산하여 노동생활하는 직업이기에 생활이 항상 곤란한 것으로 인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작은 정성으로 만분의 일이라도 성의를 표하는 것이 가하다 생각합니다.” 이처럼 전차를 움직였던 운송원들은 회사가 우리 민족의 손을 떠난 일제강점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력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보국활동에 최선을 다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성전기 전차 운송원 뿐만 아니라 후일 한국전력주식회사 전신 중 하나인 조선전기흥업주식회사(서선전기) 종사자 80여 명의 성금내역도 확인되고 있기에 전력인들의 보국활동이 광범위했음을 알 수 있다.

해방 당시 전차에 매달린 사람들 (『서울의 전차』, 서울역사박물관, 2019).
현 광화문 위치의 중앙청(조선총독부 청사)과 전차 궤도(1953년).
전차, 우리의 품을 떠나다
1930년대 들어 경성의 교통상황이 나빠지며 전차는 만원전차가 되었다. 러시아워에는 ‘송곳 한 개 꽂을 데 없을 만큼 대만원’이라 표현할 정도였다. 이는 한성전기-한미전기로부터 전차 사업을 인수받은 경성전기가 전차노선의 신설과 차량대수의 증가를 이윤상의 문제로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에 만원전차에 대한 전차 승객의 불편, 배차간격 증가로 인한 불만에 따라 경성전기의 전차 부분 매출액 비중이 하락 추세로 반전하고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결국 1928년에 경성부에서 운영하는 부영버스가 등장하여 전차와 경합하게 되면서 이후 1933년 경성전기가 버스 사업을 인수하고 간선에는 전차가, 지선에는 버스가 다니는 전차 중심의 교통체계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광복 이후 서울의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여 100만 명을 넘으며 만원전차의 문제는 날이 갈수록 극심해졌다. 전차가 여전히 서울의 대표 교통수단이었지만,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은 전차를 증편하거나, 또는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는데, 서울시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궤도 부설은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요되기에 확장하는 도시에 발맞추어 궤도를 놓는 것보다는 버스를 통해 전차가 가지 않는 곳을 잇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즉 버스 승객의 증가는 전차 승객의 감소로 이어졌기에, 경성전기가 조선전업·남선전기를 합병하여 한국전력으로 변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차의 시대적 쇠퇴는 막을 수 없었다.
특히 1966년 서울시는 ‘교통난 완화책’ 발표에 따른 세종로 지하도 건설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차궤도 철거가 불가피하였기에, 서울시는 한국전력에 협조를 구하였으나 한국전력에서는 수익이 큰 광화문선 운행 중지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 존슨 대통령이 한국을 방한함에 따라 세종로 지하도 공사를 그 전에 마쳐야 했고, 서울시가 전차 사업 인수를 단행하고 철거하게 되는 신호탄이 되었다.
결국 1966년 김현옥 서울시장과 박영준 한국전력 초대사장이 서울시내 전차궤도의 양도·양수 협정서에 조인하면서 1,60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전차 사업이 정식으로 서울시에 넘겨졌다. 2년 뒤인 1968년 11월 29일 모든 전차가 운행을 멈추었다. 궤도는 1970년까지 차례로 철거되었고, 일부는 그대로 콘크리트로 메워졌다. 70년간 전차가 달렸던 궤도는 서울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다음 호에 계속>
전차 양도·양수 조인식
(左 김현옥 서울시장, 右 박영준 초대 한국전력 사장)
1960년대 전차 광고
계약 관련 서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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