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말고 인제
한준영 인제지사 고객지원팀 대리
처음에 인제가 어딘지도 모른 채 처음 발령받은 ‘서울 촌놈’은 어느새 5년차 인제 주민이 되었다. 춘천에 있는 강원본부에서 인제로 발령받고 막막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와 동기 둘을 데리러 춘천까지 직접 와 주신 전력노조 인제지회위원장님의 차를 타고 본 인제의 모습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처음 들어올 때 ‘대한민국 스위스, 인제’라는 간판이 우릴 반겼고, 4면 어디를 봐도 산이어서 ‘공기도 맑고 저녁에 별도 잘 보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택을 봤을 때에는 시골의 면모가 느껴지긴 했다.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적응하고 나서는 인제에서 많은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평일에는 업무도 하고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주말에야 온전히 내 시간을 보냈다. 먼저 가장 유명한 백담사를 가봤는데,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속 경사로를 따라 이동할 때는 기사님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운전 솜씨를 느낄 수 있었다.(놀이동산 어트랙션에 버금가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백담사 입구에 도착해서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작고도 수많은 돌탑들과 시원한 냇물이 나를 반겼다. 다리를 건너 백담사에 들어가니 저절로 경건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에는 유명한 12선녀탕길과 대승폭포에도 다녀왔다. 12선녀탕길과 대승폭포는 봄부터 가을까지 가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12선녀탕길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이야기에서 따 온 이름으로, 완만하게 4km 정도의 코스로 되어 있는데 올라가다 보면 ‘아, 저기가 선녀들이 목욕했던 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복숭아탕은 진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관으로, 자연을 보며 힐링할 수 있다. 그리고 대승폭포는 거의 1km 직선 코스로 되어 있어 올라가기 매우 힘들지만, 코스가 짧아 금방 올라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생각이 복잡할 때 한번 올라가기 좋은데 내가 올라갔을 때는 마침 그 전날 비가 와서 보기 힘들다는 대승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고, ‘폭포멍’을 때리면서 그간 쌓인 번뇌(?)를 털어낼 수 있었다.
겨울에는 자작나무 숲길이 정말 예쁘다. 자작나무숲에 가면 길이 미끄러워 다들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고 있다. 조심조심 천천히 걸어가 마지막 자작나무 숲길에 들어서면, 커다란 자작나무숲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장관을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역에서도 인제군과 자작나무숲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가 보면 광고에 나온 사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인제에 가면 꼭 자작나무 숲길을 가야 한다고 하는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입산 통제시간이 다르니,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제는 이런 자연 경관도 매우 아름답지만, 음식들도 매우 맛있다. 특히나 용대리에 있는 황태 맛집들은 정말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인제만의 자랑이다. 내가 서울에 살 때는 황태국은 그냥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맑은 국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제에서 먹고 나서는 황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인제의 황태 요리는 다 맛있지만, 제일은 황태국이다. 황태 식당에 가면 황태국은 무조건 리필을 몇 번씩이나 했고, 그 맛에 반해 데려온 가족들도 황태국을 극찬하며 돌아갔다. 그리고 두부집도 정말 많고 맛있어서 인제에 온다면 황태와 두부는 꼭 먹고 가길 추천한다.
지금까지 인제에서 네 번의 새해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적었지만 내가 겪은 인제를 1/10도 표현하지 못했다. 인제는 래프팅, 설악산코스, 필례약수길 등 더 많은 것이 있으니 여행지로 인제를 선택하여 직접 겪고 느껴보길 바란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당신의 여행지로 ‘대한민국 스위스, 인제’를 적극 추천한다. 물론 스위스에 갈 수 있다면, 스위스를 조금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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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리 매바위 인공폭포는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장으로 변신한다. -
자작나무 숲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 인제에서는 하늘에서마저 박하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