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태풍과 집중호우, 기록적 폭염 속
국민의 빛을 지키기 위한
한전의 여름철 전력망 방어전
글 김영인 송변전운영처 변전운영실 차장 글 양길모 배전운영처 배전계통부 차장
매년 여름이 되면 폭염과 태풍, 집중호우 소식이 반복된다. 하지만 최근의 여름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지성 집중호우와 초강력 태풍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기록적인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전력설비를 둘러싼 재난 위험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기는 국민의 일상과 산업 활동을 유지하는 필수 에너지이지만, 전력설비는 자연재난의 영향을 직접 받는 대표적인 국가기반시설이기도 하다.
산악지형에 위치한 송전철탑은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와 사면 유실에 취약하고, 변전소와 전력구, 배전선로는 침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태풍을 동반한 강풍은 전선 접촉과 설비 파손을 유발할 수 있으며, 폭염은 변압기와 케이블의 과열을 초래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여름철 송배전설비 고장 중 138건이 낙뢰, 강풍, 집중호우 등 기상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 된 만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철저한 대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무너지는 사면, 차오르는 빗물에 맞서다-
여름철 재난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집중호우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는 산사태와 지반 침하를 유발하고, 송전철탑과 변전소, 전력구는 물론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설비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철탑이 넘어지거나 철탑 부지와 변전소 사면이 유실된 사례가 발생했으며, 전력구와 변전소 침수 피해도 보고되었다. 특히 산악지역에 위치한 송전철탑은 토사가 유실될 경우 기초부 안정성이 저하되어 광범위한 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전은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산사태 취약 철탑 1,586기와 변전소 828개소를 대상으로 정밀진단을 시행하고, 위험도가 높은 개소에 대한 사면 보강을 완료하였다. 또한 법면과 옹벽의 균열 및 침하 여부를 집중 점검하여 구조 보강을 시행하고 있다.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침수 우려 변전소와 전력구를 대상으로 배수시설과 차수설비, 배수펌프의 정상 작동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으며, 지하변전소와 전력구에 설치된 수위감지장치와 침수감시체계를 점검하여 이상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국민에게 전기를 직접 공급하는 최종 공급망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접속함과 입상장치, 분전함 등 전국 16만 개 이상의 지중저압설비를 사전에 점검하고, 절개지와 경사면 인근 전주에 대한 안전점검과 보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펌프장과 배수장 등 재난 대응에 필수적인 치수시설 공급선로를 집중 관리함으로써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 안전에 필요한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태풍·강풍, 바람이 흔들어도 전력은 흔들리지 않도록-
태풍은 단순히 많은 비를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바람을 통해 전력설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강풍으로 인한 전선 접촉, 변전소 외벽 마감재 탈락, 비산물 접촉에 의한 설비 고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해안지역은 강풍뿐만 아니라 염분을 포함한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설비 표면에 염분이 축적되면 절연성능이 저하되어 고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한전은 발전소 연계 등 중요 송전선로를 중심으로 전선 접촉 방지장치를 설치하고, 강풍 취약 변전소에 대한 외벽 마감재 시공 상태를 집중 점검하였다. 또한 해안가 변전소에는 염해방지 코팅을 강화하여 태풍과 염분에 의한 설비 열화를 동시에 예방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위치한 배전설비도 예외는 아니다. 태풍 시 쓰러진 나무가 전선을 건드리는 것은 대표적인 정전 원인 중 하나이기에 전력선 주변 수목 정비와 위험수목 제거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간판과 가로등 등 주변 구조물에 대한 안전거리 확보와 위험요인 제거를 통해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폭염이 몰고 오는 또 다른 재난, 설비 과열과 화재-
여름철 전력설비의 적은 비바람만이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은 냉방 수요 증가와 함께 전력설비에 큰 부담을 준다.
폭염이 지속되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변압기와 케이블, 접속부 등에 높은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설비 온도가 상승하고 노후 설비의 경우 절연성능 열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설비 소손이나 화재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한전은 폭염 대비를 위해 중요 송변전설비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시행하고, 주(主)변압기 유입 부싱과 전력케이블에 대한 부분방전 진단과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변전소 축전지와 전력구 설비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여 과열이 우려되는 불량 설비를 조기에 보강하였다.
배전 분야에서도 냉방부하 증가에 따른 과부하를 고려하여 배전선로와 변압기의 부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과부하가 예상될 경우 신속한 부하전환과 설비 교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국민들이 직접 사용하는 아파트 수전설비에 대한 열화상 진단과 과부하 모니터링도 지원하여 정전 예방에 힘쓰고 있다.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자연재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재난 발생 시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고 복구하느냐가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핵심이다.
한전은 기상청과 산림청 등 국가 재난정보 시스템과 연계한 재난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본사와 사업소 비상상황실을 즉시 가동한다. 또한 원거리 무인변전소와 송전선로, 그리고 도서지역에 비상인력을 사전 배치하여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재난 발생 시에는 배전·송변전 전 분야가 하나의 대응체계로 움직인다. 하계 비상상황실을 중심으로 전국 전력망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SCADA, 배전자동화시스템(ADMS)과 AMI 기반 정전 모니터링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피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상복구 자재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철주와 이동용 변압기, 가스절연 개폐장치 등 주요 자재를 확보하고 있으며, 비상발전차와 이동용 발전기를 활용해 장시간 정전이 예상되는 지역에 임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하였다.
특히 전국의 송변전 협력회사와 배전 전문회사가 참여하는 광역 복구체계를 구축하여 대규모 재난 발생 시에도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여름철 재난은 해마다 반복되지만 전력공급은 단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냉방을 사용하고, 폭우가 내리는 날에도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력설비를 점검하고 대비하는 노력 덕분이다.
한전은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더욱 복잡해지는 재난 환경에 대응하여 선제적인 예방 활동과 빈틈없는 비상대응체계를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송전철탑에서 변전소, 전력구, 배전선로에 이르기까지 전력망 전 구간을 꼼꼼히 관리하며 국민의 일상과 산업현장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