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시대
아트맥싱
요즘 Z세대 사이에서는 “지덕체보다 미덕체”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 과거에는 지식과 체력, 성실함이 중요한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좋은 취향과 감각을 갖췄는지도 하나의 자산으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SNS에서는 ‘미감 좋은 사람’이 하나의 추구미가 되고 있다. 어떤 카페에 가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전시를 보는지까지 모두 취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 셈이다.
감도 높은 카페를 찾아다니고, 전시를 보러 가고, 예쁜 물건을 수집하는 일은 더 이상 일부 예술 애호가들만의 취미가 아니다. 최근에는 전시 관람을 매개로 한 ‘미술관 소개팅’이 등장하고,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2030세대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등 일상 속에서 미적 경험을 쌓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바로 ‘아트맥싱(Art-Maxxing)’이다.
- +아트맥싱의 등장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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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싱(Maxxing)은 자신의 특정 능력이나 매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가리키는 말로, 아트맥싱(Art-Maxxing)은 말 그대로 미적 감각과 취향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슬립맥싱(Sleep-Maxxing), 럭키맥싱(Lucky-Maxxing), 머니맥싱(Money-Maxxing) 등과 연장선상에 있는 트렌드다. 자신의 특정 영역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운을 높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하는 Z세대가 그 중심에 있다.
아트맥싱 트렌드가 부상한 것은 소비자들의 평균 미적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제품을 고를 때 가격과 기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디자인과 감성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 기준에못 미치면 ‘밤티 난다’는 평가를 듣게 되었다. 여기서 ‘밤티’라는 표현은 Z세대 사이에서 ‘촌스럽다’, ‘못생겼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로, 원래 온라인 게임과 아바타 문화에서 시작된 표현이 이제는 제품 디자인이나 공간, 패션을 평가하는 용어로까지 확장됐다. 기능은 훌륭한데 디자인이 기대에 못 미치면 ‘밤티 난다’는 반응이 달리는 것을 보면, 소비자의 미적 기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미적 기준이 소비 영역을 넘어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최근 전시 관람을 매개로 한 ‘미술관 소개팅’이 등장하며 주목을 끌었는데, 이는 외모나 직업보다 서로의 취향과 감각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하려는 시도다. 미감이 맞는 사람과 더 잘 통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공간을 즐겨 찾는지가 자신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미적 취향이 점점 하나의 사회적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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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운동이나 외국어 공부로
자기계발을 하고자 했다면,
요즘은 미감을 키우는 것 또한
새로운 형태의 삶을 가꾸는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
- + 아트맥싱의 주요 유형과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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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맥싱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예술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 발걸음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특히 젊은 세대는 전시 관람을 단순한 문화생활이 아니라 자기계발의 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과거에는 전시 관람이 일부 애호가들의 취미였다면, 이제는 누구나 즐기는 일상적인 활동이 된 것이다. SNS에는 전시 후기와 관람 인증 사진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전시를 보며 영감을 얻고 새로운시각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으로 소비된다.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듯 전시와 박물관 방문으로 미감을 관리하는 셈이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도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한때는 골동품 수집가들만의 공간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젊은 세대가 안목을 키우기 위해 찾는 장소가 됐다. 오래된 도자기와 가구, 그림을 둘러보며 ‘좋은 것을 보는 눈’을 기르려는 것인데, 물건을 사기보다 안목과 취향을 넓히기 위해 찾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게다가 예술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는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드로잉 클래스, 페인팅 워크숍, 도예 수업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드로잉 여행도 새로운 취미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여행 기록의 전부였다면, 이제는 직접 그리며 풍경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 감각을 넓히고 새로운 시각을 얻는 경험 자체가 가치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일상 속 패턴과 질감을 기록하는 ‘패턴 채집’도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거리의 타일, 건물 벽면, 포장지 디자인 등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수집하는 활동이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아트맥싱 사례로 볼 수 있다.
- +아트맥싱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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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맥싱 트렌드는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소비자는 이제 제품의 기능만 구매하지 않는다. 제품이 제공하는 감성과 미적 경험까지 함께 소비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과 스토리가 더해질 때 소비자에게 더욱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카페나 매장,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소비자의 취향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감도 높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SNS를 통해 확산되며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낸다.
셋째,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체험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드로잉 클래스, 체험형 워크숍처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는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예전에는 운동이나 외국어 공부로 자기계발을 하고자 했다면, 요즘은 미감을 키우는 것 또한 새로운 형태의 삶을 가꾸는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미술관을 찾고, 전시를 보고, 고미술상가를 방문하며 취향을 넓히는 사람들은 단순히 취미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안목과 감각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덕체’를 넘어 ‘미덕체’가 중요해진 시대, 아트맥싱은 앞으로도 소비와 문화 전반에 걸쳐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