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 : MISSION
탄소중립의 ‘마지막 퍼즐’ CCUS,
대기의 탄소를 자원으로 되돌리다
글 이지현 청정에너지연구소 탄소포집활용저감팀 책임연구원
욕조에 물이 넘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차오른 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개를 열어 빼내지 않으면 욕조는 끝내 넘치고 만다. 지금 지구가 꼭 이 상황이다. 인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수도꼭지’, 즉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지만, 발전소와 공장처럼 당장 배출을 멈추기 어려운 곳이 여전히 많다. 이미 차오른 물을 빼내는 ‘마개’, 그 역할을 맡는 기술이 바로 CCUS다. 화석연료 시대의 부산물을 거둬들여 다시 자원으로 되돌리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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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US란 무엇인가
- 포집·활용·저장의 3박자 -
CCUS는 탄소(Carbon)를 붙잡고(Capture), 쓸모 있게 바꾸고(Utilization), 안전하게 가두는(Storage) 일련의 기술을 통칭한다. 출발점인 ‘포집’은 발전소나 산업설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속 이산화탄소만을 골라 분리하는 과정으로, 가장 널리 상용화된 방식은 ‘습식 아민’ 흡수제를 이용하는 연소후 포집이다. 이 밖에도 연료를 태우기 전에 분리하는 연소전 포집, 순수한 산소로 태워 고농도 이산화탄소를 얻는 순산소 연소, 나아가 대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직접공기포집(DAC)까지 포집의 갈래는 다양하지만, 발전·산업 현장의 대규모 배출원에는 연소후 포집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공정은 크게 흡수탑과 재생탑으로 나뉜다. 배기가스가 흡수탑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동안 위에서 흘러내리는 액상 흡수제가 이산화탄소만을 끌어안고,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흡수제는 재생탑으로 옮겨져 열을 받으면 다시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토해낸다. 처음 상태로 돌아간 흡수제는 흡수탑으로 순환해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붙잡힌 이산화탄소는 압축·액화를 거쳐 산업현장에서 활용되거나(Utilization), 폐가스전이나 대염수층 같은 땅속 깊은 지층에 영구 저장된다(Storage). 즉 CCUS는 ‘잡는 기술’과 ‘쓰고 묻는 기술’이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사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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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요한가
- 탄소중립의 ‘최후의 보루’ -
재생에너지로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처럼 제조 공정 자체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산업, 그리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당분간 가동이 불가피한 화력발전 부문은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는 배출을 완전히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한목소리로 ‘CCUS 없이는 탄소중립도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국이 앞다투어 CCUS 설비 투자와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장거리 비행이나 대형 선박처럼 전기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부문에서는, 포집한 탄소로 만든 합성연료가 거의 유일한 감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절박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약 6억 9,158만 톤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7억 톤 아래로 내려섰다. 그러나 이 가운데 발전 부문이 약 2억 1,834만 톤으로 여전히 단일 부문 최대 배출원이다. 발전 부문의 감축 없이는 국가 탄소중립도 없는 셈이며, 배출권 매입 부담까지 더하면 대용량 감축 기술의 확보는 전력그룹사의 재무 건전성과도 직결된 발등의 과제다. CCUS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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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급 기술을 품은 한전
- KoSol과 KoSol-L -
다행히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가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포집 기술은 이 분야 세계 최고로 꼽히는 일본 MHI사, 그리고 셸(Shell)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흡수제 성능의 핵심 지표인 ‘흡수제 재생에너지 사용량’에서 MHI·셸이 이산화탄소 1톤을 처리하는 데 약 2.3~2.7기가줄(GJ)이 소요되는 반면, 한전의 기술은 2.3~2.5기가줄(GJ)로 대등한 수준이다.
한전의 흡수제 ‘KoSol’은 기존 상용 흡수제인 모노에탄올아민(MEA)과 견주어 이산화탄소 흡수능, 재생에너지 저감 효율, 내부식성, 저휘발성 등 거의 모든 성능 지표에서 한발 앞선다. 흡수제의 성능이 좋아지면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더 적은 에너지로, 더 작은 설비로 처리할 수 있어 포집 플랜트의 투자비와 운영비를 동시에 끌어내릴 수 있다. 기술의 우열이 곧 사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흡수제의 성능 차이가 수백억 원대 플랜트의 사업성을 가른다. 한전이 20여 년 간 흡수제연구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또한 한전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LNG 복합발전용 포집 기술에 도전했다. LNG 발전은 석탄에 비해 배기가스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고 산소 농도는 높아 포집 난이도가 훨씬 높다. 한전은 2021년부터 연구에 매달려 LNG 발전 특성에 최적화한 흡수제 ‘KoSol-L’을 개발했고, 2025년 4월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에 하루 10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포집 플랜트를 세웠다. LNG 발전용으로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현재 파일럿 실증 및 기술고도화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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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장에서 증명된 성과
- 살아 움직이는 사업화 실적 -
한전의 포집 기술은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내 민간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이전돼 이미 세 곳에서 상업운전 중이다.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 8호기에서는 10MW급 설비가 연간 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고, 군산 SGC에너지는 2023년 한전 기술을 이전받아 하루 300톤을 포집해 드라이아이스 등에 쓰이는 액화탄산으로 판매하고 있다. 여수 금호석유화학 역시 하루 220톤을 포집해 액화탄산으로 활용한다.
주목할 대목은 SGC에너지 사례다. 560억 원을 투자해 연 1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편, 액화탄산 공급을 늘려 국내 탄산 시장 가격을 33%나 끌어내려 시장 안정에도 기여했다. 단순한 탄소 감축을 넘어, 포집한 이산화탄소가 새로운 수익을 만드는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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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집을 넘어 활용으로
- 탄소가 자원이 되는 길과 그 효과 -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액화탄산·드라이아이스 같은 전통적 수요처를 넘어, 수소와 결합해 지속가능 항공유(e-SAF)나 메탄올 같은 합성연료로, 또는 광물화를 통해 건설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관련하여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항공유에 SAF를 2% 이상 섞도록 의무화했고 그 비율을 2050년 7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2027년부터 국제선을 대상으로 1% 혼합의무를 도입하고 2030년 3~5%를 목표로 한다. 포집한 탄소를 원료로 삼는 합성연료 시장의 문이 이미 빠르게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활용은 네 갈래의 효과로 돌아온다.
첫째, 발전·산업 현장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줄여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을 절감하는 환경·재무적 효과다.
둘째, 액화탄산·합성연료 판매처럼 새로운 매출과 시장 안정이라는 경제적 효과다.
셋째, 흡수제·설계·운영 기술의 국산화로 국내 CCUS 산업 생태계를 키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적 효과다.
넷째, 검증된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성장동력 효과다. CCUS가 ‘비용’ 이 아니라 ‘투자’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단순한 배출 저감 사업자를 넘어 CCUS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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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K-CCUS
- 해외 사업화 -
기술력은 국경을 넘어섰다. 한전은 국내 EPC 기업과 손잡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천연가스 기반 비료공장에서 하루 2,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플랜트의 기본설계(FEED)를 수행 중이며, 2024년 10월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26년까지 설계를 마칠 예정이다.
최근에는 전혀 새로운 수요처도 떠오르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데이터센터 열풍이다. AI 연산이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치솟자, 운영사들은 전력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지 안에 천연가스 발전설비를 직접 짓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가스 발전이 다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발전 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잡아내는 ‘CCS 연계’ 모델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글로벌 정보기술·에너지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에 나서면서 2026년을 기점으로 데이터센터 연계 CCS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Global CCS Institute, 2025).
흥미로운 점은 이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이 바로 한전이 강점을 지닌 ‘LNG 가스 발전용 포집’이라는 사실이다. 까다로운 LNG 배가스에 최적화된 KoSol-L이 세계 시장의 새로운 무대에서 빛을 발할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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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과 전망
- 라이선스를 넘어 밸류체인 전반으로 -
한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기술 보유사로서 ‘라이선스 판매’가 사업의 중심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익 모델 확장에 한계가 있다. 이에 사업 타당성 분석과 최적 설계를 돕는 ‘프리마켓’, 개념·기본설계를 제공하는 ‘설계’, 흡수제 공급과 운영 최적화를 책임지는 ‘애프터마켓’까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서비스를 넓히는 것을 추진 중에 있다.
실증 무대도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전은 그동안 확보한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추진 중인 포집·수송·저장 연계 대규모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나아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항공유나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탄소 활용·전환 기술과 결합하면, CCUS는 단순한 ‘감축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성장 엔진’으로 진화하게 된다. 포집에서 활용·저장으로 이어지는 사슬이 완성될 때 비로소 CCUS는 제 몫을 다하게 된다.
대기 중에 넘쳐버린 탄소를 다시 거둬들여 자원으로 되돌리는 일, 그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정상급 기술과 살아 있는 사업화 실적을 동시에 갖춘 한전이 탄소중립 시대의 가장 든든한 ‘마개’ 가 되어, 우리 모두의 욕조가 넘치지 않도록 지켜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전 포집기술 사업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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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화력(석탄화력)
- 200톤/일 포집, 10MW급
- (발전용량) 500MW, (상업운전) 2013년 5월
- 기술 라이선스(KEPCO)
- FEED(대림산업), EPC(포스코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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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SGC에너지(석탄화력)
- 300톤/일 포집, 15MW급
- (발전용량) 60MW, (상업운전) 2023년 12월
- 기술 라이선스(KEPCO)
- FEED(SGC이테크), EPC(SGC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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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금호석유화학(석탄화력)
- 220톤/일 포집, 10MW급
- (발전용량) 264MW, (상업운전) 2025년 6월
- 기술 라이선스(KEPCO)
- FEED(HPS), EPC(H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