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전 건설사업 수난 시대
송변전 건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여전히 따뜻하지 않다. 원활한 전기 공급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내 집 앞은 싫다’라고 주장하는 탓에 송변전 건설사업이 계획한 것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과거 밀양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지역 갈등과 주민 민원이 발생한 뒤 입지 단계에서부터 송전선로가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등 혼란을 겪으며 당초 목표했던 준공일보다 10년 넘게 지연되기도 했다. 심지어 요즘에는 화가 난 주민들이 한전의 모든 업무 단계에서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법정 다툼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이렇게 재판을 시작하게 되면 한전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주민을 앞세운 지자체가 관련 허가나 승인을 거부하는 등 송변전 건설사업에서는 다양한 제약이 발생하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전력망 건설 입지업무 난조 속에서 한전은 국가전력망의 적기 건설을 이룩하기 위해 각 건설본부를 대표해 ‘전력망입지처’라는 입지 전문 조직을 신설하게 되었다. 사업별로 발생 소지가 있는 건설 지연 원인을 조속히 분석한 뒤 제거하고 이후의 사업에서 입지업무 개선 등을 통한 건설 지연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국가전력망 적기 건설을 도맡다
지난 2월 10일 발족한 전력망입지처의 업무는 그간 송변전 건설사업을 진행할 때 본사 송변전건설단이나 각 건설본부에서 계속 기존에 수행해 오던 업무다. 지난해까지 본사에는 송변전건설단 내에서 공사 부분과 다소 성격이 다른 갈등과 보상 조직만 별도로 운영하다가 이번 기회에 전력망입지처를 신설하면서 온전한 입지 단계 조직을 구성하게 되었다. 즉, 기존 송변전건설단의 2개 부서를 흡수하고 새로운 입지부서 2개를 추가하여 입지 전담 조직이 된 것이다.
전력망입지처는 입지제도부, 입지선정부, 갈등민원정책부, 보상정책실로 나뉜다. 이들은 국가전력망을 제때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한전의 ‘어벤저스’ 같은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망입지처는 송전선로나 변전소 건설 시 입지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지연을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제도 지원 및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고 있다. 건설 지연이 발생할 경우, 법률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적극적인 법적 대응으로 지연 요소를 조기에 제거해 건설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건설본부와 협업한다. 또 입지 선정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역 갈등과 민원 등을 접수한 뒤 적절하고 합리적인 보상으로 전력망 확충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향상시키는 등 보다 효과적으로 갈등을 중재하고 민원을 관리하는 것이다. 주요 활동을 살펴보면 갈등민원정책부는 ‘2030 에너지 서포터즈’를 선발해 지역과 미래세대의 소통으로 순조로운 합의를 이끌었다. 전력설비 관련 이해도를 높이고,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인 ‘찾아가는 소통쉼터’를 시행하는 등 현장 중심의 소통으로 갈등과 민원 해결을 위해 달리고 있다. 보상정책실은 ‘보상도 전략이다’라는 문장을 새기며 최소보상금, 협의장려금 등 다양한 보상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는 등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제도 정비 및 개선안 마련 등으로 한전의 신뢰도 제고와 위상을 높이는 데 열과 성을 다하는 중이다.
결국 전력망입지처는 각 건설본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지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이처럼 전력망 건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사적 공감대 형성 및 직군과 지역을 불문하고 기본적인 건설역량 강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전력망입지처. 신설된 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건설 입지 전반에 대한 개선 방향 수립은 물론, 과감한 혁신과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여 일방적 개선이 아닌 지속적인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