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 못지않다? <라이프스 게임>에 쏟아진 찬사

“라이프스 게임(Life’s Game)에 참가한 12명의 회사원 여러분 환영합니다.” <라이프스 게임>은 그런 익숙한 멘트와 함께 시작한다. 게임 예능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 지니어스>나 <데블스 플랜> 같은 프로그램을 떠올렸을 게다. 하지만 이어지는 멘트는 이 프로그램이 LG그룹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지금부터 LG그룹 최고의 플레이어를 가리는 두뇌 전략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래서 기업 홍보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지만, 12명의 출연자들의 이력이 소개되면서 또 한 번 이 프로그램이 두뇌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4년 동안 방탈출 관련 게임을 제작한 방탈출 전문가(룸메이커), 연세대 공대 출신의 명석한 두뇌와 남다른 승부욕의 소유자(공대승부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출연할 수 있었던 세 번의 TV퀴즈쇼 프로그램에서 모두 장원을 차지한 경험(쓰리장원), 라스베이거스 여행 시 대회 입상까지 했던 아마추어 카드게임 플레이어(포커페이스), 멘사 테스트 상위 1% IQ의 멘사 기획위원회 부위원장(멘부장), 인생 자체가 커뮤니티라는 커뮤니티 덕후(커뮤니퀸), 변리사(아이피맨), 해킹대회 파이널리스트 출신 화이트 해커이자 전략 카드 게임 랭커(시크릿코드), 4년간 두뇌게임을 기획, 운영했던 인물(히든코난), 전사 판매 상위 1% 판매 대명장(영업왕), 포브스 선정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된 인물(포브스트), 방탈출 월드 챔피언십 대한민국 국가대표(석호필). 이력만 보면 시청자들 사이에서 “진짜 LG 직원 맞아요?” 하는 반응들이 왜 나오는가를 알 수 있다. 룰 자체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게임을 척척 풀어나가는 명석한 두뇌는 물론이고, 이런 게임 예능에 빠지지 않는 정치와 소통에 있어서도 연합과 배반을 오가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카메라가 너무 많아 난감하다는 초기 반응들과 달리,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자연스러운 리액션은 방송의 차원에서도 진짜 <더 지니어스> 같은 완성된 느낌을 준다.
서바이벌의 핵심이랄 수 있는 게임들도 전문회사인 더플레이컴퍼니와 협업함으로써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게임의 신박함이 더해졌다. 다소 복잡한 룰이 진입장벽처럼 여겨지지만, 시청자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룰을 매뉴얼처럼 챙겨보면서 프로그램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재미가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반응은 상상을 초월하는 조회수로 돌아왔다. 처음 3화까지 공개된 후 유튜브에서 100만 회 조회 수를 기록하더니 매회 조회수를 갱신해 10화 공개 이후에는 13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여기에 SNS와 기타 채널을 합해 통합 조회 수 3000만 회를 돌파한 것이다. 그만큼 뜨거운 반응들이 터져 나온 것인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라이프스 게임>은 이례적으로 국내 OTT 웨이브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 홍보 콘텐츠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일반 대중들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 인정받았다는 걸 말해준다.

콘텐츠에 녹여낸 기업 가치

<라이프스 게임>이 흥미로운 건 대중적인 게임 예능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지만, 그 안에 LG가 추구하는 인재상이나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첫 회에 등장했던 ‘회의실 예약’ 게임이나 2회의 ‘출근 엘리베이터’처럼 회사 생활의 일상이 담긴 게임은 물론이고 ‘회사 매출경쟁’, ‘신사업 레이스’ 같은 본격적인 기업 경영을 소재로 녹여낸 게임도 펼쳐진다. 즉 <라이프스 게임>은 게임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 위기관리 능력이나 대인관계 소통, 문제해결 능력 같은 회사 생활에 요구되는 것들이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역량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게임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것이 LG라는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역량이라는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스며든다. 물론 어마어마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들이 게임에 참가하면서 보여주는 놀라운 면모들은, 때론 진지하고 때론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 즐겁게 일할 것 같은 LG의 인재상을 그려낸다. 이처럼 <라이프스 게임>은 LG의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재미’ 있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파한다.
또한 <라이프스 게임>은 기업 내 직원들에게 주는 효과 역시 주목할 만한 콘텐츠다. LG그룹의 직원들이라면 여기 등장한 출연자들의 활약을 응원하며 남다른 애정과 소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3000만 조회 수가 기록되며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게임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동료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때론 경쟁하지만 때로는 협업하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은 계열사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계열사 간의 협업은 <라이프스 게임>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서 도 구현되었다. LG커뮤니케이션센터가 기획, 연출하고 LG전자가 상품을 후원하며 LG생활건강이 음료를 협찬하고 LG디스커버리랩이 장소를 제공하는 식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동료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때론 경쟁하지만 때로는
협업하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은
계열사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제 홍보도 ‘펀(fun)’한 콘텐츠로 하는 시대

사실 기업 홍보라고 하면 너무나 형식적인 영상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영상들이 지금처럼 무수히 많은 재밌는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주목받기는 어렵다.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만한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스 게임>처럼 두뇌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펀(fun)’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라이프스 게임>을 시청자들이 ‘엘 지니어스’ 혹은 ‘엘지게임’ 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는 점에서부터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은가. 최근 이러한 대중들의 변화와 맞물려 콘텐츠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 홍보를 해내는 성공사례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작품이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손석구 주연의 <밤낚시> 같은 단편영화다. 한밤중 외계 생명체와의 끌고 당기는 낚시를 소재로 하는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자동차의 시선(?)’으로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차 곳곳에 부착된 카메라로 찍은 영상들이다. 그만큼 리얼하고 독특한 구도의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그건 또한 협업한 현대자동차의 ‘빌트인 카메라’ 성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12분 59초라는 짧은 분량의 영화지만, 더 짧은 광고로도 해낼 수 없는 홍보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작품은 ‘2024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필름 크래프트와 PR 부문 대상, 브랜디드 콘텐츠 부문 금상을 차지했고 극장에서도 1000원의 관람료를 받고 개봉해 4만 6천여 명이 관람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튜브 같은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면서 콘텐츠가 가진 효과는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기발하고 재밌는 영상으로 충주시 홍보에 앞장섬으로써 ‘홍보의 신’으로 불린 김선태 주무관이나 ‘진솔아, 나를 믿니?’ 숏폼 영상으로 대박 조회 수를 터뜨린 양산시청 홍보팀 하진솔 주무관의 사례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한 홍보 방식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한국전력공사에서도 개설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에너지 관련 정보는 물론이고 한전 생활을 보여주는 브이로그 등의 영상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라이프스 게임> 같은 콘텐츠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한국전력공사 영상콘텐츠에 종종 등장하는 기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보았을 때, 이들이 뭉쳐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색다른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사람들에게 즐거움은 물론, 한전의 기업 가치까지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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