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eum

- 오디움 라운지
- 오디움 라운지는 공간의 기둥부터 천장까지 흰색 패브릭 소재로 감싸고 있어 화려하면서도 드라마틱한 공간을 연출한다.
세계 곳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은 많지만 ‘소리’를 주제로, 특히 오디오에 집중한 박물관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기존 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감각의 세계가 펼쳐진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빛과 바람, 향기까지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특별한 공간, 바로 소리를 예술로 품은 ‘오디움(Audeum)’이다.
Text 최행좌 사진제공 오디움
서울 청계산 자락에 접어들면 독특한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까이 다가가면 날렵하게 하늘로 뻗은 5층 높이의 건물을 수많은 알루미늄 파이프가 수직으로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5년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중 하나로 선정된 ‘오디움(Audeum)’ 이다. 길이 최대 40m에 이르는 2만여 개의 파이프를 외투처럼 걸쳐, 빛과 그림자가 숲속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 듯 섬세하고도 인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설계를 맡은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는 이 공간이 독특한 질감과 함께 빛, 바람, 향기를 온전히 품으며, 청각을 통해 마음 깊이 치유받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그런 바람을 담아 그는 알루미늄 파이프를 사용해 숲속에 스며드는 햇살의 따뜻한 이미지를 설계에 녹여냈다. 날씨와 시간, 계절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빗살의 무늬처럼 알루미늄 파이프들은 두께와 길이를 달리하며 자연의 리듬과 유기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이 독특한 조화가 오디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입구부터 특별하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쉽게 드러나는 지상에 입구를 두는 반면, 이곳의 입구는 지하 2층에 있어 기다란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두께 10㎝가 넘는 견고한 돌로 마감된 벽면은 마치 숲속 계곡을 걷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전하며, 관람객의 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베르사유 건축상은 2015년 창설 이후 매년 전 세계의 우수한 건축과 디자인을 선정해 온 권위 있는 상이다.
오디움은 오디오 전문 박물관답게 방대한 오디오 컬렉션을 자랑한다. 2층과 3층에는 총 7개의 전시실이 있다. 1전시실에 들어서면, 매킨토시, 마란츠, 제이비엘(JBL), 알텍-랜싱 등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친숙한 오디오 명기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지는 2~7전시실에서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음향 장비들이 중심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1920~1940년대 극장에서 울려 퍼지던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의 음향 시스템은 단연 눈길을 끈다. 자연스럽고 따뜻한 음색으로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꿈의 명기’로 남아 있어 이 기기들은 소리 그 자체로 시대의 기억을 되살린다. 극장용 음향 시스템의 또 다른 거장, 독일 클랑필름의 기기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 것.
1층에는 특별전시실과 엑시트 갤러리가 있다. 오디움 개관을 기념하며 사진작가 후카오 다이키가 박물관의 소장품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사진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엑시트 갤러리에서는 섬세한 기계장치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는 다양한 종류의 뮤직박스가 전시되어 아날로그 소리의 매력을 전한다.
지하 2층 라운지에는 10만 장이 넘는 음반, 만들어진 지 100년이 넘는 뮤직박스, 그리고 웨스턴 일렉트릭 ‘미러포닉(Mirrophonic)’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관람을 마친 이들은 천천히 머물며, 깊은 여운 속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안식처 같은 공간이다.
오디움은 ‘좋은 소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관람객을 안내한다. 바로 전시 《정음 正音: 소리의 여정》을 통해서다. 이 전시는 도슨트와 함께하는 청음 투어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지난 100년 동안 발전해 온 음향기기들을 연대기 순으로 만날 수 있다.
각 전시실마다 청음 시간이 있어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클래식이나 해외 가곡, 팝송, 국내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5~7전시실은 주로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사운드 시스템으로 채워져 있어, 각기 다른 형태의 혼 스피커를 통해 독특한 음향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소리에 깃든 시간의 결을 따라가며, 듣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아름다운 감각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