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AI

‘소버린 AI’라는 개념이 전력망과 국가 인프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소버린 AI란 말 그대로 ‘주권이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하며, 특정 국가나 조직이 외부의 간섭 없이 자체적인 인프라, 데이터, 인력, 기술 네트워크를 사용해 인공지능을 개발·운영·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 사이버보안, 전력산업의 핵심 경쟁력
    에너지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전력기업이 산업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혁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전이 보유한 방대한 전력 데이터는 그 자체로 전략 자산이며,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기술과 결합할 때 더욱 큰 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규모 데이터 분석은 전력수요 예측, 설비 이상 징후 탐지, 사이버 위협 패턴 분석 및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세계 상위 10대 전력기업 중 80%가 AI 기반 수요예측과 설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시범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기존의 정형 데이터뿐만 아니라 로그 파일, 이메일, 네트워크 트래픽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동시에 분석해 공격 징후를 조기에 식별하는 데 매우 탁월하다. 최근 글로벌 해킹 단체들은 AI와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공격 기법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방어 체계 역시 AI 기반의 자동화와 실시간 대응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소버린 AI(Sovereign AI)’의 전략적 부상
    이러한 AI 기술 혁신의 중심에서 ‘소버린 AI’라는 개념이 전력망과 국가 인프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소버린 AI란 말 그대로 ‘주권이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하며, 특정 국가나 조직이 외부의 간섭 없이 자체적인 인프라, 데이터, 인력, 기술 네트워크를 사용해 인공지능을 개발·운영·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 개념의 핵심은 데이터 주권 확보에 있다. 자국의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AI 개발에 직접 활용함으로써 데이터 유출 위험을 줄이고, 데이터 주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나 글로벌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AI 모델을 개발·운영함으로써 기술 자립과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안보와 정보 보호 차원에서 매우 유리하다.
    아울러 소버린 AI는 자국 내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여 경제 및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국가마다 고유한 언어, 문화, 가치관, 법적 규제가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국민에게 더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비상 상황에서 외부 시스템에 의존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는데, 소버린 AI는 독립적인 인공지능 인프라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요약하자면, 소버린 AI는 데이터 주권, 국가 안보, 문화적 독립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각국이 자국의 이익과 필요에 맞춰 AI를 전략적으로 통제·활용하려는 움직임의 핵심이다. 전력망과 같은 국가 핵심 인프라에 있어 소버린 AI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 정책 변화와 한전의 구조적 전환
    2025년 6월 출범한 새 정부는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 생성형 AI, 전기차 인프라 등 첨단산업의 비약적 성장에 따라, 전력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은 연간 약 17TWh로 추정되며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AI 학습 서버와 GPU 기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일반 오피스 빌딩 대비 10배 이상, 일반 데이터센터에 비해서도 수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IEA 2024). 전기차 대중화,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정책적 변화들은 전력망의 복잡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전력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아무리 디지털산업을 육성하더라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탈탄소화 정책 등은 전력망의 예측 불가능성과 운영의 복잡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자를 넘어,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AI 기반 수요예측, 실시간 분산전원 제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 융합 역량 강화가 이를 촉진할 것이다.
  • 전력망 사이버보안, 왜 중요한가?
    전력망은 국민의 일상과 국가 경제, 그리고 안보를 지탱하는 절대적 기반이다. 전기가 중단되면 병원, 공항, 지하철, 금융기관, 군사시스템까지 즉각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 사이버공격을 통한 전력망 마비는 물리적 파괴 없이 국가 기반 전체를 흔드는 ‘비가시적 재난’이다.
    2015년 12월, 우크라이나 전력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그 위험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 해커 조직으로 추정되는 공격자들은 피싱 이메일을 이용해 내부자의 PC를 감염시켰고, 이후 SCADA 시스템에 침투해 송전망 스위치를 원격으로 조작했다. 그 결과, 6시간 동안 23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으며, 콜센터와 복구 시스템까지 마비되어 피해가 극대화됐다. 해커들은 킬디스크(KillDisk)라는 파괴형 악성코드까지 심어 복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 사건은 사이버 공격이 실제 물리적 피해를 초래한 최초의 대규모 사례로 기록된다.
    또 다른 실제 사례인 2021년 미국 Colonial Pipeline 랜섬웨어 사태는, 에너지 인프라의 사이버보안 취약점이 국가적 위기로 번질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해 미국 동부 지역의 1만 곳 이상 주유소가 일시적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휘발유 가격이 단기간에 6% 이상 급등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사건은 IT망 침해만으로도 OT(운영기술) 시스템이 직접 공격당하지 않았음에도 전체 운영이 중단되는 구조적 연계를 드러냈으며, 이는 우리 전력망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경고이다.
  • 국내 전력산업의 보안 현실과 위협 요인
    국내 전력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전이 운영하는 대규모 변전소, 송배전 제어시스템, 스마트미터 등 수많은 전력설비는 모두 잠재적인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국내 전력설비를 원격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제어시스템은 상용 인터넷 등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되어 있어 사이버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식되어 왔으나, 제어시스템의 상호 호환성 및 유지관리의 편의를 위해 점차 범용 운영체제 및 개방형 프로토콜 사용 환경으로 변화되어 비인가자에 의한 시스템 무단 접근 등을 통해 악성코드에 감염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은 외부 네트워크 노출 지점을 증가시키고, 공급망 보안 문제 역시 심각하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판매 중인 중국산 재생에너지 관련 제품에서 악성 통신장치가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 해당 제품은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부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내부자 위협과 보안 인력 부족도 문제이다. 2023년 기준 한전 및 계열사 내 사이버보안 전담 인력은 전체 IT 인력의 4% 수준으로 추산되며, 이는 글로벌 평균(6~8%)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취약점들이 결합될 경우,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라 대규모 정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망이 한 번 멈추면, 완전 복구까지 평균 6~12시간이 소요된다는 통계도 있다.
  • 한전의 대응 전략과 미래 과제
    한전은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 안전한 사이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전력사이버안전센터를 통해 24시간 365일 실시간 사이버위협 감시 대응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AI 기반 이상징후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알려지지 않은 신종 및 변종 사이버 공격행위를 검출하고 감시하는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분산에너지 연계, IoT기기 활용 확대 등 전력계통 확장과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보안위협에 대응하고자 인터넷 등 외부망과의 연계구간 악성코드 탐지, 차단 체계를 구축하고, IoT기기 필수 보안기능을 반영한 보안규격 제정, 운영 등 기술적, 관리적 보안 체계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최정예 보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국제 사이버공격 대응훈련에 참여하고 있으며, 실전형 사이버 훈련 프로그램 운영 등도 병행 중이다. 2024년 기준 한전의 연간 사이버보안 예산은 이전 3개년 평균 대비 21% 증가했으며, 정기 모의해킹 및 대응훈련 횟수도 두 배 이상 확대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보안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선제적인 투자와 경영진의 이해, 조직 문화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해외 장비에 대한 독립적 평가체계 마련과 국산화 시도, 공급망 전반의 보안 강화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모든 임직원이 보안의식을 내면화하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방심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각인해야 한다. 동시에, 한전은 소버린 AI 전략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력망 운영에 있어 AI 관련 인프라, 데이터, 기술 네트워크를 자국 내에서 구축·관리함으로써 외부 해킹과 데이터 유출, 글로벌 기술 종속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이나 편의성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 미래를 위한 제언: ‘설계 단계부터 보안’과 소버린 AI의 결합
    이제 전력망 보안은 ‘운영 후 대응’에서 ‘설계 단계부터 보안 내재화(Security by Design)’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사용자, 기기, 응용프로그램 모두를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모델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및 분산전원까지 통합 관리하는 보안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긴밀히 협력하는 국가적 사이버안보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며, AI 기반 위협 예측 플랫폼을 통해 공격 패턴을 미리 감지하는 지능형 방어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소버린 AI 전략을 결합하면, 한전과 국가 전력망의 보안 체계는 외부 위협에 훨씬 더 강인해질 수 있다. 자국의 데이터 주권과 기술 독립성을 지키는 ‘주권 AI’는 전력망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디지털 생태계 안전망을 구축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 전력망 운영에 있어 AI 관련 인프라, 데이터, 기술 네트워크를 자국 내에서 구축·관리함으로써 외부 해킹과 데이터 유출, 글로벌 기술 종속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이나 편의성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 맺음말
    지능형 전력망은 우리 사회에 편리함과 혁신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상상 이상의 사이버 위협을 내포한다. 사이버보안과 소버린 AI는 이제 기술 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라, 경영진, 정책당국, 기술자, 그리고 전 국민이 함께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이다. 사이버공격은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를 노린다. 한전과 전력산업 전체가 모든 고리를 견고히 다지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방패와 주권 있는 인공지능을 갖춰야 할 때이다. “사이버보안 없는 스마트그리드는 단지 더 취약한 그리드일 뿐이다. 그리고 소버린 AI 없는 핵심 인프라는, 언제라도 외부에 흔들릴 수 있는 불안한 미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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