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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증명한 감사의 힘

갈등을 겪는 사람들이 서로 감사하게 되면
그 모든 갈등은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행복을 갈망하지만,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건 왜일까?
그 이유는 우리 뇌에서 찾을 수 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본 행복의 본질과 감사하는 마음의 강력한 힘을 이야기한다

  • Text 박이철 작가
  •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 가능할까?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행복하기가 어려워진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꾸만 그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탓이다. 뇌는 부정, 즉 STOP을 이해하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사과를 떠올리지 마’라는 명령을 듣고 자연스럽게 사과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인간의 뇌는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비교하며 세밀한 평가를 통해 자신의 행복함의 정도를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나보다 상황이 더 나은 사람을 보고 자신이 상대적으로 덜 행복하다고 느낀다.
    뇌는 즉각적인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러한 즉각적인 보상을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나 환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듯 타인의 인정을 통해 얻으려 할 때 원하는 만큼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실망과 불만이 쌓이게 된다. 특히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행복의 열쇠를 늘 타인이 가지고 있어 오롯이 혼자만의 행복을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를 인정해주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지낸다. 그래야 이너서클(Inner Circle)에서 서로의 행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 공동의 합의는 지속적이지 못하고, 특히 외부의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몰라서 자꾸만 행복의 기준을 찾으려다 행복을 놓치는 사람도 존재한다. 우리는 행복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사실 우리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이미 다 알고 있다.
  • 우리의 삶을 바꾸는 무언가
    미국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는 자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감사 일기를 꼽았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 가운데 감사한 일 다섯 가지를 찾아 기록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점심에 맛있는 식사를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을 무사히 마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으로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이었다. 그는 감사 일기를 쓰며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삶의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필자는 KBS 제작 다큐멘터리 〈다큐ON-감사가 뇌를 바꾼다〉에서 감사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평범한 일상에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았더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직장이 있어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했더니 매일 같은 풍경이라 지루했던 출근길이 꽃길처럼 보이고, 눈앞에서 신호등의 녹색불이 빨갛게 바뀌어도 잠시 쉬어갈 수 있음에 ‘감사’했더니 기다리는 시간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소중한 잠깐의 휴식처럼 느껴졌다. 필자가 체험한 감사의 효과를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감사하는 것을 생활화하라’는 강의를 다니다가 ‘감사의 힘’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게 되면서 놀라운 실험 결과를 또다시 마주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12주간의 감사 훈련, 그 효과는 학생들의 성적에서 눈에 띄게 드러났다. 수학 성적은 두드러지게 향상되었고, 뇌 피로도와 자존감 지수 또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것은 감사함이 일으키는 뇌의 호르몬 작용 덕분에 얻게 된 결과다.
    감사하는 마음은 어떤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웃으면 복이 와요’,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 같은 긍정적인 태도에 대한 말들은 우리의 뇌가 더 나은 방향으로 활성화되는 것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뇌는 긍정에 반응한다. 감사함을 잘 느끼고 표현할수록 뇌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이다.
    우리가 감사함을 느낄 때 뇌는 다양한 신경 화학 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은 사람의 감정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한다고 알려졌는데, 감사하는 행위를 통해서도 세로토닌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즉 감사 훈련과 같은 지속적인 노력은 뇌 구조와 기능의 변화, 즉 신경 가소성을 유도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뇌를 재구성한다. 공황 장애 환자가 감사한 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편도체의 과활성화를 억제하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 놀라운 안정 효과를 보이는 사례는 감사의 치유력을 뇌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 감사는 환영받는 사람이 되는 것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 세상은 모두 여러분을 환영하게 된다. 이것은 인간이 겪는 이 존재의 문제를 한 번에 풀어낸다. 그것은 영어 대화에서 그 운용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환영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행복하고 그래서 감사한다. 하지만, 영어 대화는 정반대다. “Thank you”라고 말하면 상대는 “You are welcome(당신은 환영받는다)”이라고 대답한다. 즉, 환영해줘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기 때문에 환영받는다는 말이다.
    감사하지 않는 삶은 평범한 삶이 점점 무료한 삶으로, 점점 더 불행한 삶으로 치닫는다. 그 불행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이 감사하는 마음을 통해서 그 늪을 헤쳐나가야 한다. 누군가에게 가족과 친구, 동료와의 관계에서 반목하고 괴로워하는 그 이유를 묻는다면 수많은 이유를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묻는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감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감사하게 되면 그 모든 갈등은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쉽지만 어려운 감사를 받아들여 그것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을 해야 한다. 내가 소유한 것에 대한 감사가 아닌 나의 존재에 대한 감사, 배려해 준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베푼 것에 대해 감사한다. 매 순간 감사의 요소를 발견하게 되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즉 감사는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상황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또 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호르몬 작용이 신체와 정신까지, 어느 한 곳 빠짐없이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위해서는 문화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상사가 대화의 시작을 감사를 묻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하면, 그것은 문화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조직이 그 문화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포상하거나 수기를 공모하고 그것을 활자화시켜 공유하게 된다면 그 문화는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낯설고 쑥스러울 수 있지만, 잠깐이다. 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이런 필자의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러면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사람밖에 없어요. 바로 당신 밖에 없어요.”
    이렇게 한 사람이 바뀌면 가정이 바뀌고, 조직이 바뀐다. KEPCO 역시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한 조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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