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금한 이야기 K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조명기기를 썼을까?
대한민국의 밤거리는 화려하다. 네온사인과 불빛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조명도구를 사용했을까?
고등기 전문가인 한전 이상일 학예사와 함께 조명기기의 기원을 따라가 보자


라스코 동굴 벽화(유네스코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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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구석기시대 조명도구
(「Ice Age Lamps(2009)」)- 인류, 불로 세상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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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이용하게 되면서 인류는 번성하여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났다. 그 중요한 용도 중 하나가 ‘조명’이라 말할 수 있다. 불을 통해 어둠을 극복할 수 있었기에 인류의 활동 시간은 어두운 밤까지 확장되었다. 이는 문명 발전에 중요한 획기로, 인류는 야간 시간을 활용해 도구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지능을 발휘해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켰다.
이를 대표하는 유적이 유럽의 프랑스 베제르 계곡의 선사 유적지와 동굴 벽화(Sites préhistoriques et grottes ornées de la vallée de la Vézère)이다.
우리에게는 라스코 동굴 벽화로 잘 알려진 곳이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기원전 17,000~15,000년 경 후기 구석기시대로 추정되는데, 이곳에서는 조명도구 또한 함께 출토되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인류가 원시적인 모닥불에서 벗어나 조명도구를 발명했을 뿐 아니라, 벽화와 같은 예술 활동에도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석기시대에는 어떠한 연료를 활용하여 조명을 실시했을까? 발굴 조사를 통해 출토된 잔존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알 수 있었는데, 일반적인 횃불과 모닥불에는 소나무와 향나무류가 대부분으로 밝혀졌다. 이미 인류는 먼 고대부터 이들 나무에 송진과 같은 성분이 있어 불에 잘 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에 들고 사용하는 조명 도구에는 먼저 심지로 향나무와 주목(朱木)류가 선택되었으며, 연료로는 당시 사냥감인 소나 양 종류의 동물성 지방이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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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조명도구, 구석기 시대부터?
- 그렇다면, 우리나라 조명 도구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지금까지 실시된 연구에서는 가장 이른 조명도구로 북한 평양 일대의 낙랑 고분에서 출토된 종류로 밝혀졌다. 이 낙랑 조명도구는 다지등(多支燈)으로 불리는데, 여러 개의 잔 부분이 나뭇가지처럼 달려 있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형태는 기원전 202년에 건국된 중국 한나라에서 유행한 종류로, 한과 낙랑의 관련성 속에 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다지등(多支燈)의 개념은 삼국시대에도 이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라와 가야의 다등식 등잔(多燈式 燈盞)이다. 경주 금령총 및 덕천리 고분군, 부산 복천동 고분군 출토품이 대표적으로, 4~7개까지 많은 수의 잔을 가지는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는 이후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도 확산되기에 고대 동아시아 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특징이 된다.다만, 한국 조명도구 문화가 이보다 앞서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은 크다. 특히 구석기시대 석제 용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순천 월평유적과 임실 하가유적에서 출토된 바 있다. 이들의 형태는 앞서 살펴본 프랑스 베제르 계곡에서 출토된 후기 구석기시대 조명도구와 매우 흡사한 형태이다. 즉 한국에서 조명도구가 만들어지고 사용된 시점이 기존 학설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벽화가 있는 동굴을 중심으로 조명도구가 출토된 프랑스의 사례를 고려한다면, 한국 역시 구석기시대부터 예술 및 문화 활동이 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 구석기시대에 해당하는 동굴 벽화나 암각화 그리고 더 많은 조명도구의 출토를 기대한다.
<광복 60주년 기획전> 수록 고등기
고등기 관련 전시
(『빛, Light-燈, 전통과 근대(2005)』)-
중국 한 -
낙랑 -
삼국시대 -
일본 고분시대
다지등(多支燈) 개념의 확산
(「三國時代 燈器 硏究(2019)」) -
- 빛의 기업 한전, 고등기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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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전력공사에는 1920년대부터 수집해 온 국내외 고등기(古燈器) 및 근대 전기구(電氣具), 그리고 등화(燈火) 관련 고서 등 1,400여 점이 소장되어 있었다.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파악하여 1967년 이들에 대한 목록인 『한국의 고등기 사진첩』을 제작하였고, 1968년에는 국내 최초의 조명사(照明史) 연구도서인 『한국의 고등기』를 발간한 바 있다. 그러나, 1972년 한국전력공사에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들 유물이 전부 이관된 이후, 조명사는 박물관 및 학계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87년 〈전기 100년 기념 종합전시회〉에서 74점, 2005년 〈광복 60주년 기획전〉 200여 점 전시와 같이 드물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조명도구는 인류 발전 초기 단계부터 제작되고 활용되었으며, 현재에도 조명은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한 부분이다. 또한, 인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효율적인 조명을 위해 광원과 이를 위한 에너지의 개량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조명의 발전이 미래까지 계속될 인류의 과제임을 생각한다면, 조명사 연구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앞으로 조명도구에 대한 관심이 학계뿐 아니라 사회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