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 시대의 감성 파악하기
트렌드가 왜 트렌드인지 알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이루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야 한다. 이 시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가치를 살펴보면, 여가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전반의
트렌드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트렌드 여가로 꼽힌 ‘러닝’, ‘마라톤’, ‘(프리)다이빙’은 지금의 시대적 감성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트렌드가 될 수 있었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지난 4년간 언급 순위가 증가하고 있는 가치 속성 키워드에는 ‘성장’, ‘도전’, ‘낭만’, ‘삶의질’, ‘효율’이 있다. 반면,
하락한 키워드에는 ‘재미’, ‘완성’, ‘공감’, ‘과몰입’, ‘소확행’이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차이는 능동성과 수동성이다. 순위가 하락한 키워드들은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수동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콘텐츠에 과몰입하고 공감하며, 재미를 느끼던 것이 코로나19 시절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능동적으로 할 때 말하는 ‘도전’, ‘성장’과 같은 키워드를 말한다. 여기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과거에 비해 좀 더 능동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안에서 ‘도전’과 ‘성장’은 개인의 과제이자 목표가 되며, 그 과정에서 ‘효율’과 의외의 ‘낭만’을 찾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평가는 남과의 경쟁 비교가
아닌, 나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삶의 질과 연결된다.
러닝의 연관어 변화를 보면 ‘체중’, ‘감량’, ‘다이어트’와 같은 키워드의 언급은 하락하고 ‘속도’, ‘기록’, ‘페이스’와 같은 키워드에 대한 언급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체중 감량, 다이어트 목적에서 하던 러닝에서 이제는 나의 목표치 즉, 페이스가 중요해진 러닝으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런 페이스에 대한 중요도 증가는
러닝뿐만 아니라, (프리)다이빙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지금의 여가가 어떠한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페이스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나의 성장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스마트워치가 있기에 더욱 효율적으로 나의 성장을 확인하는게 가능해졌다.
원래 개인에게 성장은 측정하기 모호한 것이었다. 일에서의 성장은 연봉과 직급 외에는 나의 실질적 일에 대한 능력치에 대한 판단은 상사나 함께 일하는 동료의 평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까지 핫했던 헬스도 근성장 혹은 다이어트라는 다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기에, 성장보다는 성공 여부의 개념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러닝 트렌드에서 보여지는 남의 평가에 기대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나의 성장치는 이 시대의 또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것은 저성장 현대 사회에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성장의 수단이 생겼다는 것이다.
성취의 기준은 나에게, 그것이 곧 삶의 질을 높인다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성장의 수단이란 곧, 성취 여부의 기준이 나에게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경쟁 상대 없음, 그리고 항상 우상향으로 성장하지 않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러닝’, ‘마라톤’, ‘(프리)다이빙’과 같은 트렌드 여가의 공통점 중 하나는 타인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보다 빨리 달린 나, 어제보다
더 깊이 내려간 나, 어제보다 더 안정적으로 뛴 나. 항상 경쟁의 대상은 ‘어제의 나’다. 타인과 경쟁하지 않는 것도 더불어 항상 성장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낙담하지 않는
것도 요즘 트렌드인 여가의 중요한 특징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자기합리화를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상향 성장을 저해한 다양한
요인을 페이스를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루트이지만, 평소보다 심박수가 높았다면, 그날의 내 컨디션이 안 좋았구나, 평소 루트와
달리 루트의 고도의 차이가 있거나 등등 측정된 모든 값을 통해 원인을 추측할 수 있기에 성장이 더디더라도, 자기 탓으로 돌려 낙담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우상향의 성장을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실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의 기회를 주게 된다.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체크하며 회복의 기회를
주는 지금의 여가 트렌드는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게 된다.
최근 ‘런트립’이 러닝 트렌드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런트립’이란, 말 그대로 러닝과 여행의 합성어로 여행지에 가서 러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런트립은 일상적으로
하던 훈련을 낯선 지역에서 낯선 풍경을 보며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스스로 전지 훈련에 보내는 것이다. 항상 동네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러닝이지만, 이를 낯선 곳에서
함으로써 오히려 해방감과 낭만을 느낀다. 지금의 여가 트렌드가 가지고 있는 ‘낭만’이라는 속성은 두 가지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앞서 ‘런트립’으로 살펴본 바와
같은 일상의 행위를 낯선 곳에서 즐긴다는 낭만 그리고 두번째는 N년을 준비해 대회에 도전하는 낭만이다. 러너라면 꿈꾸게 되는 도전이 바로 마라톤이다. 그리고 그 도전은
단계별로 진화해간다. 여러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마라톤에 참가해 본 이들은 국내에서 춘천마라톤에 도전하고, 그 다음은 동아마라톤, 그리고 해외로 나가 보스톤마라톤까지 수년
간의 도전 계획을 세우게 된다. 다이빙도 마찬가지이다. 다이버라면 꼭 가봐야하는 해외 아름다운 다이빙 스팟 리스트는 다이빙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도전지가 된다. 그리고 그 도전을 실행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훈련을 거듭한다. 마침내 그 도전을 이루었을 때 N년을 준비한 도전은 그 자체로 낭만이 된다.
견딤의 여가로 고통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연습하다
헬스나 다른 운동처럼 태스크를 해내는 운동이 아닌, 내 한계 끝까지 버티고 견디는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여가의 레벨업’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가의 레벨업’이란 결국 여가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 삶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가를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여가 자체를 인생 모토로까지 확장해 바라보는 것이다.
여가의 레벨업을 경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단 시도해 보는 도전 의식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팁이 있다. 스마트워치와 같이 매일의 나를 기록하고 점검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기, 우연한 낭만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마지막으로 계속된 성장이 없더라도 꿋꿋이 이어나가는 견딤의 태도가 중요하다.
흔히들 지금을 불안의 시대라고 한다.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특히 2030 세대는 자신의 미래와 사회가 불확실하다고 느낀다.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부모 세대만큼 살 수 없으리라는 예상은 이들에게 ‘성장 가능성’이나 ‘희망’이라는 단어가 점점 멀어지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불행 속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세대가 선택한 것은 고통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일상 속 여가에서 연습하는 것일지 모른다.
특히 러닝과 마라톤 트렌드는 이들이 시대를 바라보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견딤의 끝에 언제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조건과 환경 안에서
해야 할 것만 겨우 해내는 것이 아니라, 비록 빠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스스로를 점검하고 나아가는 것. 그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낭만, 성장은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난다. 사회적 시선이나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 이것이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상향의 성장을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실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의 기회를 주게 된다.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체크하며 회복의
기회를 주는 지금의 여가 트렌드는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게 된다.